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부산영화제 참석한 일본 배우들, 정말 무례했을까?

朱雀 2010. 10. 1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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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다음 메인 뉴스란을 보니, ‘일본 배우들이 부산 영화제 우습게 안다’라는 기사가 떴다. 내용을 대충 보니 윌리엄 데포 같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인터뷰에 공을 들이는 반면에, 아오이 유우-츠마부키 사토시-후카츠 에리등이 인터뷰에 불성실하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얼핏 기사를 읽으면서 화가 났다. 부산영화제를 무시하는 듯한 그들의 태도에 분노를 느꼈다. 그러다가 곰곰이 읽어보면서 의아한 대목들이 눈에 띄었다. 우선 기사가 비난하는 무례 관련 부분은 전적으로 ‘인터뷰’ 관련 부분이었다. 기사를 쓴 기자가 흥분하는 대목을 보면 전부 기자가 인터뷰를 위해 참가했는데, 행사장에 늦거나(혹은 며칠전에 불참 통보를 했거나), 충분히 시간을 주지 않은 점에 대해 분노에 가까운 비난을 표하고 있었다.

 

심지어 영화제 관계자의 말이라며 ‘일본 배우들이 영화제 참석보다 관광차 오는 경우가 있다’라는 인용 문구에선 기가 막힐 지경이다(정말 사실인지 알수 없는 인용구였다). 아오이 유우는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없지만, 츠마부키 사토시와 후카츠 에리는 다른 기사를 찾아보니 이상일 감독의 <악인> 홍보차 내한했다.

 

그러나 영화만 초청받았지, 정작 배우와 스탭들은 초청받지 못해 ‘자비’를 들여 입국했다고 한다. 당연하지만, 자비로 왔다는 것은 그만큼 여러 가지 시간적-물질적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다(확인치는 못했지만 아오이 유우에게도 이런 식의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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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입출국 일정을 모두 비밀로 한 것은 혼란을 최소화해서 11일 하루 동안의 일정이라도 최대한 풀어가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즉, 츠마부키 사토시와 후카츠 에리가 (기자들과) 불과 30여분 정도 밖에 인터뷰 시간을 갖지 못한 것엔 이런 속사정이 있었다. 특별히 기자를 무시하거나, 부산국제영화제를 깔보는 행동이 아니었단 말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의 속사정을 알고 나니, 아오이 유우도 뭔가 사정이 있거나 다른 이유로 국내 기자들과의 인터뷰에 성실히(?) 임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해당 기자의 기사엔 그런 사정은 쏙 빼놓은 채, 그저 두 배우의 행동에 대해 비난에 가까운 기사만을 늘어놓고 있다. 이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일부 기자들은 너무 권위의식에 사로잡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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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취재대상이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게 해주지 않을 경우, 거의 무자비할 정도로 기사를 써내 그들을 너덜너덜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건 거의 ‘사실날조’에 가까운 수준이다!

 

내가 보기엔 부산국제영화제를 우습게 만드는 것은 일본배우들이 아니라, 이런 엉터리 기사들을 써내는 기자들이 아닐까 싶다. 잠시나마 이런 기사를 보며 흥분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고, 아오이 유우-후카츠 에리-츠마부키 사토시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일본은 바로 옆나라하고 하지만, 일제강점기 시절 탓에 우린 아무래도 적개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 감정을 교묘하게 이용해 아무 죄 없는 일본배우를 공격하는 기사를 쓴 기자와 해당 언론사에게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는데, 일부 우리 언론은 한참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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