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현장취재-인터뷰

뒷모습 전문찍사가 된 이유, ‘보스를 지켜라’

朱雀 2011. 7. 2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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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울 모 놀이공원에서 화제작 <보스를 지켜라>의 촬영현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몹시 무덥고 개인적으로 컨디션이 별로 안 좋음에도 따라간 이유는 여태까지 한 번도 야외촬영장을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두컴컴한 실내세트장을 벗어났다는 묘한 쾌감과 그동안 TV와 신문등을 통해 스타를 둘러싼 엄청난 인파를 예상하고 현장을 찾았다. 게다가 놀이공원이라니. 얼마나 많은 인파들이 지성과 김재중을 둘러싸고 있을지 능히 짐작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몰려있는 곳을 찾으면 되겠네요!”


그 말이 얼마나 무식한 발언이었는지 깨닫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무리 찾아도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이 없었던 까닭이었다. 결국 일행 중 한분이 현잡스탭과 전화통화 끝에 어렵사리 촬영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막상 방문한 촬영장은 다소 좁은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벌써 한동안 촬영이 진행되었는지 배우와 스탭진의 표정에선 이미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게다가 분주히 움직이는 스탭진 속으로 들어간 우리 일행은 한동안 위치할 곳을 찾지 못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엄청나게 더운 날씨, 좁은 공간, 다른 때보다 더운 진지한 현장분위기. 속으로 ! 괜히 왔다. 그냥 집에 갈 걸이란 말을 몇 번이나 되뇌였는지 모른다. 허나 이젠 돌아갈 수 없었다. 그저 셔터를 누르며 좋은 사진을 건지기 위해 애썼다.

 

그마저도 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배우를 중심으로 카메라가 돌고 있고 양옆에는 조명과 조명판 그리고 음향 시설등이 빽빽하게 들어차서 좀처럼 좋은 위치를 잡아낼수가 없었다. 덕분에 (본의아니게) 배우들의 뒷태 전문기자가 되고 말았다.

 

이런저런 상황 때문에 겉으로 내색하지 못하고, 속으로 낙담하는 사이 30분 정도가 흘러지나갔다. 그리고 같은 장면을 벌써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삐뚤어져버릴 거야!”

 

삐뚤어질꺼야가 아니고 벌써 삐뚤어졌거든.”

 

왕지혜와 지성은 벌써 몇 십번째 같은 대사를 주고 받고 있었다. 카메라는 앞에서 옆에서 그리고 네명을 모아놓고, 다음에는 지성을 클로즈업하는 식이었다. 그런 와중에 무더운 날씨는 그들을 지치게 하고 있었다.

 

여배우 왕지혜와 최강희는 높은 힐 때문에 발이 아파 어쩔 줄 몰라했고, 지성과 김재중도 다리가 아픈지 몇 번이고 풀어주곤 했다. 음향기사는 거듭되는 놀이기구의 굉음에 수시로 촬영을 중단시킬 수 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힘들고 무더운 날씨와 반복되는 같은 장면 촬영은 그들을 지치고 짜증내게 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짜증내지 않았다. 화내지 않았다. 배우들은 서로 웃으면서 챙겨주고 부드러운 말로 대해주었다. 스탭진은 일상적인 톤으로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여유를 찾기 위해 애썼다.

 

촬영이 잠시 멈추면 코디들은 각자 배우에게 다가가 화장을 다시 손보고 헤어스타일을 만져주며 가장 최상의 모습으로 화면에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현장의 스탭들은 3~4명이 몰려들어서 무거운 HD카메라를 옮기고 조명을 다시 설치하기를 반복했다.

 

늘 그랬지만 특히 야외에서 묵묵히 때론 고함을 지르면서 자신의 일에 충실한 스탭진과 벌써 몇 십번 째 같은 대사와 행동을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면서 새삼 감동을 받았다.

 


세트장촬영때도 스탭진이 고생하는 사실은 알았지만, 야외에서 보니 그들의 고생은 몇배로 더욱 심했다. 보이지 않는 곳의 숨은 수많은 땀방울과 열정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물론 보기에 따라선 연기와 드라마 촬영은 막노동과 다를 바가 없다. 특히나 무거운 카메라와 조명을 옮기고 수시로 체크하고 점검하는 스탭진의 일은 더욱 그래보인다.

 

그러나 누구보다 진지하게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며 결과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예배를 진행하는 제사장의 모습처럼 진지하기 이를 데 없어, 예술가로 더더욱 눈에 비친다.

 

<보스를 지켜라>는 오는 83일부터 매주 수목 드라마로 찾아갈 예정이다. 공중파의 모든 드라마는 동시간대에 타방송사와 경쟁을 할 수 밖에 없고, 거기서 승리한 단 한 작품만이 모든 영광을 독차지한다.

 

각 드라마는 최고의 스탭진과 배우를 섭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촬영부터 방송까지 열과 성을 다한다. 그러나 아무리 최선을 다하고 모든 요소를 점검해도 모두가 이 작품은 성공할 거야라고 장담해도 예측이 어긋나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실로 모든 운은 하늘에 맡겨져 있다고 할까? 아마도 지성-김재중-최강희-왕지혜와 스탭들은 자신이 전에 했던 작품들이 예상외로 잘 되지 않아 실망한 적도 있고, 잘 되어서 즐거워했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번 드라마가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새삼 생겼다.

 

그들에게 최고의 보상은 그것만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중간 중간 왕지혜와 김재중 그리고 지성과 최강희에게 잠시 단독사진을 요청할까 고민했었다. 그러나 힘들고 지친 촬영 중간에 찾아온 잠시의 휴식시간을 빼앗을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저 그렇게 그들의 뒷모습이나 옆모습 등을 찍는 것으로 만족하는 수 밖에.

 

그러나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옆모습이자 뒷모습이었다. ‘프로는 아름답다라는 말이 새삼 무척 설득력있게 다가온 하루였다.

 


거듭되는 촬영과 높은 힐 그리고 무더운 날씨는 왕지혜와 최강희를 더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대기시간동안 앉아서 아픈 다리와 발을 쉬게 해주는 그들의 모습은 어딘가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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