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왜 ‘막돼먹은 영애씨’에 시청자는 열광하는가?

朱雀 2011. 9. 27.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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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년째다. 케이블 드라마인 <막돼먹은 영애씨> 이야기다! 게다가 9시즌째다! 아무리 케이블이라고 해도 ‘9시즌으로 갈 정도로면 상당한 생명력을 가졌다고 봐야할 것이다. 필자가 어떻게 9시즌까지 방송할 수 있었지?’라고 생각하며 <막돼먹은 영애씨>를 티빙(http://www.tving.com)으로 시청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한 마디로 <막돼먹은 영애씨>의 매력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필자가 기회가 없어서 지난 8시즌을 보지 못해 함부로 말하기가 겁나지만, 오류의 가능성을 안고 말한다면 그렇다!

 


영애씨를 괴롭히는 사장(위)과 밉상에 진상인 정지순 과장(아래)


우선
<막돼먹은 영애씨>의 시즌 9에서 주인공인 영애씨는 배신하고 나온 회사에 다시 들어가게 된다. 그녀는 오직 김산호를 믿고 나갔다가 그의 무능력함 덕분에 컴백하게 된다. 게다가 한두번이 아니고 세 번째 컴백이니 미운털이 박힌 그녀가 회사 상사들에게 들들 볶임을 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영애네집에선 영애만 문제가 아니다. 영애씨의 아버지는 사업이 기울어서 서울에서 시골로 이사를 왔다. 덕분에 그는 부인의 눈치를 보고 있다. 부인은 부인대로 아직까지 싱글인 영애와 집안에서 더부살이하는 둘째 사위 때문에 골치가 여간아픈 게 아니다.

 

회사에서 영애씨를 유일하게 챙겨주는 변지원 대리는 아기 때문에 을 입에 달고 사는 워킹맘이다. 그녀는 집에서는 아기를 봐줄 도우미가 없어서 쩔쩔 매고, 회사에서는 사장한테서 무능하다고 구박 당한다. 마음 같아서는 사표를 내고 싶지만 아기를 키워야 하는 탓에 참고 지낸다.

 


워킹맘의 애환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변지원 대리. 특히 2화에서 아기를 들쳐업고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사연은 눈물겹기 그지 없었다!



2
화에서 그녀의 불쌍함은 극을 달린다. 갑작스럽게 도우미가 관두는 바람에 그녀는 아기를 들쳐메고 회사에 출근한다. 아기에게 젖을 물릴데가 없어서 화장실에서 먹이려다가, 이를 본 영애씨가 데리고 가서 회의실에서 젖을 물렸다가, 사장에게 들켜서 손줄이 난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경리일을 보다가 결국엔 꾸벅꾸벅 졸기까지 하니.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주인공이 영애씨인 탓에 직장여성의 생활이 고스란히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등장인물인 남자들의 삶도 잘 드러난다. 만년과장이었다가 간신히 차장을 단 윤서현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김산호 이사 때문에 죽을 맛이다.

 

윤서현 차장보다 젊은 김산호 이사 역시 나름대로 고충이 많다. 그는 지난번 사업을 말아드시고 합병당해 이사로 왔기 때문에 뭔가 보여줘야 하는데라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직원들이 자신을 어리다고 우습게 보는 것 같고, 거래를 맺어야 하는 곳의 나이 먹은 여사장은 사귀면 도장 찍겠다며 유혹하는 중이라 죽을 맛이다.

 

나이많은 차장과 그보다 훨씬 젊은 이사간의 모습은 우리네 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 더욱 공감이 갔다. 윤서현 차장은 그동안 뼈빠지게 일한 회사에서 무시당한 것 같아 스트레스를 받고, 나이 어린 김산호 이사는 차장의 눈치를 보게 된다. 더불어 거래처 여사장이 계약서를 들고 유혹하는 데선 그 역시 난감한 '제각각의 사정'이 있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매력은 특별한 악역이 별로 없고, 이렇듯 등장인물들이 각자 사정이 있는 식으로 그려내는 점에 있다.


<
막돼먹은 영애씨>가 단순히 직장생활을 그려냈다면, 이토록 열광이진 않았을 것이다. 주인공인 영애씨는 넘쳐나는 살만큼의 파워를 지니고 있다. 그녀는 일찌감치 못된 인간들을 힘으로 제압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주었다.

 

9시즌에서도 그녀는 편의점에서 담배를 달라고 하던 고딩을 힘으로 제압했고, 회사에서 자신을 매일 괴롭히고, 막내사원의 담배를 갈취하는 정지순 과장의 뒷통수를 시원하게 날려주시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과장의 경우엔, 영애씨가 그날 밥도 제대로 못 먹은 탓인지 다시 반격을 받고 쓰러지지만, 언젠가 멋지게 제대로 날려주시는 날이 오리라 본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시즌 8까진 6mm 카메라로 찍었다. 시즌 9에선 HD카메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6mm 정신은 남아있다. 세트없이 일반 가정집과 사무실에 찍는 느낌의 드라마는 드라마가 아니라, 마치 르포 영상을 보는 듯한 착각을 주어 현실감을 높여준다.

 

당연한 말이지만 재현배우를 능가하는 배우들의 연기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러나 유머감각을 적당히 녹여낸 이야기는 한번 보면 빠져나올 수 없는 중독성을 자랑한다.

 

<막돼먹은 영애씨>를 보면서 안타까운 것은 현실의 삶이 여과없이 투영되기 때문이다. 영애씨는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자존심을 접고 날마다 자신을 볶는 밥맛없는 정지순 과장의 행동을 참아야 한다. 그녀를 위로해주는 것은 퇴근시 정류장에서 먹는 치킨과 야근시 먹는 편육뿐이다. 따라서 그녀가 살이 빠지는 것은 당분간 미션 임파서블일 것 같다.

 



영애씨는 사장에게 감히 부당함에 대해 큰소리로 맞서고, 재수없는 과장에게 '분노의 싸다구'를 날려주신다. 이런 속시원한 그녀의 폭력은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물론 그녀의 폭력은 사장의 부당한 행동을 교정하거나, 직장상사에게 도리어 당하긴 하기 때문에 '현실의 벽'을 뛰어넘진 못한다. 그러나 그런 사실성이 또한 <막돼먹은 영애씨>의 매력이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미덕은 아무리 힘든 가운데서도 등장인물들이 절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필자라면 그런 상황에서 삐뚤어진 세상, 나도 삐뚤어질 테다라고 할지 모르겠다. 워킹맘과 직장여성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는 여성가족부의 존재에 대해 지극히 회의감을 갖게 되고, 따지고 들면 신자유주의에 대해 비판을 하게 되는 시대지만, 그런 것에 대해 말해봐야 현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입만 아플 뿐이다.

 

백수였던 김혁규는 뉴욕유학을 다녀온 동생 나영 때문에 술집의 사장이 되었지만, 함께 일하게된 직원이 삥땅을 치고 맘먹으는 행태를 보임으로써 앞날이 밝지 않음을 암시하고 있다. 김산호 이사 역시 그를 유혹하는 여사장과 그의 능력을 의심하는 유형관 사장 때문에 앞날이 몹시 불안해 보인다. 어디 그뿐인가? 조그만 중소기업업체 사장인 유형관도 마찬가지고, 직원들 역시 모두 그렇다.

 

그들의 삶은 모두 불안하고 위태해보이기 때문에 <막돼먹은 영애씨>의 사실성은 높아진다. 상사 때문에 부하직원 때문에 더러워서 당장이라도 직장을 때려치우고 싶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러질 못한다.

 



노처녀인 영애씨를 위로해주는 것은 치킨과 편육 같은 먹거리 뿐이다. 그런 식탐에 대해 뭐라고 할 수 없는 것이 그것이 '그녀의 유일한 낙'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현대 여성들이 늘어나는 살때문에 고민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스트레스와 유일한 낙 때문이 아닐까?

 

<막돼먹은 영애씨>는 드라마인 만큼 현실에 가깝지만, 잔인한 현실을 그대로 가진 않는다. 영애씨를 비롯한 직원을 들들볶는 사장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인 만큼 최소한의 인간대접을 해주는 그를 보면서, ‘<막돼먹은 영애씨>속 세상에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때때로 하게 된다. 그곳에선 고달프긴 하지만 최소한의 인간대접과 유머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러한 점이 <막돼먹은 영애씨>를 한번이라도 시청한 이들이 계속해서 시청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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