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감동적이었던 ‘성균관 스캔들’

朱雀 2010. 9. 1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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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동생이 <성균관 스캔들>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며 ‘참 독특한 취미생활이야’라고 혼잣말을 되뇌였다. 동생은 어느 때부터인가,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게 일과가 되버린 탓이었다.

 

그런데 녹화된 <성균관 스캔들> 5화를 보면서 생각이 싹 바뀌었다. 보면서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기 때문이다. 5화에서 김윤희는 정약용에게 여자인 사실이 탄로난다. 하여 그녀는 중대기로에 서게 된다.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면, 그녀 자신은 물론 집안 식구들이 모두 엄청난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근데 앞뒤사정도 모르고 꽉 막힌 선비 이선준은 김윤식에게 활쏘기만을 강요한다. 바로 대사례 때문이다. 정조가 직접 주례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한 자리였다. 게다가 노론의 영수인 좌의정의 아들이면서도, 그런 특권을 버리고 스스로 세상을 바꿔보려 하는 이선준에겐 더더욱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아직 활쏘기를 못하는 김윤식에게 어떻게든 활쏘기를 가르치려는 이선준과 스스로의 한계 때문에 고민하는 김윤식은 서로 부딪치고 만다.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밝힐 수 없기에 애둘러서 ‘기적이 생기지 않는 한, 출사는 불가능하다’라는 식으로 김윤식은 말하고, 소론 일파에 의해 오른팔이 다친 이선준은 ‘기적을 만들어내겠다’며 왼팔로 다섯 번 과녁에 명중하면, ‘다시 활을 잡으라’고 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말을 실현시키기 위해 정말 미련하게 활을 잡는다. 사실 이런 식의 이야기전개는 너무나 많이 봐온 것이라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기 어렵다. 허나 배우들의 사실적인 연기는 그런 식상한 스토리 라인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데뷔한 이래, 오랫동안 절치부심했던 박민영은 마치 극중 남장여자로서 목숨을 걸고 성균관에 들어온 김윤희처럼 목숨을 걸고 연기하는 것 같다.



 

풍비박산난 집안의 사정에 더해 동생의 약값으로 인해 자신마저 팔려가기 일보직전까지 몰렸던 김윤희. 돈을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과에 몰래 나갔다가 이선준 때문에 성균관까지 흘러들어온 그녀는 그곳에서 진정한 학문의 즐거움을 깨닫고, 자신을 알아주고, 자신을 위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며 생전 최초로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하여 감히 말도 안되는 일임에도 정약용에게 무릎을 꿇고 간청하게 된다. 박민영의 눈물어린 호소는 시청자의 마음마저 뭉클하게 한다. 우직하게 밤새도록 비를 맞아가며 활을 쏘아대던 이선준역의 믹키유천은 어떤가?

 

그는 ‘발연기’로 일관했던 최근 아이돌의 행보에 다른 비전을 제시한다. 오랫동안 연기를 위해 준비한 듯한 그의 연기는 남들이 보기엔 축복받은 좌의정의 아들로 태어났음이, 오히려 형벌로 돌아오는 상황속에서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앞으로 우직하게 나아가는 모습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송중기는 속을 알 수 없는 구용하역으로 능청스럽고도 멋진 꽃미남 역을 그야말로 멋들어지게 해내고 있다. 하인수역의 전태수는 그야말로 ‘준비된 연기자’다! 친누나인 하지원도 처음 브라운관에 도전해선 금방 적응하지 못했는데, 그는 쉽게 카리스마를 뿜어내기 어려운 첫 브라운관 도전에서 그야말로 멋진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다.

 

인상을 많이 쓰는 것 같아 얼핏 보면 ‘겉멋’으로 비추거나, 인상만 쓴다고 오해받기 쉬울 연기인데, 그의 연기에선 그런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악역이 강해야 상대적으로 주인공들이 사는 상황에서 그의 연기는 그야말로 탁월하다고 밖에 할말이 없다.

 

이런 주연과 조연배우들의 멋지 연기에 힘입어 5화는 절실함과 기적을 바라는 마음들이 모여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우린 흔히 절망적인 상황에서 ‘포기’를 너무나 쉽게 입에 올린다. 그리곤 세상을 탓하고, 시대를 탓한다. 허나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혹은 내가 옳다는 것을 이루기 위해 최후의 마지막까지 정말 걸어본 적이 있었는가?

 

<성균관 스캔들>은 고작 시청률을 위한 월화드라마임에도 쉽지 않은 인생의 물음과 그에 대해 진지한 답을 내놓고자 하는 청춘의 몸부림을 너무나 멋들어지게 연출해냈다. 5화에서 벌써부터 이런 멋진 연출을 해내다니...앞으로 <성균관 스캔들>이 어떤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낼지 기대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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