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소녀시대의 '훗'이 반가운 이유

朱雀 2010. 10. 2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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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녀시대가 들고 나온 타이틀 곡 ‘훗(Hoot)'에 대한 반응이 꽤 좋다. 발표와 동시에 1위를 차지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니 따로 말하지 않겠다. 내가 관심을 두는 항목은 ’훗‘이 무엇을 지양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사실 ‘훗’의 티저나 9명의 멤버들이 본드걸 스타일로 사진을 찍은 것을 봤을 때만 해도 걱정스러웠다. 이전의 지나친 섹시컨셉의 연장이 아닌가 싶어서 였다. 소녀시대는 원더걸스가 미국진출 한 후, 걸그룹계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물론 거기엔 2009년 발표한 ‘Gee'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Gee'는 이전까지 원더걸스에 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던 소녀시대를 한국 최고의 반열에 올린 그야말로 ‘명곡’이라 부를 만 했다. ‘지지지! 베이베 베이베’로 기억되는 반복구간은 ‘후크송’이란 말과 함께 대중문화계를 강타했다.

 

국민 모두가 신나서 따라 부를 정도로 중독성이 심했고, 소녀시대의 발랄하고 경쾌한 매력이 돋보인 곡이었다. 그러나 같은 해 6월 29일 불과 6개월 만에 새로 들고 나온 ‘소원을 말해봐’에선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제복 컨셉에 짧은 바지를 입고 나온 이들의 노리는 바가 무엇인지 너무나 확실했기 때문이다! 바로 남자들의 본능을 건드린 것이다! 소녀시대 멤버들은 대다수가 늘씬한 키와 몸매를 자랑한다. 따라서 그녀들의 가장 큰 장점은 ‘각선미’였을 것이다. 9명의 소녀시대 멤버들이 각선미를 뽐내면서 추는 춤은 분명 남성에겐 어필했다.

 

그러나 그것은 지극히 ‘성적인 매력’으로 다가올 뿐이었고, 이전까지 ‘Gee'를 통해 건강하고 발랄한 그녀들의 이미지를 갉아먹는 수준이었다. 물론 소녀시대 팬덤은 ’변신‘이라고 변명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기획사가 소녀시대를 내세워 돈벌이를 하려는 것 외엔 다른 걸로 보이질 않는다.

 

그리고 올해 1월 28일 발표한 정규 2집의 ‘Oh!'는 어떤가? 여기서 9명의 소녀들이 ’오빠!‘라고 부르는 대상은 결코 비슷한 나이또래의 이들이 아니다! 여기서 지칭하는 ’오빠!‘는 최소 20대 후반부터 30-40대의 남성팬들을 지칭한다. 흔히 말하는 ’삼촌팬‘이다.

 

이전까지 남성팬들은 자신보다 어린 걸그룹을 응원하는데 장애가 있었다. 주변의 인식이 그를 안좋게 보거나 이상한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비슷한 또래의 여성팬들이 ‘이모팬’으로 불리며 2PM-샤이니에 대해 환호할 때, 삼촌편들은 숨직인 채 몰래 걸그룹을 좋아해야 했다.

 

그러나 20대 후반부터 40대까지 아우르는 삼촌팬들은 경제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다. 10대팬들처럼 열성적이진 않지만,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들의 관련용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경제력을 지니고 있었다. 기획사들은 여기에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소녀시대의 기획사처럼 대놓고 그들에 대해 찬가를 부르는 그룹까지 등장하고 말았다.

 

‘소원을 말해봐’가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공공연(?)하게 이루어줬다면, ‘Oh!'는 자신들의 팬심을 드러내지 못하던 삼촌팬들을 양지(?)로 끌어낸 곡이라 할만하다. 이 두 곡의 공통점은? 바로 ’상업성‘이다.

 

물론 걸그룹은 철저한 마케팅적 계산하에 만들어진 상업적인 그룹이다. 거기에 대해 시비를 걸 생각은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렇듯이 거기에는 사회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선’이 존재한다.

 

‘소원을 말해봐’는 남성 들의 제복에 대한 판타지를 건드렸고, ‘Oh!'를 삼촌팬들을 향해 ’오빠!‘라고 외쳐 그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거기에는 소녀시대의 색깔이나 음악성을 살리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그저 대중의 판타지나 기호에 영합하려고 한 기획사의 상술만이 돋보일 뿐이었다. 개인적으로 ‘소녀시대’ 자체엔 별다른 불만이 없다. 멤버들 자체에 대해선 호감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소원을 말해봐’ ‘Oh!'의 활동에 대해선 응원할 수 없었다. 거기엔 최소한의 음악성 없이 그저 그런 음악으로 ’돈벌이‘에 급급한 기획사의 ’상품‘만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훗’의 경우엔 약간의 섹시 컨셉은 가미되었지만, 이제 성인이 된 소녀시대 멤버들의 색깔을 찾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물론 영원한 라이벌 ‘원더걸스의 복고컨셉을 따라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는 받을 수 있지만, 복고가 원더걸스만의 것이 아니며, (소녀시대의 무대를 본다면) 본드걸을 이용한 소녀시대의 변신 역시 멋지다고 대중은 받아들일 것이라 본다.

 

또한 기존의 소녀시대의 후크송 스타일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다른 음악 색깔을 구현하고자 애쓴 점도 돋보인다. 소녀시대는 걸그룹 중에서 가장 열렬하고 가장 확실한 구매력을 가진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내가 기대하는 것은 음원 차트 1위나 상업적 성공이 아니라 국내 최고의 걸그룹이 자신들만의 색깔을 찾아가고,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느냐? 하는 점이다. 그동안 너무 섹시컨셉 일색으로 이미지만 소모되었던 그들이 새로운 컨셉으로 돌아온 것에 환영한다. 오늘 저녁에 이루어질 공중파 컴백무대가 너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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