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위대한 탄생’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한 김태호 PD

朱雀 2010. 10. 2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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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5일부터 방송예정인 <위대한 탄생>의 2차 심사위원중 한명으로 김태호 PD가 참여한다는 뉴스가 떴다. 개인적으로 김태호 PD를 무척 좋아한다. 벌써 6년째 방송중인 <무한도전>은 새로운 기획과 예상을 뛰어넘는 깨알같은 재미를 주는 자막으로 시청자들의 무한신뢰를 받고 있으며, 그걸 지휘하는 장본인이 김태호 PD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찬찬히 생각해 보자. 김태호 PD가 천재이며, 예능에 있어선 거의 ‘신’의 위치에 오른 것은 인정한다. 그런 그가 예능인이나 방송인을 뽑는 프로가 아니라, 음악인을 뽑는 프로의 심사를 본다니...뭔가 이상하지 않는가?

 

물론 김태호 PD 혼자서 심사를 보는 것이 아니며, 김태호 PD는 나름대로 다른 면을 심사하겠지만 그래도 뭔가 내내 걸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바로 <위대한 탄생>이 <무한도전>의 명성을 이용하려고 들기 때문이다.

 

<위대한 탄생>은 처음부터 말이 많았다. 우선 가장 의심을 받는 것은 ‘<슈퍼스타 K>의 아류작’이란 세간의 평가다. 아직 전파를 타기도 전에 이런 눈초리를 받는 것은 잘 알려진대로, 현 MBC 사장이 ‘<슈퍼스타 K>에 대적할 프로 없느냐?’라는 질책에 의해 진행되었다고 알려진 탓이다.

 

<위대한 탄생>은 내내 한국의 ‘폴 포츠나 수잔 보일’을 찾겠다고 말하고 있다. <위대한 탄생>이 <슈퍼스타 K>를 능가하거나 버금가는 성공을 얻기 위해선 ‘뭔가 다른 것’이 필요하다. MBC는 공중파인 만큼 유리하기도 하지만, 흥행이나 내용이 <슈퍼스타 K>보다 못할 때는 가차없는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위대한 탄생>의 해외 오디션 심사위원을 아이돌이 맡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발칵 뒤집혔다. ‘2PM이 태국, 카라는 일본, 슈퍼주니어는 중국’등으로 알려지면, ‘아이돌이 심사하는데 무슨 한국의 폴 포츠냐?’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다행히 아이돌은 진행만 맡는 것으로 다시 알려지면서 이런 논란은 수그러 들긴 했지만, 여전히 <위대한 탄생>은 심사위원이 누구인지, 어떤 방식으로 채점하는지 알려주지 않고 있다.

 

물론 <위대한 탄생>엔 ‘록의 전설’ 가수 김태원이 참가하는 사실등이 알려졌고, MBC도 보다 공정한 심사를 위한 다양한 이들을 초빙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슈퍼스타 K>의 본선 심사위원은 이승철-윤종신-엄정화가 맡았고, 초반에 빠지긴 했지만 박진영이 참가했었다. 이는 <슈퍼스타 K>가 무엇을 지양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바로 ‘상업성’이었다. 우리 대중음악계의 전설인 조용필은커녕 맨발의 디바 이은미나 ‘거위의 꿈’의 인순이 등을 참여시키지 않음으로써 <슈퍼스타 K>는 정체성을 확실히 했다!

 

<위대한 탄생>이 <슈퍼스타 K>와 차별화를 두고 싶다면, <슈퍼스타 K>에선 (출생상) 모실 수 없는 이들을 모셔와야 한다. 한국음악의 자존심인 조용필이나 이은미, 인순이 등 우리 음악의 산 역사이자 증인들을 모셔와야 숨겨지거나, ‘아이돌’이란 상업성에 매몰되어 빛을 보지 못하는 이들이 새롭게 발굴될 수 있다.


예능 프로의 김태호 PD를 ‘깜짝 이벤트’용으로 사용하는 대신 말이다. 현재 MBC의 <위대한 탄생>에 대한 기사들을 보고 있노라면 자꾸만 불안감이 엄습한다. MBC측은 폴 포츠와 수잔보일을 언급하고, ‘제 2의 조용필을 찾겠다’라고 호언장담하지만, 왠지 보도되는 것들은 그런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보이기 때문이다. 부디 이런 나의 생각이 기우로 끝나기만을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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