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방송된 115화는 참으로 가슴을 찡하게 하는 구석이 많다. 115화에선 갑작스런 사정으로 인해 경제적 궁핌에 처한 안내상과 두 군데 합격한 백진희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먼저 안내상의 경우, 일이 끊긴 데다 돈을 받기로 한 회사가 부도난 곤란한 상황에 직면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빚쟁이에게 200만원을 보내기로 한 날이다.
마음 같아서는 두 처남에게 손을 벌리고 싶지만, 체면적인 문제도 있고, 얹혀사는 처지에 말을 하지 못한다. 그런 안내상이 택한 방법은 바로 강승윤-줄리엔-박하선-김지원에게 차례로 돈을 꾸는 방법이었다.
그가 그들에게 손을 벌리면서 겪었을 수치심과 모멸감은 말도 이루 다 형용할 수 없을 것이다. 아들뻘인 강승윤에게 말하고, 베프라고 하지만 한수 아래로 보는 줄리엔에고 꾸고, 그것도 부족해서 장차 처남의 부인이 될지 모르는 여성에게 손을 벌리는 것은 참으로 부끄럽기 그지 없는 일이다.
그것도 부족해서 이제 고3인 김지원에게 돈을 꾼 일은 쥐구멍이 있다면 들어가고 싶을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야만 한다. 그는 몇 만원 안 남은 상황에서 가장 사랑하고 이쁜 딸 수정이게 털어주고, 차에 넣을 기름값이 없어서 뛰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백진희는 어떤가? 그녀의 사정은 안내상 못지 않게 첩첩산중이다! 소녀가장인 그녀는 날마다 집에 자신이 번 돈의 대다수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어머니는 간만에 전화해서 ‘돈을 더 보내달라’는 이야기를 한다.
돈 때문에 신불자에 청년백수가 된 그녀가 한밤에 맥주를 마시면서 스스로의 신세를 한탄하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일 것이고, 세상만사에 자신감을 상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여기 그런 그녀의 마음을 잘 나타내는 한 사건이 벌어진다. 그녀는 무서워서 스쿠터를 타지 못한다. 이런 그녀를 가르치던 안종석은 참다 못해 “누난 넘어질 생각부터 먼저 하잖아요. 그러니까 겁이 나고 무서운 거죠. 말로만 가는 거야옹이 하면 뭘해요? 정작 하나도 못가는데”라고 한다.
이 말은 들은 백진희는 참지 못하고 스쿠터에서 내려 집으로 가버린다. 그녀가 그토록 안종석의 말에 화를 내는 것은 자신의 현 상황과 마음자세를 너무나 정확하게 짚어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제일 약한 구석이나 아픈 데를 찌르면 그것이 아무리 옳고 바른 말이라도 화를 낼 수 밖에 없다. 바로 백진희가 그런 상황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광고기획사의 면접과 영업직 면접이 각각 19일로 동일한 시간대에 잡힌 상황에서 처음에 그녀는 돈을 벌기 위해 거의 합격이 확실한 영업직에 간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확실한 곳을 때려치우고, 광고기획사 면접으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백진희는 생전 무서워서 타지도 못하던 스쿠터를 용감하게 타고 그곳에 도착한다.
<하이킥 3>의 부제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짧은 다리의 역습’이다. 이는 99%의 짧은 다리를 가진 오늘날 대한민국 시민들을 가리킨 용어다. 한때 롱다리와 숏다리는 이분법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을 나누는 말이었다.
거기엔 우월감과 열등감이 공존하는 묘한 단어였다. 자신의 노력으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숏다리를 가진 대다수는 ‘패배자’가 되어버리는 무시무시한 말이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99% 대다수가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있다. 안내상처럼 40~50대 가장들은 일자리를 잃고 권위를 잃고 어디 가서 돈을 빌리기 위해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백진희로 대표되는 20대는 천문학적인 등록금과 바늘구멍보다 좁은 취업문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겪어본 이들은 알지만, 사람이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직장이 없으면 자신감이 사라지고 남의 눈치를 슬슬 볼 수 밖에 없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사회안전망인 복지가 부재한 곳에선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말이 구호가 아닌 잔인한 현실로 실현되는 곳이다. 이런 사회에서 안내상처럼 처절한 모멸감과 백진희처럼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하이킥 3> 115화에서 안내상은 그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를 보여줬다. 그는 촬영장까지 뛰고, 우는 장면에서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엉엉 울면서 극찬을 받았다.
자신의 꿈인 광고기획사 면접에 백진희의 모습 역시 당당하기 그지없다! 이제 그들은 자신의 처지에서 떨치고 일어나 짧지만 자신의 다리로 일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그들이 자신의 짧은 다리로 세상을 향해 보여줄 하이킥, 즉 부제인 ‘짧은 다리의 역습’이 시작된 것이다.
비록 실패할 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간이 살아있는 증거 그 자체가 아닐까? 115화는 부제를 너무나 확실하게 보여준 멋진 분량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어렵고 죽을만큼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꿋꿋이 일어서는 모습이야말로 <하이킥>이 우리에게 말해주고자 애쓰는 진정한 메시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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