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스티브 잡스는 왜 기부에 인색할까?

朱雀 2010. 12.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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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플을 벗기다>라는 책을 보면서 새삼 IT평론가 니자드님의 혜안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단순히 우리가 따라가야 할 혁신 기업의 리더로서 무조건적으로 찬양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매우 객관적인 시선으로 정확한 사실에 기초해 ‘애플의 신화’를 벗겨낸 내용에선 찬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특히 잡스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역정을 그려내면서, 그의 내면 심리와 애플의 성공신화를 분석해낸 소위 ‘잡스이론’에선, 평론가적인 분석과 통찰력에 소설가적인 상상력까지 보태져 그야말로 IT관련서적이라곤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완성도와 재미를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더할 나위 없이 잘 써진 책이지만, 딱 한 가지 긍정할 수 없는 대목이 있다. 바로 잡스가 돈보다 명예에 집착한다는 부분이다. <애플을 벗기다>에 나오지만, 올해 3월 기준으로 애플의 현금 보유고는 약 417억 달러라고 한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397억 달러를 뛰어넘는 엄청난 규모다. 여태까지 잡스가 기부를 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어서, 기사를 찾아보니 지난 4년간 500만 달러를 낸 게 있긴 하다.

 

그러나 애플의 팬보이들이 한때 ‘악마’로 불렀던 빌 게이츠가 엄청난 액수의 기부(약 280억 달러)를 한 것에 비하면 너무나 대조적인 행보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26살 마크 주커버그가 <오프라 윈프리쇼>에 출연해 공교육 시스템 개선을 위해 1억달러를 기부하기로 약속한 사실을 생각해봐도 너무 약소한 금액이다. 이쯤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소개해보겠다.

 

 

애플 아이폰 기부앱 등록 거부...`부글부글'

비영리단체들이 기부자들이 간편하게 기부를 할 수 있는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애플이 막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9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이폰에 얼마나 많은 비영리단체들이 기부관련 앱을 등록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미국암학회나 몬테레이베이수족관 등은 관련 앱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출처: 헤럴드 경제

 

위의 링크된 기사를 보면 알겠지만, 현재 앱스토어는 기부 관련 앱이 활성화하는 것을 교묘하게 막고 있다. 기사는 놀랍게도 그 이유에 대해선 ‘돈’을 들고 나온다. 바로 ‘앱스토어 매출은 30%를 가져갈 수 있으나, 기부금은 그럴 수 없다’라는 결론부에선 머릿속에서 종소리가 댕~하고 울릴 지경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더 찾아보니, 지난 8일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가 주도하는 재산의 최소한 절반을 기부키로 하는 통큰 ‘기부약속’에 서명했다는 소식이 뉴욕타임스를 통해 보도되기는 했다. 그러나 이행에 이를 때까진 좀 더 지켜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기에, 여태까지 잡스의 행적을 위주로 그의 기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잡스의 돈에 대한 집착은 일찍이 1970년대 아타리 재직당시 워즈니악에게 (전적으로 그의 설계덕분에 1천달러의 보너스를 받았지만) 6백달러만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3백달러를 줄때부터 ‘싹’이 보이긴 했다. 그러나 기부를 잘 하지 않는 것도 부족해, 기부 관련 앱을 허가하지 않는 앱스토어의 정책을 볼 땐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 여겨진다.

 

우선 그 이유는 그의 출생과 성장 과정에 있지 않나 싶다. 빌 게이츠와 마크 주커버그와 달리 스티브 잡스는 양부모 밑에서 자라났다. 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부유한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양부모는 그에게 충분한 사랑을 베풀고 대학까지 보내줬지만, 풍족하거나 넉넉한 살림살이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나중에 생모와의 만남 후에도 양부모만을 ‘친부모’로 인정한 그의 행적을 봤을 때, 그가 얼마나 내적으로 상처를 입었을지 능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흔히 할 수 있는 상상이지만,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은 뭔가에 집착하게 되기 쉽다. 잡스는 만약 다른 능력이 있었다면 정치가나 경제인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컴퓨터에 재능을 갖고 있었기에 ‘애플’을 세우게 되었다.

 

그의 인생역정을 좀 더 따라가보면, 자신이 영입한 존 스컬리 때문에 애플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기까지 한다. 그가 야심차게 세운 넥스트는 결국 실패하게 된다. 병적이다 싶어도 좋을 디자인 강박증 때문에 넥스트의 가격이 원래 예상가의 10배가 넘은 점이 가장 결정적인 패인이라고 여겨진다.

 

우여곡절 끝에 스티브 잡스는 애플로 돌아오고 2001년 아이팟을 시작으로 오늘날 눈부신 제국을 실현하기에 이르렀다. 흔한 이야기지만, 어린 시절 가난하거나 어렵게 산 이들은 ‘돈’에 집착하기 쉽다.

 

잡스가 그동안 기부를 등한시했다는 것은 그만큼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잡스는 명예욕에 대한 자신의 욕구를 인터뷰에서 공공연히 밝히는 것과 달리 재물욕에 대해선 초연하게 보였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지만 기부도 거의 안하고, 기부 앱마저 수익적인 문제로 거부하는 태도를 봤을 때, 그의 돈에 대한 집착은 엄청난 수준에 이른다고 여겨진다. 애플이 400억 달러가 넘는 현금을 보유하는 이유에 대해 <애플을 벗기다>에선 애플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한 연구비, 특허관련 소송비용, 적대적 인수합명을 막기 위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세 가지에 더해 몇 가지를 추가하자면, 먼저 잡스는 다른 이와 뭔가를 나누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것 같다. 현재 그가 애플의 독재자에 가까운 CEO로 군림하는 태도로 봐선, 그것이 권력이던 돈이던 자신이 독점하기를 원하는 사람인 것 같다. -그래야 좀 더 쉽게 권력을 휘두르고 자신이 진정한 강자가 될 수 있으니까-

 

또한 기부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그것을 ‘의미 없는 행동’으로 여기는 탓이 아닐까 싶다. 그는 연구비나 직업들의 월급 등에 대해선 아끼지 않는다. 허나 이것은 ‘투자’다! 애플은 IT기업으로서 과감한 투자를 통해서만 미래에 결실을 거둘 수 있다. 반면 기부는 그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물론 이에 대해 어떤 이들은 잡스가 인도에서 바바를 만나 한달간 체험을 경험을 들며, ‘아니다’라고 반론할 수 있다. 그러나 <애플을 벗기다>에서 지적하지만, 잡스가 종교적인 영향보단 지도자가 카리스마로 집단을 이끄는 방법을 배웠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편이며, 나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출생과 성장과정에서 잡스가 느낀 설움과 억울함 등이 돈과 명예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고, 지금의 위치에 올라서는 기부에 대해 ‘의미 없는 행동’으로 보고 있으며, 자신이 이룬 결과물을 남과 나눌 줄 모르는 마음가짐 등이 그동안 거의 기부를 하지 않았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론 잡스가 지난 8일 뉴욕타임스 보도대로 ‘기부약속’을 이행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그는 개인적으로 좀 더 인격이 성숙한 것이 되며, 앞으로 그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받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막대한 재산은 오늘날 굶주리거나 헐벗은 많은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폰으로 세계를 변화시킨 잡스가 기부문화에서도 그런 혁명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라마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더욱 스티브 잡스가 약속을 이행하는지 매우 관심을 두고 지켜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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