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인피니아에 대한 몇 가지 지적질

 

얼마 전 LG 홈시어터 쇼케이스 행사를 다녀왔다. 행사가 열린 장소엔 이번에 LG가 야심차게 발표한 홈시어터 일체형 모델인 HB994PK를 다양하게 디스플레이 시키고, 이를 관람객들이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신경을 썼다.

 

또한 좀 더 HB994PK의 성능을 느껴보고 싶은 이들을 위해 빛과 소음을 차단한 별도의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물론 이런 발표회에서 빠지지 않는 맛있는 음식과 연주회 등은 주최측의 섬세한 배치와 마음씀씀이가 엿보이는 구석이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얕은 홈시어터 지식이 있고, 제품에 대한 의문점이 들어 내 블로그에 몇 자 적어보려 한다. 현장스케치 등은 필자보다 더욱 잘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그분들에게 맡겨보고 이제부터 이야기를 써내려가겠다.

 

-미리 밝히지만 지금부터 지적하는 부분은 HB994PK의 문제점이나 결점이 아니라, 필자의 관점에서 HB994PK의 아쉬운 대목을 지적한 것이다. 이마저 상당한 오류의 가능성을 안고 있음을 미리 밝힌다!-

 

1. 센터 스피커의 부재

 

HB994PK를 처음 보고 한참 동안 센터 스피커를 찾았다. 분명 앞에 프런트 스피커는 있는데, 센터 스피커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홈시어터에서 프런트 스피커는 음악과 음향 효과를 담당하고, 센터 스피커는 대사와 화면의 음향을 디스플레이와 ‘동일시’ 하는 효과를 담당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등장인물은 모두 화면 중앙에서 대사를 친다. 만약 그런 대사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쏠려 있다면 시청자의 입장에선 영상과 음향이 불일치 되어 귀에 거슬리기 쉽다.

 

나중에 책자를 살펴보니, 프런트 스피커가 ‘인비저블 센터 스피커 역할을 한다’고 적혀 있었다. 풀어서 말한다면, 세 개의 스피커가 해야 할 일을 두 개의 스피커가 한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프런트 스피커가 센터 스피커 역할까지 하는 경우를 예전에 들어봤지만 센터 스피커가 실제로 ‘있고-없고’의 차이는 매우 컸다. 뭘 기준으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전보다 두 배 강화시켰다‘고 했는데, 내 기준에선 센터 스피커의 부재는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었다.

 

 

2. 플레이어를 프런트 스피커에 달다니...

 

개인적으로 HB994PK를 보고 가장 놀란 부분은 플레이어를 스피커와 합친 부분이었다. 센터 스피커의 부재야 기술이 발전되어 어느 정도 보정할 수 있다지만, 플레이어와 스피커를 합친 부분은 내 상식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왜냐하면 프런트 스피커는 폭발음부터 새의 지저귐까지 재생해야 하므로, 스피커 통 자체의 떨림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는 디스크를 인식해야 하는 플레이어에 영향을 끼쳐, 최악의 경우 디스크를 읽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물론 LG 전자 측에서 이를 모를 리가 없고, 아마 대비책도 어느 정도 세웠으리라 보지만, 그렇다 해도 여전히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왜냐하면 홈시어터 마니아의 입장에선, 영상 재현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지닌 기기를 구입하길 미룰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3. 무선 시스템 완벽할까?

 

홈시어터를 구입하고자 하는 이들이 가장 난감해 하는 부분 중에 하나가 ‘선’이다. 아무리 쉽게 설명되어 있다고 해도, 초보자의 입장에서 선을 각 스피커와 연결하는 건 쉽지 않고, 선을 연결하고 난 뒤 거실을 온통 둘러싼 각종 스피커 케이블을 보기 좋게 정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따라서 홈시어터에서 ‘무선’은 사용자에게도 제작자에게도 계속해서 노력해야할 목표다. 그러나 현재의 무선 시스템은 아직 안타깝게도 완벽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 -틀렸다면 지적 바란다-

 

게다가 가정집에는 수 많은 가전제품들이 있고, 이들은 모두 전자파를 뿜어댄다. 그리고 무선 시스템으로 작동되는 기기들은 그런 전자파로부터 자유롭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옵션으로 스피커 선을 달 수 있는 단자 등을 지원해 선정리가 귀찮더라도 좀 더 고음질로 즐기고 싶은 사용자를 위해 배려를 했으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다.

 

-완벽한 무선 시스템이라고 해도, 역시 유선만은 못하다는 게 마니아의 입장이다. 따라서 원하는 이들에겐 유선 연결을 할 수 있도록 단자 등을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HB994PK의 가격은 약 349만원으로 행사장에서 들었다. 이 가격은 일반 소비자에겐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며, 홈시어터 마니아들에게도 비싸긴 마찬가지다.

 

HB994PK은 스펙만 놓고 따진다면, 장점이 많다. 선을 없애서 편하게 설치할 수 있고, 센터 스피커를 생략해 TV 앞에 스피커를 놔야하는 번거로움도 없앴다. 게다가 디스크를 넣는 부분까지 스피커와 일체화시켜 차지하는 공간을 많이 없앴다. 그러나 생략한 만큼 ‘성능을 어느 정도 희생시킨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물론 필자는 음향을 듣는 즉시 저역-중역-고역을 확실하게 분리해내고, 사람 목소리와 효과음의 재생을 완벽하게 지적해낼 정도로 ‘황금귀’는 지니고 있지 않다. 또한 현장에서 HB994PK의 성능을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은 불과 6분 정도에 불과해 ‘성능’ 자체를 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필자는 홈시어터 전문가가도 아니기 때문에 성능을 운운할 자격도 없다-

 

확실한 성능을 논할 수 없고, 지적해봐야 오류투성이인 이런 이야기를 늘여놓는 것은 LG가 마니아 시장을 겨냥해 홈시어터 제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HB994PK의 가격은 위에서 밝혔지만 3백50만원에 이른다. 이는 일반 소비자가 쳐다보기엔 너무 거금이다. 그러므로 이 제품을 사기 위해선 마니아거나 생활에 어느 정도 여유 있는 이들이 살 수 밖에 없다.

 

HB994PK은 여러 가지 부가 기능이 넘치지만, 만약 누군가가 HB994PK를 구입한다면 결국 홈시어터 기기로서 ‘성능’을 보고 사는 것이다. 따라서 디자인도 좋고, 무선도 좋지만, 성능을 어느 정도 희생시킨 듯한 컨셉은 홈시어터를 많이 구경한 입장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아마 HB994PK를 구입할 정도의 재력가나 마니아들에겐 매력적인 제품이 되기 어렵지 않나 싶다. 제대로 청음할 시간이 주어지진 않았지만, 소리로 ‘감동’을 받진 못했다.

 

물론 사람의 편견은 무서우며, 필자는 제품을 보면서 이런 저런 선입견이 생겨버렸기 때문에 제대로 음향을 듣지 못했을 수도 있다. 오류를 안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LG가 다음에 제품을 출시한다면 좀 더 홈시어터 마니아의 취향을 반영해서 제품을 개발해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일반 소비자가 아닌 마니아를 상대로 하게 되면, 시장은 비교할 수 없이 작아지고, 제품을 만드는 일은 무척 까다롭게 된다. -마니아들은 심지어 디스플레이 되는 LED 하나 가지고도 따지는 존재들이니까-

 

그러나 그들을 만족시키고, 홈시어터 평론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소위 말하는 ‘명품’이 탄생하는 것이고, 이는 전 제품에 퍼져 ‘이미지’를 형성하게 된다. 해외 홈시어터 명가들은 이른바 플래그십 모델에 모든 기술과 철학을 집결시켜 관련 종사자와 마니아들의 호평을 샀다. LG의 인피니아도 그런 호평을 받는 기기가 나와 쇼케이스에서 만나게 되길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