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왜 ‘제빵왕 김탁구’에 열광하는가?

朱雀 2010. 7. 2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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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왕 김탁구>는 현재 약 38.5%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동시간대 타사의 경쟁 드라마가 소지섭이 출연하는 <로드 넘버원>과 김남길이 출연하는 <나쁜 남자>인 것을 고려하면 놀라울 정도의 선전이다!

 

나 역시 처음에 <제빵왕 김탁구>란 제목을 들었을 때, ‘왜 이리 촌스러워?’하면서 70-80년대 드라마를 떠올렸다. -물론 드라마는 딱 그때를 배경으로 해서 촌스러운 건 사실이다-

 

허나 반전에 거듭하는 스토리와 전광렬-전인화-정성모 등의 명품 조연들의 호연과 김탁구와 구마준의 라이벌 구도로 인해 흥미진진하게 볼 수 밖에 없게 된다.

 

자!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의문이 있다! 바로 왜 ‘우리가 <제빵왕 김탁구>에 열광하는가?’이다.

 

어떤 의미에서 생각해보면 이런 의문은 쓰잘 데 없이 보일 수도 있지만, 대중의 기호를 통해 현 상황을 짚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제빵왕 김탁구>의 막장 코드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아들을 낳기 위해 거성가의 안주인 서인숙(전인화)는 한승재 비서실장(정성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아들 구마준을 낳게 된다. 그런데 거성가의 회장인 구일중은 하필 그날 보모로 일하는 김미순(전미선)와 동침을 해 임신을 시키고, 그 결과 아들 김탁구를 얻게 된다.

 

그런데 <제빵왕 김탁구>는 그런 설정도 부족해, 한승재가 자신의 사랑인 서인숙과 아들 구마준을 위해 김미순-김탁구 모자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해치려는 장면들이 여과없이 등장한다. 그것도 부족해 중간에 겁탈과 납치를 시도하는 ‘자극적인 설정’을 통해 시청자들의 눈을 현혹시킨다.

 

다른 이들은 흥미로운 이야기전개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제빵왕 김탁구>는 제목에서 읽혀지듯이 ‘빵’에 집착한다. 어린 시절부터 타고난 후각으로 인해 공기중의 습도까지 알아맞히는 김탁구는 아버지 구일중을 통해 빵과 인연을 맺으면서 결국 한국 제빵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팔봉선생의 제자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여기엔 평생의 라이벌인 구마준이 함께 들어와 대결구도가 펼쳐진다.

 

거기에 더해 첫사랑인 신유경(유진)과 팔봉 선생의 손자인 양미순 그리고 거성가의 장녀로서 거성기업을 운영하고 싶어하는 구자경 등의 세부적인 이야기가 보태지면서, 시청자들은 넋을 잃고 작품을 감상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런 저런 이유를 수없이 댈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제빵왕 김탁구>의 가장 큰 매력은, 결국 ‘착한 사람이 이기는 드라마’를 보고 싶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제빵왕 김탁구>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김탁구다. 김탁구는 비록 구일중의 피를 이어받았지만, 어머니가 보모인 탓에 서인숙에게 배척당하고 심지어 한승재에 의해 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기게 된다.

 

비록 출생자체는 조금 그렇지만 김탁구는 자신이 어려움에도 주먹을 통해 다른 이들을 돕고자 하고, 배운 것은 없지만 정으로 똘똘 뭉친 멋진 사내다. 오늘날 주변에서 행패부리는 이들을 봐도 서로 몸을 사리는 것이 일반적인 광경인 것을 고려하면 김탁구는 ‘구식 인간’이라 할만하다.

 

게다가 김탁구는 12년전 잃어버린 어머니를 찾기 위해, 길바닥을 헤매고 마침개 팔봉빵집에서 (어머니를 자신의 눈앞에서 납치해간) 바람개비 문신의 조진구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도 결국 어머니의 행방을 모른다는 사실에 오열하면서도 해꼬지를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가 자신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뉘우치는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삐뚤어질 법한 상황에서도 김탁구는 마음을 다잡고 어머니를 찾고 아버지앞에 언젠가 당당하게 나서기 위해 빵을 배우기 위해 나선다. 김탁구가 빛이라면, 구마준은 어둠을 상징한다.

 

구마준은 애초에 탄생하면 안되는 인물이었다. 그는 어머니 서인숙과 한승재 비서실장의 부적절한 관계를 통해 세상에 태어난 인물이다. 따라서 그는 모든 것을 갖게 되지만, 동시에 무엇도 가질 수 없는 불행한 인생을 살 수 밖에 없다.

 

어느날 자신의 앞에 갑자기 나타난 김탁구로 인해 ‘열등감’에 그가 휩싸이게 되고, 그것도 부족해 12년후 어머니 김미순 이후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신유경을 빼앗게 되는 것은 그런 면에서 ‘필연’이라 부를 만하다.

 

생각해보면 어머니 서인숙과 한승재의 부적절한 관계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읽을 수도 있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치와 언론 그리고 재계는 어지러운 혼맥을 통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신들만의 ‘세상’을 창조하고 그 안에서 대대손손 부와 명성을 계속해서 유지하려 한다.

 

오늘날 우리 나라에서 부모들이 1류대에 보내기 위해 애쓰는 것은 자식에게만은 가난을 물려주지 않고, 그들의 신분이 상승하고 부자로 살기 위한 바람에서라는 점에서 눈물겨운 시대의 아이러니라 할 것이다.

 

그러나 신분 상승의 진입장벽은 날로 높아져서 오늘날엔 거의 불가능해졌다. 그리고 정의롭게 살고자 하는 이들보다 특권을 가진 이들이, 때론 불의한 이들이 승리하는 이들이 많아진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비록 드라마를 통해서지만 정직하고 선한 이들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길 갈망한다면, 그건 너무 지나친 해석일까? 내 생각엔 많은 이들은 현실에서 정의와 진실이 승리하는 것을 보지 못해 답답하다고 여겨진다. 그들이 <제빵왕 김탁구>에 열광하는 것은 명품 조연들의 호연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토리 전개에도 이유가 있지만, 가장 밑바닥엔 ‘정의가 승리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세상’에 대한 염원이 깔린 탓이 아닐까 싶다.

 

비록 출생이 거성가의 왕자이고, 천재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지만, 그 외에 김탁구는 오직 실력과 정의로운 성격으로 더러운 수를 쓰지 않고 구마준을 이기고 거성가의 일원으로 결국 대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진정 우리가 보고 싶은 사회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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