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13화에서 문제의 스포일러가 무엇인지 밝혀졌다. 인터넷에 올라와 논란이 되었던 윤계상과 박하선이 다정하게 한강을 보는 장면은 강승윤의 대본속 장면임이 밝혀졌다!
필자는 <하이킥 3>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인 편이지만, 113화에 대해선 곱지 않은 시선을 둘 수 밖에 없다. 강승윤은 종종 영화를 만들거나 대본을 쓴 게 사실이다. 따라서 그가 <하이킥 3>의 등장인물을 가지고 상상대본을 쓴 것은 전혀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시점이다! 어제 방송회차는 무려 113화다! <하이킥 3>의 남은 분량은 이제 고작 10화 정도다! 그 사이에 풀어야할 이야기가 너무 많다. 우선 이적의 미래아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결혼을 하게 되는지 거의 진척되지 않았다.
필자는 백진희로 거의 확신하고 있지만, 김병욱 PD의 그간의 연출을 보았을 때는 얼마든지 뒤집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포장마차에서 키스를 한 줄리엔-박지선의 경우도 아직 연인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선 할 이야기가 많다.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났지만 윤계상-김지원-안종석 사이의 삼각관계 이야기도 좀더 풀어야 할 구석이 있으며, 무엇보다 1화에서 친구에 의해 부도를 맞은 안내상의 이야기도 마무리를 지어야만 한다.
<하이킥 3>의 부제는 <짧은 다리의 역습>이다! 짧은 다리를 지닌 소시민들이 긴다리를 가진 ‘가진 자’를 향해 역습을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아직까지 제목에 고개를 끄덕일 만한 내용전개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강승윤이 안내상의 말을 듣고, 윤계상이 자신의 친동생과 결혼한 박하선과 사랑의 도피를 떠나고, 알고보니 안종석과 크리스탈은 친남매가 아니었는데, 크리스탈이 친엄마를 찾기 위해 나갔다가 만난 강승윤이 친남매였다는 식의 설정은 그저 오늘날 ‘막장드라마’를 풍자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결론부터 말해서 113화는 그 자체로 그다지 재밌는 분량이 아니었다. 더해서 대다수 시청자들은 ‘왜 이걸 방송하지?’란 의구심에 사로잡혀 버렸다. 일각에선 ‘상상력이 고갈되었나?’라는 의구심을 지닐 정도다.
그러나 위에서 지적했지만, <하이킥 3>는 아직 풀어야할 내용이 많다. 그리고 김병욱PD는 평소 꼼꼼한 ‘완벽주의자’로 소문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공백이 생겨난 것일까? -113화의 내용이 지금이 아니라 100화 이전에 방송되었더라도 필자 역시 이런 지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이킥 3>는 최근 3화를 연장하기로 결정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원래 예정에 없던 분량이 늘어나서 급하게 대본을 적다보니 이런 회차가 나온게 아닐까 싶다. 실제로 113화의 말미엔 강승윤이 쓴 대본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장면이 나왔다.
박하선이 던진 부메랑에 머리를 맞은 윤계상이 뇌이식을 받고 윤유선이 빙의한 장면과 삼각관계를 이루던 안종석-크리스탈-강승윤이 자동차사고로 사이좋게 기억상실로 삼남매로 살아가는 결말은 그저 헛헛한 웃음만 나오게 만들 뿐이었다!
이는 막장드라마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듯한 풍자도 될 수 있지만, 113화의 내용이 쓰레기통으로 버려야 할 내용이란 자아비판도 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결말을 향해 치열하게 가야할 <하이킥 3>에서 갑자기 막장드라마를 패러디한 내용이 나온 것은 무척 실망스러운 일이다. 부디 다음엔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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