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어린왕자를 만나기 위해 떠나다!

朱雀 2010. 12.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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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6도를 넘나드는 혹한의 추위에 우리는 떠났다. 매번 크리스마스나 연말 때 변변히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었던 우리는 무작정 서울을 나섰다. 시작은 ‘춘천가자’라는 여친의 말이었다. 사실 둘 다 역대 12월중에 제일 춥다는 날씨에 서울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24일밤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쁘띠프랑스’가 이번에 개통된 경춘선 복선전철의 청평역에서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되곤 일사천리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7호선 상봉역에서 경춘선으로 갈아타면서 달라진 분위기에 놀랐다. 다들 MT를 가는지 생수통과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들고 커플끼리 길을 나서고 있었다. 그 사이로 나타난 거리가수의 등장은 이채로웠다. 늘 전철에선 잡상인만 만나다가 예술인을 만나니 그것도 신기했다. 그저 전철 하나 바뀐 것 뿐인데, 늘 보던 분위기와 너무나 달라 신기했다.

 

상봉역에서 40분이 걸려 청평역에 도착하고, 쁘띠프랑스에 가는 셔틀버스가 운행중단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린 춥고 귀찮은 마음에 택새를 타고 ‘쁘띠프랑스’에 도착했다. 어린왕자가 특유의 묘한 표정으로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코끼리를 삼킨 무시무시한 보아뱀’이 모자모양 비슷하게 옆에서 위치하고 있었다. 마치 ‘당신이 무엇을 생각하든 그게 전부가 아냐!’라고 웅변하는 것 같았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야외극장에서 왕이 자신의 별에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쁘띠프랑스는 너무나 잘 어울렸다. 늘 그래왔겠지만, 작고 아기자기한 프랑스풍의 건물들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사진을 찍기에 모두들 여념 없었다.

 

전망대 옆에는 ‘어린왕자 산책길’이 있었지만, 너무나 추운 탓에 가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훗날을 기약하며 전망대에 들어서니 다양한 그림들이 우릴 반겨주었다. 파스텔톤의 고운 그림들은 너무나 이곳 분위기와 어울렸고, 동화속 마을로 들어온 상상을 몹시나 자극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쁘띠프랑스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우린 그 다음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의 작업실이었던 곳을 찾았다. 그곳엔 강마에가 만지던 악보들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고, 그가 치던 피아노가 전시되어 있었다. 한켠을 장식하고 있는 김명민과 장근석 그리고 이순재의 싸인은 그들이 이곳에서 불꽃튀는 연기대결을 벌이며 감동의 드라마를 찍던 그때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 다음 찾은 곳은 프랑스풍의 집이었다! 독특한 문양과 그림이 그려진 접시들은 그 자체로 황홀했다. 집한켠을 장식하고 있는 물건들과 얼기설기 집을 지지하고 있는 나무기둥들은 정말 유럽 한복판에 있는 호젓한 마을집에 온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물론 너무나 많은 관람객 덕분에 금방 그런 환상은 깨졌지만 말이다.

 

 

영하 16도의 날씨에 교통도 불편함에도 많은 이들이 이날 쁘띠프랑스를 찾았다. 처음에는 많은 인파 때문에 다소 짜증났지만 차츰 ‘이것이 맞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유원지에 친구랑 단 둘이서 간 적이 있었는데, 사람이 너무 없어서 적막했던 적이 있었다. 아마, 다음에 왔을 때 사람이 너무 없다면 그때와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을까 싶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를 모형으로 만들었다. 거기엔 아름다운 사랑의 사연들이 적혀있었다.


많은 이들이 입을 맞추면서 사진을 찍었던 오리모형

쁘띠프랑스는 작은 곳이었다. 그러나 아기자기하게 꾸며놨고, 특히나 다양한 조각과 장식품들은 방문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어린왕자>의 작가인 생 텍쥐페리 기념관에서 그의 생애와 <어린왕자>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생 텍쥐페리가 자필로 쓴 초기원고와 초창기 어린왕자의 스케치는 그 자체로 너무나 좋았다. 마치 그동안 짝사랑했던 상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 것 같아 마치 어린아이처럼 기쁘기 한량없었다.

 

아쉽게도 그런 기쁨이 짜증과 성남으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후 6시 시내버시를 기다리던 관람객들은 30분이 넘어선 온 버스 때문에 모두들 강추위에 오돌오돌 떨며 있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금방이라도 멋진 연주를 들려줄 것 같은 고풍스런 스피커와 멋진 오르골이 전시되어있던 '오르골하우스'


다음엔 ‘꼭 차를 렌트해오던지, 아니면 차 있는 사람을 꼬셔서 오자!’고 다짐하게 되었다. 그러나 가고자 이런 저런 계획을 세우면서 아침고요수목원을 비롯한 명소들이 주변에 위치해있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음에는 ‘그런 곳들을 찾아가야 되겠다’는 결심을 갖게 되었다.

 

작은 여행조차 떠나지 못하는 것은 새삼 내 자신 때문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금만 눈을 돌려도 얼마든지 문화를 찾아 떠날 곳들은 우리 주변에 널려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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