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박신양이 진정성 있는 배우인 이유

朱雀 2011. 12. 1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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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밤에 방송된 <이야기쇼 두드림>에서는 배우 박신양이 등장했다. 예능프로에선 보기 힘든 그를 방송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한동안 눈을 꿈뻑꿈뻑했다. 선이 굵고 남들과 다른 연기를 보여주는 그답게 초반 10분간 들려운 이야기도 몹시 색달랐다.

 

박신양은 원래 건축학도를 꿈꾸던 학생이었다. 그의 집안은 이공계열 종사자들이 많이 그 역시 자연스럽게 이공계열로 꿈을 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학교를 다니면서 어느 순간 그는 의문을 품게 되었단다.

 

왜 사람들은 한쪽 방향으로만 가지? 왜 다들 정해진 쪽으로만 움직일까?”라는 식으로. 그리고 그는 친한 친구의 말 때문에 진로를 수정하게 된다. 바로 우리 연극 영화과 갈래?”라는 말이었다.

 

박신양은 조금 생각하더니 그러자라고 했고, 실제로 연극영화과로 진학했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친구는 농담으로 한 말이었고, 그 친구는 수학과로 진학했다.

 

어쨌든 연극영화과로 진학한 박신양은 1년쯤 수업을 듣고, 우연히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듣게 되는 일이 생겼다.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너무나 절망한 박신양은 그만 화장실에서 토하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나 얇고 가벼워서 배우로선 한계가 너무나 명확했기 때문이다. 그때 그는 첫 번째 멘토인 안민수 교수를 만나게 된다. 안민수 교수는 그의 발성을 고쳐주기 위해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었고, 박신양은 그 이후 20여년 가까이 발성을 고치기 위해 훈련을 해왔단다.

 

참으로 놀라운 대목이었다! 몇 년 정도 피나는 노력을 해서 인생이 바뀌었다는 소리는 들어봤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고치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다는 소리는 처음 들은 탓이었다.

 

물론 그런 사례는 적진 않았지만 필자가 과문한 탓에 많이 듣진 못했다. 게다가 최고의 자리에 오른 지금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대단하게 느껴졌다.

 

박신양은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사회에 나오면서 많은 혼란을 겪었고 다시금 선생님을 찾기 위해 이번엔 모스코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의 준비부족은 비행기안에서 러이사어를 익히기 위한 알파벳을 외웠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이를 웬만큼 먹은 상황에서 모스코바로 무작정 떠난 것은 그의 절실함이 묻어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박신양은 모스코바에서 자신에게 가르침을 줄 선생님을 찾기 위해 노력한 끝에 두 번째 멘토를 만나게 된다.

 

바로 유리 미하일로비치 교수였다. 그는 자신과 피부색이 다른 제자의 과제를 듣고 여기서 예술이 시작된다라는 극찬을 통해, 박신양이 자신감을 갖고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 훌륭한 선생이었다.

 

그러나 박신양은 그런 은사를 향해 평생 지울 수 없는 멍에를 지게 되었다. 바로 졸업 이후 선생님을 찾아뵙지 못한 것이었다. 박신양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마도 자신의 아내와 딸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이런 식으로 하다가 시기를 놓친 것 같았다.

 

아무튼 1년전 스승이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들은 박신양은 죄책감에 급히 러시아행 비행기에 올라타고 장례식장에 참석했다. 마지막으로 스승을 뵙고 눈물을 짓고 있던 그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바로 스승의 관이 밖으로 향하자, 모든 이들이 박수를 치며 그를 보낸 것이었다. 마치 연극이 끝나고 커튼콜을 하는 것처럼. 그 순간 박신양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박신양은 두 명의 훌륭한 멘토를 만나 오늘날 대한민국 최고 반열의 연기자로 우뚝서게 되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그는 장학회를 만들게 되었다. 그러나 장학회를 만들기 위해 찾아간 학교에서 그는 의외의 질문을 받게 된다. “몇년이나 하실거죠?”

 

당황한 박신양은 일단 “10년이요라고 답했단다. 그리곤 집에가서 며칠간 끙끙 앓으며 고민했다. 아무래도 부정기적으로 일을 하는 연예인의 특성상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될까 두려운 탓이었다. 며칠간의 고민 끝에 다시 전화를 걸은 그는 “30년으로 하겠습니다라며 오히려 기간을 늘렸다.

 

만약 일(연기)을 하지 못하게 되면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벌겠다라고 다짐해서 말이다. 박신양은 연기자를 꿈꾸는 50명의 대학생들에게 상처받지 않을 것자신이 받은 것을 다음생에도 고스란히 전해주길이란 두가지 부탁을 했다.

 

박신양은 중간에 스승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몇분간 울컥해서 제대로 말을 잇지도 못했다. 그러나 소설가 황석영이 말한 것처럼 그런 침묵이 오히려 더 감동적이었다’. 왜냐하면 거기엔 진정성이 묻어있기 때문이었다.

 

미사여구로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이들은 너무나 흔한 세상이다. 그러나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왜냐하면 자신의 경험을 통해 진정성이 있는 이야기들을 하는 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10분간의 짧은 강연이었지만, 박신양의 이야기는 연기자를 꿈꾸는 이들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여겨진다.

 

우리는 무엇을 얻기 위해 진실로 절실한 적이 있었던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나 스스로가 감동할 만큼 노력한 적이 있었던가? 박신양은 오늘날 우리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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