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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를 준비하는 고영욱에게 드디어 시험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자신의 사랑인 박하선에게 선물과 함께 근사한 저녁을 사주기 위해 며칠간 공사장에서 일했다.

 

그러나 결국 그에게 돌아온 것은 자괴감 뿐이었다. 처음 고영욱을 <하이킥 3>에서 봤을 때만 해도, 싫은 사람이었다. 우연히 박하선을 구하게 된 것을 가지고 착한 박하선이 자신과 사귈 수 밖에 없게끔 상황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그는 폐에 물이 들어가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식의 거짓말을 하고, 박하선의 핸드폰에 수시로 장문의 문자를 남기는 모습을 보였다. 요새말로 상진 아빠같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점점 극이 진행되면서 그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그는 박하선의 친구들에게 소개받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양복을 빼입고 나오고, 친구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흥응 돋구었다.

 

그러나 남자의 자존심을 세우고 싶은 그와 착한 박하선은 서로에게 점점 더 상처를 줄 뿐이었다. 배려심이 깊은 박하선은 노래방비를 먼저 냈지만, 그건 노래방비를 미리 마련한 고영욱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줄 뿐이었다. 그랬다. 고영욱은 박하선을 향해 가슴 아픈 고백을 했다.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어렸을 때는 사랑해서 떠난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어제 방송된 <하이킥 3>를 보면서 내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박하선은 착한 여성이지만 고영욱에게 아무런 느낌이 없다. 한마디로 일방적인 고영욱의 짝사랑이란 말이다.

 

물론 고영욱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는 박하선이 붕어빵을 좋아한다는 말에 길거리에서 사와 혹시나 식을까봐 품에 넣고 가져오는 지극히 80년대 순정을 지닌 인물이다.

 

그러나 엄혹한 현실이 지배하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그는 현실적으로 박하선의 짝이 될 수 없다.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설정처럼 아예 박하선이 재벌집 딸이었다면 상황은 나았을지 모르겠다. 확실하게 데릴사위가 되거나 아니면 사랑의 도피를 떠날 수 있는 낭만이 남아있으니까. ? 아예 실현 가능성이 0%니 말이다.

 

그러나 여교사와 고시생의 만남은 우리사회에서 용인되기 어려운 만남이다. 특히나 고시생의 일방적인 짝사랑이라면 그건 더더욱 비극적인 결말을 내포하고 있다.

 

시험을 한달 앞두고 <씨크릿 가든>의 현빈 트레이닝을 선물한 고영욱의 모습은 슬픈 코미디를 내포하고 있다. 유행이 시기에 맞았을 때만 생명력을 가진다. 시기가 지난다면, 그건 모두가 비웃을 수 밖에 없는 아이템이 되고 만다. 현빈 트레이닝처럼 눈에 잘 띄는 아이템은 더더욱 말이다.

 

고영욱의 순정은 21세기엔 비웃음을 사기에 딱 좋은 애정행각일 뿐이다. 아무리 그가 박하선에게 잘한다고 하더라도, 그가 고시를 패스해서 공무원이 되기 전까지는 그저 백수에 지나지 않고 잉여인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1등 신붓감인 박하선과는 격이 맞지 않는 상대인 것이다. 사람의 인격과 존엄성은 모두 무시하고 그 사람의 외모와 조건을 철저히 따져서 가축처럼 등급을 매겨버리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그는 박하선과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 결말을 이미 잉태하고 있었다.

 

착한 박하선이 자신이 내민 트레이닝 복을 입고 부끄러워 하고, 이태리 레스토랑에 가서 스테이크 대신 제일 싼 알리오 올리오를 시키고, 너무 걸은 나머지 뒷꿈치가 까져서 힘들어 하는 모습 등은 남자인 고영욱에겐 더더욱 참기 힘든 짐으로 다가온다.

 

고영욱이 끝내 박하선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절로 떠난 것은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이 커서일 것이다. 고시를 준비하는 것엔 시기가 있고, 대기업과 공무원외엔 희망이 없는 대한민국에서 고영욱이 시험을 패스할 가능성은 무척이나 희박해 보인다.

 

게다가 그의 진심을 담은 쪽지가 바람에 날려 쓰레기통에 처박힌 현실은 마치 그의 현재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죄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능력 없는 남자가 능력 있는 여성을 일방적으로 짝사랑하고 함께 하는 것은 쇠고랑을 차지 않고 경찰이 출동하지는 않지만, 대다수가 보기에는 범죄에 가까운 행위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오늘날의 비극이 아닐까 싶다.

 

나는 소망한다. 비록 시트콤이라 할지라도 고영욱이 고시를 패스해서 박하선 앞에 당당하게 서기를. 그리하여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거나, 아니면 멋지게 떠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게 되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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