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제대로 알고 비판하자!

삼성에 지금 필요한 건 뭐?

朱雀 2011. 7.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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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NASA)에선 우주인을 달나라에 보낼 무렵, 무중력 상태에선 볼펜이 제구실을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려 10년 동안 과학자들이 1,200만 달러를 어마어마한 돈을 쓰면서 무중력 상태에서 쓸 수 있는 볼펜을 개발해냈다. 반면 당시 러시아의 우주인들은? 그냥 연필을 썼다.

 

무슨 허무개그시리즈 같은 짧은 일화는 몇 년 전 국내 인터넷에서 많이 돌아다닌 이야기다. 지하철에 붙어있는 다른 버전에선 나사에 견학 온 한 어린이가 볼펜을 보고 연필을 쓰면 되잖아요라고 말해 나사직원들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든 식으로 묘사해놨다.

 

나사도 처음에는 연필을 썼다거나, ‘연필심이 무중력 상태에선 문제를 일으킨다라는 이야기는 여기서 잠시 잊자.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아무리 천재들이 모여 있는 나사라고 할지라도 모든 문제에 대해 완벽하게 대처할 순 없다라는 교훈이다.

 


이 이야기가 맘에 안 든다면, 애플의 앱스토어를 생각해보자! 앱스토어 이전까지 모든 제조사들은 자사나 협력사의 프로그래머들을 이용해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판매했다. 공급자는 공급자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고, 소비자는 공급자의 위치를 감히 넘볼 수 없었다. 공급자는 만약 소비자가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해서 공급자의 위치를 넘볼 것 같으면, ‘해킹불법같은 무시무시한 이유를 대면서 의지자체를 꺾어버렸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 제일 클 것이다.

 

 

반면 애플은 이런 소비자들의 행태에 다른 식으로 반응했다. 자꾸만 사용자들이 탈옥해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자, 이를 아예 앱스토어라는 형태로 개방시켜 버렸다. 그러자, 애플의 앱스토어는 다른 플랫폼에선 갖지 못한 엄청난 강점이 되어버렸다.

 

앱스토어에 가보면 알겠지만, 기존의 제작사들이 만들어낸 끝내주는 것들도 많지만, 일반 사용자들이 만들어낸 소소한 앱들도 넘쳐난다. 그러나 산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내주고, 촛불을 형상화하는 등의 앱들은 미처 애플을 비롯한 기존 제조사에서 도저히 만들어 낼 수 없는. 아니 상상조차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물론 기술적으로 만들어내는 게 불가능하단 말이 아니다. ‘설마 이런 게 필요하겠어?’라는 고정관념이 문제다! 이건희 회장은 평소 천재론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나 21세기는 천재가 필요한 시대가 아니다! 집단의 지성이 필요한 시기다! 21세기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엄밀하게 구분해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오늘날 소비자는 생산과정에 밀접하게 참여한다. 그들은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필요한 경우엔 실력행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전까지 소비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생산자에게 이토록 능동적으로 피력하고 (제품기획부터 판매까지의 모든 과정에)참여한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유행을 따라가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한다. 아무리 삼성 같은 그룹이라도 이런 개개인의 욕구를 완벽히 충족시켜주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집단지성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졌다. 그러기 위해선 애플처럼 유연한 사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천재론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사고방식으론 절대로 해결 불가능하단 시대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건희 회장의 천재론의 결정적인 한계는, 그 말 자체에 많은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93년 이후, 이건희 회장이 외친 말들을 떠올려본다.

 

천재론은 우리 사회의 1등주의와 무한경쟁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사회생활에 있어서 경쟁은 필수다. 특히나 생존을 내걸고 다른 기업과 무한경쟁해야 하는 삼성의 입장에선 당연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천재론의 한계는 이것만이 정답이다!’라는 잘못된 확신을 내부인들에게 주입시킬 수도 있다. 애플의 앱스토어의 다른 지향점은 나와 생각이 다른 무수히 많은 이들도 정답일 수 있다라는 생각의 엄청난 전환이다. 말 그대로 패러다임의 변화다!

 

우리 사회에선 흔히 정답은 하나 혹은 소수라는 식의 인식론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물론 수능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시험지들이 사지선다나 오지선다중에서 하나만을 정답으로 하고 있고, 이것은 우리의 인식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건희 회장은 아마 스스로를 천재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해외까지 합쳐서 총 28만명을 거느린 거대기업의 총수로서 이만큼의 위치에 올려놓은 것으로 그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삼성그룹이 언제까지 승승장구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흔히 말하는 과거의 공룡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식의 접근법이 너무나 필요하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우리가 느끼게 되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던 지식들이 틀린 경우가 많고,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증명해낼 수 있는 것은 백사장의 몇몇 모래알갱이만큼 극소수라는 사실이다.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시대는 더더욱 우리에게 많은 문제를 던져줄 것이다.

 

얼마 전 일본에서 터진 후쿠시마 원전문제도 그렇고, 날로 심각해져가는 공해와 오염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생겨날 윤리적인 문제들까지...우린 더욱더 복잡하고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범세계적인 지구인들의 지성이 필요해지고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개개인의 개성과 욕구가 더더욱 발현될 시대에서는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나와줘야 한다. 이건 몇몇 천재가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먼 예전 일을 떠올려보자! 일본기업의 경우, 혼다-도요타 등의 기술자들이 자신이 담당하는 라인의 능률을 올리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공정율과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우리 역시 이런 방식을 흉내내서 도입했었다. 이것 역시 말만 바뀌었지 집단지성의 다른 방식이다!

 

세상은 혼자 사는 곳이 아니다. 기업 역시 개개인의 구성원들이 각자 나름대로의 아이디어를 내고 해결책을 도출해내며 협업할 때 더욱 발전할 수 있다. 삼성그룹은 이제 천재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천재론 자체가 삼성그룹을 20세기에 가둬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충분히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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