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사진

출사를 떠나서 사람을 보게 되다!

朱雀 2011. 11. 6. 11:04
728x90
반응형



지난달 28일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초청으로 영광원자력발전소를 다녀오게 되었다. 만약 밋밋하게 영광원자력발전소만 보러 갔었다면 절대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이사이 출사를 할 수 있었고, 사진에 대해 궁금한 게 있을 때는 박덕수 사진작가님께 물어볼 수 있어서, '사진에 대해 최소한 한뼘 만큼은 나아지지 않을까?' 라는 기대로 아침 일찍 버스에 몸을 실었다.

 

물론 원자력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욕망도 있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로 높아져만 가는 우려에 나 역시 ‘반대’하는 입장만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골치아픈 원자력 문제는 다음 포스팅에 하기로 하고, 이번만큼은 사진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사진에 대해 욕심도 많고 관심도 많지만 게으르고 소심한 나머지, 다른 이들과 함게 하는 모델출사나 출사여행은 그동안 꿈만 꾸고 살았었다. 백제불교문화도래지에 내려서 바다와 꽃 그리고 갈대등을 찍어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백제불교문화도래지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어도 마찬가지였다. 무언가 마음에 깊게 남질 않았다. 불상들은 나에게 ‘욕심을 버리라’고 예의 말씀하셨지만, 이 못난 중생은 집착에서 하염없이 벗어나질 못했다.

 

한참을 실망하고 버스에 올라 이곳저곳을 이동하면서, 나의 카메라는 어느덧 사람을 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내가 원하는 것이 풍경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행중 한명에게 용감하게 부탁했다. 그동안은 무례하다고 생각해서 한번도 요구하지 않았던 부탁이었다. ‘모델이 되어줄래?’ 의외로 그 친구는 선선히 응해주었다. 그리고 모델이 된 것이 최소한 아깝지 않게 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사진을 찍었다.

 

사람을 찍으면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리고 몇 가지 포즈를 부탁했지만, 사실 그녀들이 나보다 더 자연스런 포즈를 취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녀들의 맑고 구김없는 표정과 동작을 보면서 ‘아! 이런 게 사진을 찍는 맛이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동안 나는 사진을 찍는 데 얄팍한 지식과 어설픈 경험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과 부딪치고 여러 가지 조건에서 사진을 찍음으로써 한뼘쯤은 성장하는 것 같다. 어린 시절 읽은 <데미안>에서 병아리는 껍질을 깨는 아픔을 겪어야지만 세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구절을 본 기억이 있다.

 

이번 출사는 나에게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보게 해준 계기가 된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 나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고, 잡지와 인터넷 등에서 본 구도와 각도에 아직까지 집착하고 있다. 그건 그것 나름대로 좋다고 본다.

 

어차피 안달하고 부끄러워 한다고 실력이 늘지는 않는다고 본다. 10년 아니 평생을 두고 어차피 사진을 찍을 것이다. 그 기간동안 하나씩 알아나가면서 조금씩 찍는 수준이 높아진다면, 그것 역시 기쁨이 아니지 않겠는가? 비록 아주 잘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모델이 되어준 이가 조금이라도 행복해한다면 나로선 더없이 즐거운 일이 될 것 같다. 아마도 내가 사람을 찍는 가장 큰 이유는 행복해하는 그의 미소를 보고 싶기 때문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