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슈퍼스타 K'가 이룬 진정한 성과

朱雀 2010. 10. 25. 07:00
728x90
반응형



<슈퍼스타 K 2>의 마지막 방송이 지난주 방송되었다. 존박을 누르고 허각이 우승함으로써 그 정점을 찍었다. <슈퍼스타 K>의 마지막 방송은 거의 20%에 달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동시간대의 공중파 방송을 압도하는 양상을 보였다.

 

20%대에 달하는 시청률은 공중파에서 드라마로도 얻기 힘든 시청률에서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슈퍼스타 K>는 우리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중 작게는 허각-존박-장재인 등 본선에 올라 무수한 화제를 나은 출연자를 들 수 있겠고, 크게는 예능판도를 뒤집어 놓은 것을 말할 수 있겠다.

 

나는 거기서 좀 더 확장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일찍이 앨빈 토플러 같은 미래학자는 세상을 돌아다니며 관찰을 하고, ‘권력이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권력이동>을 통해 이야기한 적 있다.

 

이걸 현재 우리 상황에 대입해서 생각해보자! 오늘날 공중파의 영향력은 케이블 방송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로 이전만 못하다. 그러나 사람의 인식이란 바뀌기 어려운 것이, ‘공중파=전국구’라는 생각이 알게 모르게 대다수에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중파 예능 관련 PD들의 머릿속에도 아마 ‘우리 프로에 출연하지 않으면 정식 가수가 될 수 없다’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박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조금 생각해보면 이게 말이 안 되는 것이, 공중파가 우리 생활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한 시기는 불과 채 40년도 되지 않는다.

 

-흑백TV가 생산된 것이 60년대 중반이고, 컬러 TV 생산된 것이 73년임을 감안하고, 여기에 당시 TV가 고가품인 사실등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양보해서 TV가 국내에 약 70년대부터 TV가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고 가정해보자. 물론 약 4O년도 긴 시간이다. 30년을 ‘한 세대’로 규정하는 우리네 계산법에서, 우린 한 세대동안 TV가 크나큰 영향을 끼치는 것을 보고 자라왔다.

 

그러나 우린 또한 교육과 변화되는 환경을 통해 케이블을 비롯한 다른 매체들이 공중파에 필적하게 성장중이란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단순히 아는 것과 이를 체감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물론 케이블 방송에서도 <롤러코스터> 같은 인기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3%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그 ‘싹’을 보여왔다.

 

그러나 우린 눈앞에 뭔가 확실한 징후가 나타나지 않으면,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다. 당장 나만해도 그렇다! 자! <슈퍼스타 K>가 이번에 약 20% 달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이것을 감히 공중파에서 케이블로의 ‘권력이동’이 이뤄지는 징후이자 변화의 계기를 촉발했다고 규정하겠다. 케이블 방송은 <슈퍼스타 K>로 ‘우리도 하면 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역으로 공중파는 그동안 애써 무시해왔던 케이블 방송에 대한 ‘공포심’을 되살리게 되었을 것이다.

 

케이블 방송은 공중파와 달리 일정 이상의 돈을 내야하고, ‘가입’과 ‘설치’라는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공중파에 비해 케이블을 보는 시청자수는 당연히 적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슈퍼스타 K>는 방송되는 내내 화제가 되었다. <슈퍼스타 K>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어떤 이는 인터넷을 뒤졌고, 어떤 이는 돈을 내고 다운을 받았다. 또 다른 이는 케이블에 가입하기까지 했다. 이런 저변의 확대는 기존의 공중파가 가지고 있던 ‘절대적 권력’을 케이블이 일정 부분 가져감으로써 ‘약화’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물론 공중파는 이런 결과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MBC에서 당장 11월에 ‘위대한 탄생’이란 대국민 오디션 방송을 하는 것이 그 예이다! 허나 감히 말하는 데 MBC의 새로운 방송 프로그램은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졸속’이기 때문이다! 비록 케이블 방송이지만 <슈퍼스타 K>의 경우엔 작년에 1회를 거치면서 얻은 경험과 나름 몇 개월에 걸친 심사와 숙고의 시간을 가져왔다. ‘케이블’이란 특성상 좀 더 공중파에선 하기 힘든 과감하고 좀더 ‘센’ 표현들을 해왔다.

 

반면 <위대한 탄생>은 <슈퍼스타 K>의 거센 역풍에 놀란 MBC가 갑자기 진행한 탓에 충분한 사전작업 시간을 갖지 못했다. 또한 공중파인 탓에 ‘표현의 수위’도 여러 장애가 뒤따를 수 밖에 없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동안 공중파는 케이블의 성장에 대해 무시해왔다. 허나 이번 <슈퍼스타 K>의 성공으로 벌써부터 당장 케이블 시청자수가 ‘2배 이상 늘 것이다’라는 예측까지 튀어나오고 있다. -참고로 현재 시청자 가구수는 약 1,500만으로 집계되고 있다-

 

<슈퍼스타 K>의 또 다른 의미는 ‘공중파 못지 않은 질 높은 프로를 케이블에서도 볼 수 있다’라는 사실이다. 물론 <슈퍼스타 K>는 ‘선정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그건 공중파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린 알게 모르게 ‘지상파>케이블’이란 도식을 머릿속에 그려왔다.

 

케이블 특정 프로의 ‘막말 방송’과 ‘선정성 논란’은 우리의 그런 선입견을 더욱 강하게 굳히는 효과를 가져왔다. 허나 <슈퍼스타 K>를 통해 우린 ‘케이블 방송도 꽤 볼만하다’라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고, 이는 다른 케이블 방송으로 퍼질 가능성이 높다.

 

케이블 방송에 가입한 이들은 단순히 <슈퍼스타 K>뿐만 아니라, 채널을 돌리면서 <롤러코스터>를 비롯한 예능 방송과 <별순검>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공중파 못지않은 재미와 감동을 느끼게 될 공산이 높아졌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슈퍼스타 K>로 인해 벌어진 일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당장 <슈퍼스타 K>로 인해 엠넷은 내년 <슈퍼스타 K> 시즌 3을 방송할 경우 높은 광고수익과 일정 이상의 시청률을 보장받게 되었고, 이는 보다 완성도 있는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에게 보답하게 될 것이다.

 

이런 수혜는 어느 정도 다른 케이블 방송도 입게 될 것이다. 물론 당장 케이블 방송이 공중파를 뒤짚는 일이 발생하진 않을 것이다. 아직까지 공중파는 거의 무료에 가깝고, 케이블은 ‘유료’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까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공중파는 어떡해서든지 자신의 권력을 지키고자 안간힘을 쓸 것이다. 또한 시청률 두 자리수의 기적은 아직 <슈퍼스타 K>외엔 이룬 적이 없는 금자탑이다.


허나 모든 일이 그렇지만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조금 쉬워진다. ‘길’이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슈퍼스타 K>가 촉발한 변화에 대해 다른 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우린 좀 더 다양한 가수들이 꼭 공중파가 아니더라도 데뷔할 수 있는 것을 보게 되고, 가수지망생들은 이런 수혜를 (조금이나마) 입게 될 것이다. 또한 판에 박힌 듯 비슷한 공중파 예능에서 벗어나 좀 더 이야기와 감동이 있는 방송을 볼 ‘선택권’을 지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선정성'과 '공정성'의 시비에선 자유롭긴 어렵겠지만 말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