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장현성과 정겨운을 넘어선 이덕화의 카리스마 ‘샐러리맨 초한지’

朱雀 2012. 1.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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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어쩔 수 없이 쓰지만 싫어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미친 존재감이다! 다른 말로 대체하고 싶지만, 이미 널리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샐러리맨 초한지>에선 미친 존재감이란 다소 낯뜨겁고 격이 낮은 단어지만, 이이상의 찬사를 보낼 수 없는 멋진 연기가 나왔다. 우선 장현성이다!

 

항량역을 하는 그는 동생 항우의 복수를 위해 신약을 훔치려다가 진시황 회장의 아들인 호해를 죽인 인물이다. 그는 항우의 사촌형이지만, 자신을 키워준 숙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적진에 재무이사로 들어간 인물이다.

 

세상 모든 것을 삐뚤게 보지만, 유일한 가족인 항량을 항우가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항량은 신약을 갖고 나타난 유방을 제거하기 위해 만났다가, 여치의 순발력과 유방의 계획에 역으로 오히려 실상이 들통나고 만다.

 

항량은 항우에게 전화를 걸어 말하는데, 그게 아주 예술이었다! “항우야! 혹시 나한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넌 절대로 흔들려서는 안 된다. 무소의 뿔처럼 그렇게 굳건히 너의 길을 가면 돼! 당장 네 옆에 내가 없더라도, 그냥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야. 난 항상 그곳이 천당이든 지옥이든 늘 네 옆에 있을 거다. 내 하나뿐인 동생을 위해 이 못난 형이 마지막으로 힘을 보태줄 수 있어서 난 지금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

 

사실 이거 무지 치기 어려운 대사다. 자칫 잘못하면 너무 비장해지거나 너무 유치해질 수 있는 대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련한 연기자 장현성은 훌륭하게 대사를 처리했다.

 

장현성이 연기한 항량은 무척이나 복잡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복수를 위해 천하그룹에 입사한 인물이다. 그는 본시 선한 인물이지만 동생을 위해 복수를 위해 호해를 죽였다. 그리고 호해를 죽인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동생을 위해서 지옥에 갈 것을 결심한 인물이다.

 

항량은 자신의 살해가 밝힐 위험에 처하자 기꺼이 자살을 택한다.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동생 항우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자신이 경찰에 붙잡히면 심문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항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혼자 모든 죄를 뒤집어쓴다고 해도 동생 항우가 어떻게든 노출될 수 밖에 없다.

 

항량은 동생 항우가 진시황 회장에게 복수할 수 있도록 자신이 짐이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스스로를 투신한 것이다. <샐러리맨 초한지>가 놀라운 대목은 여기다! 실제 <초한지>에서 항량은 항우를 돕다가 희생되는 인물이자, 진시황의 군대에 맞서 싸우다가 죽은 인물이다.

 

드라마라서 단순히 인물들의 이름을 따온 줄만 알았는데, 실제 <초한지>와 어느 정도 인물과의 연관성이 맞아떨어져가고 있다. 항우는 자신이 계획한 천하그룹의 주식을 사들이는 계획이 유방 때문에 좌초되고, 형님 항량마저 자살을 택하자 무기력에 빠져 괴로워한다.

 

항량의 죽음이후 괴로워하는 항우역의 정겨운의 연기는 정말 눈물겨웠다. 소파를 잡고 흔들리는 손과 스파링을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장면은 정말 사실적이었다. 거기에 더해 그를 일으켜 세우는 범증의 역할 역시 <초한지>의 한 대목이 떠오를 정도였다.

 

사실 이 정도까지 봤을때만 해도, 장현성과 정겨운의 연기력에 대해 칭찬하는 포스팅을 쓸 작정이었다. 그러나 예의 에필로그를 보고 생각이 확 바뀌었다. 이번 에필로그에선 신약의 부작용으로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유방의 일화가 방송되었다.

 

진시황 회장은 대머리라는 단어를 몹시 싫어한다. 그러나 아방궁에 초대되어 식사를 하게 된 유방은 모가비 비서실장으로 대머리를 말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자, 오히려 이야기하게 된다.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신약의 부작용 때문이었다.

 

신약을 되찾은 공로로 사내방송에 나가게 된 유방은 하필이면 진시황 회장이 출근하는 시간때에 방송을 하게 되고, ‘회장님 머리는 대머리라고 마치 임금님귀는 당나귀수준의 이야기가 흘러간다. 여기서 놀라운 장면이 연출된다!

 

바로 이덕화가 스스로 가발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대머리를 노출한 것이다! 이덕화가 누구인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배우이다. 그런 그가 고작 드라마 한편 때문에 자신의 다소 부끄러울 수 있는 대목까지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우리사회는 대머리를 유독 희화화한다. 여성들 역시 대머리이면 아무리 잘생기고 능력 있어도 기피할 정도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 사회는 그런 탓에 유독 대머리가 되면 더욱 신경 써서 더욱 대머리가 되는 악순환이 벌어질 정도다.

 

따라서 극중 진시황 회장이 그렇듯이 이덕화 역시 대머리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늘 그렇듯 연예인은 인기가 높을수록 그의 신체적인 약점을 가지고 놀려먹기 좋아하기에. 그런데 이덕화는 자신의 자존심일 수 있는 가발을 고작 드라마 한편 때문에, 그것도 1분도 안되는 에필로그를 위해 기꺼이 희화화되는 것을 불사했다!

 

이건 배우가 작품을 너무너무 사랑하지 않으면 어려운 부분이다. 장현성과 정겨운의 연기는 분명히 훌륭했다. 그건 어떤 면에선 배우라면 당연히 해야 될 의무사항 같은 것이다. 그러나 대머리라는 자신의 신체적인 부분은 굳이 공개할 이유가 없고, 누구도 그에게 강요할 수 없다. 이건 작품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는 이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이덕화는 유명하고 연기자로서 존경받을 만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그가 자신이 출연하는 드라마를 위해 기꺼이 신체적인 부분까지 공개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부분이라 여겨진다. 아울러 후배 연기자들에게 많은 부분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본다.

 

사람이란 주위에서 많은 인정을 받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우쭐해지고 건방져지기 쉽다. 그러나 인기를 어느 정도 꾸준하게 유지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이유다. 이덕화란 배우가 그토록 오랜 시간동안 대중의 지지를 받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런 자세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덕화의 열정과 자세에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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