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초한지’은 왜 실패한 작품인가?

 

어제 대단원의 막을 내린 <샐러리맨 초한지>는 21%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괜찮은 흥행실적을 올렸다. 따라서 여태까지 시청률과 화제를 놓고 본다면 성공작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또한 모가비 회장역의 김서형을 비롯해 이덕화, 정려원, 정겨운, 이범수의 코믹하면서도 존재감 있는 연기력은 분명히 칭찬받을 만한 구석이 많다. 그렇다면 왜 필자는 말도 안되는 ‘실패’를 운운하는가? 이제부터 구체적으로 그 이유를 하나하나 대보겠다!

 

1. 말도 안 되는 결말!

 

22회의 마지막은 모가비 회장이 차우희의 제거를 지시한 것을 비서가 실토하면서 끝이 난다. 이 장면에서 항우는 의식불명의 차우희를 휠체어에 데려오고, 그녀는 말은 못하지만 대신 손가락으로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인물을 지목함으로써 그가 사실은 차우희의 자동차 사고사를 지시했고, 진시황 회장을 직접 제거했다는 사실등을 털어놨다.

 

그러나 이건 사실 너무나 예상가능한 시나리오였다. 대다수 시청자들은 항우가 휠체어를 끌고 나올 때 거기에 타고 있는 인물이 차우희가 아니라 여치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법정에서 위증죄가 문제된다던가 하는 문제는 우선 제쳐놓더라도, 너무나 예상가능한 결말이란 사실에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시청자들이 지적하지만 연장 2화에선 유방 진영과 항우 진영이 서로 엎치락 뒤치락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반전을 위한 반전’을 전개하면서, 오히려 극의 내용이 뻔해지는 약점을 스스로 노출하고 말았다.

 

<샐러리맨 초한지>는 여기에 더해 스스로 던져놓은 떡밥을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유방이 팽성실업을 일으킨 무혈혈당체크기가 사실은 오광이 제작한 것인데, 그는 구속되더니 어느 순간 극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이건 정말 사소한 문제에 해당한다.

 

여치의 아버지의 죽음은 미스테리에 속해있었다. 아버지의 죽음이후 여치는 진시황회장을 증오하게 되었는데, 어느 순간 여치는 유일한 혈육인 진시황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고, 회사를 모가비에 빼앗긴 이후로는 오로지 복수에만 전념했다. 덕분에 그녀가 지녔던 미스테리는 흔적없이 사라졌다.

 

항우 역시 마찬가지다. 항우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천하그룹에서 일했는데, 진시황 회장 때문에 자살했다. 그는 그것 때문에 진시황 회장에게 복수심에 불탔는데, 이 역시 진시황 회장이 의문사를 당하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여치와 항우의 부모의 죽음 뒤엔 분명히 뭔가 ‘사연’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제작진은 떡밥만 뿌려놓고 이에 대해 아무런 해답도 내놓지 않았다. 덕분에 그저 여치와 항우의 추측(?)은 사실으로만 굳어지고 말았다. 이보다 더한 문제는 뒤에 다시 제기하겠다!

 

 

2. 사상 최악의 제품 선전!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뭐니뭐니해도 빛나는 장면(?)은 차우희의 행방불명이후, 항우가 단서를 찾기 위해 그녀의 집을 찾아갔다가 차우희가 자신을 그린 쪽지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여기선 뜬금없이 차우희가 열심히 일하는 항우를 훔쳐보면서 S전자의 모노트로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열심히 그려졌다. 상품명만 나오지 않았을 뿐이지, 그 장면만 떼어놓고 보면 영락없는 제품 광고 였다.

 

물론 그 장면은 제작진의 입장에선 필요하다고 여겨졌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시청자의 입장에선 난데없는 회상신에서 모노트가 등장함으로써 몰입감이 깨지고, 짜증이 밀려올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차우희가 그린 그림을 딱 그 노트의 액정 크기만큼만 프린트한 꼼꼼함이란...혹시라도 시청자들이 그 제품인지 모를까봐 알려주는 센스라고 밖엔 생각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3. 끝판왕으론 부족했던 모가비!

 

김서형의 연기력과 존재감에 대해선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그녀는 분명히 최고의 연기력을 보여주었고, 그녀가 천하그룹을 차지하고 나서 보여준 모습은 분명 카리스마적이기까지 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보여준 문제의식 등이 모조리 희석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샐러리맨 초한지>에 열광했던 이유중엔 사회풍자가 넘쳐났기 때문도 존재했다.

 

그러나 모가비회장이 천하그룹을 장악하고 나선 <샐러리맨 초한지>은 왠지 막장드라마의 냄새가 폴폴 풍기고 말았다. 물론 마지막회에선 검찰조사를 받던 모가비 회장이 있지도 않는 심장병을 핑계로 휠체어를 타고 병원에 간다던지, 전직 판사를 변호사로 선임해서 ‘전관예우’등을 거론하면서 고질적인 우리 사회의 단면을 꼬집기는 했다.

 

그러나 전관예우의 경우엔 박문수처럼 젊고 정의감이 불타는 검사를 내세워서 희석시켜 버렸고, 모가비 회장의 도를 지나친 악행은 그저 ‘악녀의 소행’으로 밖에 비치질 않았다.

 

진시황 회장을 비롯해서 대기업 총수들이 벌인 악행을 그릴 때는 사회적 비판 메시지가 확실했다. 그러나 모가비는 비서실장 출신으로 기존의 대한민국 1%들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물론 그녀는 비서실장으로 일하면서 차분히 때를 기다리긴 했고, 나름 천하그룹의 회장이 되면서 반전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진시황 회장이 예언했던 것처럼 그녀는 태생상 오래갈 수 없는 인물이었다. 기존 오너들끼리의 모임에서 그녀를 배제할 수 밖에 없고, 사원들 역시 반발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사치와 허영으로 얼룩진 그녀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반발심을 가져오기에 충분할 뿐이었다.

 

따라서 김서형이 맡은 모가비회장은 끝판왕이 아니라 중간 보스 정도에서 끝났어야만 했다. <샐러리맨 초한지>의 결말은 유방과 항우가 천하그룹을 놓고 대결해야지만 확실해 질 수 있었다. 그러나 어정쩡하게 각각 여치와 모가비의 대리자 신분(?)으로 싸움을 벌임으로서 스스로의 가치를 훼손시키고 말았다.

 

아울러 진시황 회장의 진짜 유서를 가지고도 끝까지 모가비을 옆에서 지키다가 결국 마지막에 가서야 유방에게 내놓는 범증을 멋있게 그린 점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만약 모가비의 죄상이 낱낱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그는 그 유서를 내놓지 않았을 것이며, 실제로 범증은 극중에서 많은 악행을 저질렀다. 그런데 정신병에 걸린 모가비를 옆에서 지키는 나름의 해피엔딩(?)을 준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모가비와 범증을 도와서 많은 악행을 저지른 항우 역시 차우희와 나름 행복한 미래를 맞게 되고, 사원들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한 유방 역시 별다른 과정없이 그저 여치와 행복하게 회장일가로 살았다는 결말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최소한 유방이 사원들을 위한 복지에 힘쓴다던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았을까?

 

<샐러리맨 초한지>에 아쉬운 것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분명히 사회적인 메시지와 코믹과 풍자가 넘칠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결말부로 향할수록 무색무취가 되버린 결말에선 그저 진한 아쉬움의 향기가 폴폴 흩날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