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도망자’를 보다가 빵 터지다!

朱雀 2010. 10. 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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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대물>을 재밌게 보고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도망자>를 보게 되었다. 앗! 이런! 생각해 보니 플레이오프 경기 때문에 <도망자>가 늦게 시작한 것이었다. 주말에 재방을 볼 생각을 하고 있다가 보니 뭔가 횡재한 기분이었다. 마침 그때는 이나영이 멜기덱에서 보낸 자객(?)과 일대일로 싸우고 있었다. 비록 여자끼리의 싸움이었지만, 정말 ‘처절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 사람은 치고 받고를 계속했다.

 

이나영도 이나영이지만, 단 한마디의 대사없이 묵묵하게 자객의 역할을 해내는 연기자에게도 박수가 나올 정도로 액션 연기는 기가 막히게 훌륭했다. 그런데 정작 중간 보스급인 윤손하가 나오면서 상황은 반전되었다.

 

이나영이 클로즈업 되는 순간, 나는 그만 ‘빵!’ 터지고 말았다. 왜냐하면 너무나 얼굴이 멀끔했기 때문이다. 내가 본 것만 해도 이나영의 얼굴은 주먹으로 최소 몇 대는 맞고, 발로 가격을 당했다. 실제 상황이라면 눈두덩이가 팅팅 붓고, 코피가 질질 나오고, 입술이 찢어져서 피가 철철 나오는, 말 그대로 (얼굴이) 엉망진창이어야 했다. 물론 드라마이니, 주연 여배우의 얼굴이 엉망진창인 것은 여러모로 곤란할 것이다.


 

그러나 방금 세수를 하고 그것도 부족해 팩을 하고 거기에 화장까지, 족히 세 번이상의 관리(?)가 들어간 듯한 뽀얀 피부는 ‘몰입감’을 산산히 부셔버렸다. 그러면서 ‘참! 이건 드라마였지’라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연기만 놓고 본다면 이나영의 연기는 훌륭했다. 자신이 죽이려고 하는 정체불명의 조직 ‘멜기덱’을 향해 증오와 한 맺힌 대사와 원한의 눈빛을 보내고, 자신을 두 번이나 미끼로 쓴 지우(비)의 뺨을 두 대나 때리면서 화를 내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선 정말 항상 ‘죽음의 공포’와 ‘부모를 죽인 원수’를 향한 피맺힌 마음이 엿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어라?! 정작 이나영에게 뺨을 몇 대 맞은 비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실제로 이나영이 실감나는 연기를 위해 때린 것인지, 아님 화장을 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최소한 비의 얼굴엔 ‘따귀’를 맞은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때 다시 한번 어이 없어지고 말았다.



멜기덱의 하수인에게 엄청나게 두들겨 맞았는데 이나영은 한점 티끌 없는 피부를 자랑하건만, 비는 겨우 이나영에게 한 대 맞고 뺨이 붉게 물들었다. 이나영이 보기와 달랐나? 아님 비가 이나영보다 실은 피부가 많이 약했던 것일까? 사실 이나영은 얼굴만 예쁘고 여리여리해 보일뿐 실제로는 왠만한 외부충격에는 표도 안 나고, 남자를 능가하는 괴력을 보여주는 인물이었단 말인가?

 

안다! <도망자>는 드라마일 뿐이면, 어쩌면 이건 소소한 ‘옥의 티’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직접 몸을 사리지 않고 연기하는 이나영의 얼굴이 마치 ‘화장품 CF’를 보듯 깨끗한 것을 넘어서서 완벽한 상태라는 점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비의 얼굴도 비슷하면 ‘그러려니’하고 넘어갈텐데, 정작 비는 얼굴에 뺨 몇 대 맞은 흔적이 역력하니 뭐라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담당PD의 입장에선 어느 정도 ‘사실성’을 담보하기 위해, 최소한 여배우의 입술이 터져 핏물이 흐르고, 어느 정도 상처도 있어야 했다.

 

만약 이나영이 원치 않았다고 해도, 드라마의 완성도를 위해 PD가 고집해야 했다. 이나영을 너무 아낀 탓인지 모르겠으나, 시청자가 보기엔 심각한 상황에서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앞으론 이런 장면에 유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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