TV를 말하다

‘단비’의 종영이 씁쓸한 이유

朱雀 2010. 7. 1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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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밤>의 간판 프로였던 <단비>가 오는 8월쯤 종영된단다. 이유는 주 협찬사인 회사가 더 이상의 협찬을 포기했기 때문이란다. 물론 여기엔 <단비>의 (예상보다) 낮은 시청률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김영희 PD가 <일밤>으로 컴백하면서 만든 코너 중에 명맥을 유지하던 ‘공익성’ 프로는 이로서 모두 폐지된 셈이 되었다. 어떤 이들은 이런 결과에 대해 ‘당연한 일’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오늘날처럼 오로지 ‘재미’만을 추구하는 예능들이 활개치는 세상에서, 오직 ‘공익성’을 앞세운 ‘단비’의 모습은 무모하기도 했고, ‘국내에도 많은 불우한 이웃들이 있는데 굳이 외국까지 나갈 필요가 있느냐?’라는 질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입장에선 <단비>의 종영은 단순히 한 예능 프로의 종영이 아니라, 오늘날 각박해질대로 각박해진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 사건이 아닐까 싶다.

김영희 PD는 <일밤>의 대표프로였던 ‘이경규의 몰래카메라’ ‘양심냉장고’ ‘이경규가 간다’ ‘칭찬합시다’ ‘눈을 떠요’ 등의 대표적인 예능 프로를 기획 제작한 장본인이다. 그는 이전까지 단순히 오락적인 기능에만 머물던 예능을, 감동도 주고 사회의 공익적 목표를 실현시키는 순기능까지 해낸 시대의 풍운아라 할 만하다.

그가 침체의 늪에 빠진 <일밤>의 CP로 돌아왔을 때, 모든 이들의 기대는 컷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5%이하의 시청률에 허덕이고 있는 <일밤>의 구원투수로 그는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김영희 PD는 부임하자마자 <단비><우리 아버지><헌터스>의 프로를 선보이며 ‘공익’을 앞세운 그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너무 급하게 만들어진 <헌터스>는 긴 수명을 약속할 수 없었다. 지난 5월 30일 <우리 아버지> 역시 씁쓸한 퇴장을 맞이했다. 우리 사회의 아버지들을 찾아가며 눈시울을 적시는 사연을 보여준 <우리 아버지>가 시청들의 호응을 자아내지 못한 탓이었다.

 

허나 <단비>는 재미를 떠나서 <일밤>이라면, 반드시 가져가야할 프로라고 생각한다. <단비>는 아이티 지진 현장을 비롯해, 작년에 유난히 추운 겨울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은 몽골까지 가서 돕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이웃이 많지만, 과거 6.25 전쟁을 겪은 우리나라가 해외의 원조를 받지 못했다면, 오늘날처럼 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사람은 최소한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하는 법이다. 특히 우리처럼 선진국진입을 눈앞에 둔 나라에서, 최소한 다른 나라의 고통과 어려움을 외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본다. ‘지구촌’이란 말이 있을 만큼, 세계가 가까워진 상황에서 조금 풍부한 물질을 가진 이들이 베푸는 것은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문 UN사무총장을 배출할 정도로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발언권이 강해졌다. 그러나 해외원조규모는 국민 1인당 불과 4.5달러 규모다. 이웃 일본이 106달러에 비해 크게 작은 규모다. 이는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대신 우리나라에선 굿네이버스와 월드비전 같은 민간단체들이 나서서 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민간단체가 할 수 있는 일에는 결국 한계가 있다.

<단비>는 그런 면에서 민간단체와 협력해 보다 그 효과를 높이고, 이를 지속적으로 방송을 통해 내보내 ‘소외된 국외 이웃’들의 삶을 조명하고, 그들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켰다는 점에 큰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단순히 어려운 이웃을 돕는 수준이 아니라.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다른 이들을 돕고, ‘진짜 행복한 삶에 대해 고민케 하는 단비’가 폐지된다는 것은 여러모로 씁쓸한 일이다.

 

일단 <단비>는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시청자들의 관심은 예전만큼 뜨겁지는 않지만, 최소한 ‘차디차진’ 않다.

어제 방송된 ‘몽골편’의 경우, 장혁-김수로-김사랑 등 게스트도 빵빵했으며, 마지막 녹화의 경우도 손담비, 애프터스쿨의 정아, 정경호 등이 출연했다. 이는 인기스타들이 해외의 어려운 이들을 돕고자 하는 프로의 정신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비록 이전만큼 높은 시청률과 화제를 끌고 있진 못하지만, 서서히 시청률도 높아지고 있고,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프로가 종영된다는 사실은 씁쓸함을 넘어 가슴이 아프다. 우리에겐 겨우 몇백원에 지나지 않지만, 그들에게 한끼 식사가 되고, 생명이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프로가 종영된다는 사실은 너무나 답답할 지경이다.

우리나라는 수혜국에서 원조국으로 위상이 바뀐 전세계적으로 드문 예이다. 좋은 예가 된 우리가 다른 나라가 우리처럼 될 수 있도록 돕지 못하고 있고, 국민적 관심을 다시금 지피기 위해 제작된 <단비>가 결국 종영위기에 처한 사실은 여러모로 씁쓸하다.

어떤 면에서 재미만을 추구하는 예능프로가 판치는 현실에서 ‘단비’는 외면하고 싶은 프로일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하나쯤은 이런 프로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시청률이나 상업성을 배제하고, 다른 이를 도울 수 있고, 불편함이 아니라 당장 내일의 생을 약속할 수 없는 이들에게 삶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프로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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