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인적으로 일주일에 활력소가 되는 작품을 꼽으라면 <옥탑방 왕세자>를 꼽고 싶다! 조선에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떨어져서 좌충우돌하는 꽃미남 4인방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빵빵 터져서 정말 십년묵은 스트레스가 내려갈 지경이다.
근데 어제 방송된 분량을 보면서 좀 더 다른 각도에서 <옥탑방 왕세자>를 보게 되었다. 왕세자 이각은 자신과 똑같은 생긴 용태용이 실종된 이유와 자신이 300년후의 세상에 오게 된 이유를 알고자 용태용 행새를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이각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용태용의 핸드폰이 등장한다. 용태무는 자신의 손으로 용태용을 제거하고, 핸드폰마저 바다에 버렸었다. 따라서 핸드폰의 등장은 그가 용태용을 제거했다는 상당한 증거를 제공한다.
그래서 용태무는 이각과 함께 핸드폰의 비밀번호를 풀기 위해 서비스센터를 향하지만, 어리숙한 이각이 실수로 차에 핸드폰을 떨어뜨리자 조용히 자신이 집는다. 그리고 홍세나의 오피스텔에서 돌로 망가뜨리려고 한다. 하필이면 그때 홍세나가 들어오고, 용태무는 놀라서 눈에 보이는 종이 박스에 집어넣는다.
그런데 그 종이봉투는 홍세나의 집을 방문한 홍세나의 엄마의 것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되찾아서 갖고 갔다. 홍세나는 자신의 어머니가 영국유학을 한 훌륭한 상류층 부인이라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어머니를 감추고자 ‘쓰레기통에 버렸다’라고 거짓말을 한 상태이다. 용태무는 '버렸다'는 말을 믿기 때문에 안심한 상태다.
이각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용태용의 핸드폰은 원래 박하(한지민)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홍세나와 그녀의 어머니가 가져갔기 때문에 다시 박하의 손에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결정적인 순간에 다시 나타나서 용태무를 궁지로 몰아넣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머리끝까지 소름이 돋았다. ‘업(業)’이란 개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린 흔히 불교에서 말하는 업을 착한 일을 하면 후생에 인간으로 태어나고, 나쁜 일을 많이 하면 짐승으로 태어나는 식의 인과응보로 간단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업의 개념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인도 신화에서 천상의 신 제석천은 아수라의 딸을 납치한다. 그 이후 제석천과 아수라는 전쟁을 벌이는 데, 그 과정에서 두 신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진다.
하필이면 그 순간 안개가 끼었고, 지나가던 개미를 발견한 제석천은 급한 상황에서도 수레를 멈췄고, 행렬이 다 지나갈때까지 기다렸다. 반면 아수라는 딸을 잃은 이후로 인정사정없이 몰아쳤다.
단순히 개미 때문은 아니었겠지만, 그 사건을 기점으로 아수라는 제석천과의 싸움에서 열세를 보이더니 끝내 천상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처음으로 보자면 아수라는 분명히 억울하고, 제석천은 나쁜 짓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벌어졌다. 이는 업이 쌓여가는 과정이 우리 생각처럼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예시일 것이다.
300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이각은 용태용을 보면서 자신의 ‘환생’이라 굳게 믿는다. 그래서 세자빈도 홍세나로 환생했다고 본다. 이각은 모르지만 전생에서 세자빈은 자신의 짝이 되기 위해서 동생을 얼굴로 지지는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또한 현생에서 홍세나는 어린 시절에는 의붓자매인 박하를 일부러 버렸고, 커서는 용매무와 결혼하기 위해 갖은 악행을 거듭하고 있다.
따라서 이각이 훗날 자신이 그토록 찾기 원했던 세자빈이 전생과 후생에 걸쳐 벌인 악행을 알게 된다면 엄청난 고통과 절망감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이는 드라마가 얼마나 ‘비극’적인 요소를 차용하고 있는지 나타내고 있는 부분이다.
이번엔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꽃미남 4인방으로 돌아가보자! 꽃미남 4인방은 조선시대에서 왔기 때문에 긴머리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현시대에서 남자가 이런 머리를 고수하면 주변의 시선과 눈총이 따가울 수 밖에 없다.
옥탑방을 지키기 위해서 여회장과 협상을 하던 이각은 머리를 자르는 수 밖엔 없단 결론에 이른다. 박하 역시 여러모로 불편하고 하수구 구멍을 막히게 하는 꽃미남 3인방의 머리카락을 자를 것을 종용한다.
그러자 세명은 ‘차라리 목을 자르라’라고 강경하게 나온다. 이 대사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고종이 ‘단발령’을 내렸을 당시, 전국의 선비들이 울부짖던 말이다!
현대인들에게 머리카락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성리학이 600년간 지배했던 조선왕조에선 부모님께 받은 것으로 함부로 훼손해선 안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선비는 긴 머리를 땋아서 상투를 트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그걸 자른 다는 것은 큰 죄를 지었을 때 뿐이었다.
따라서 그들이 아무리 왕세자의 명인데도 불복하고, ‘차라리 자결하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걸 바라보는 베키와 레이디 미미가 보기에는 ‘꼴깞 떠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우리 입장에선 웃기지만, 당사자들의 입장에선 피눈물이 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다.
마지막으로 이각 덕분에 여회장의 집으로 들어간 꽃미남 3인방이 제사를 모시기 위해 벌인 소동을 생각해보자! 냉장고를 뒤지던 도치산은 생전 처음 먹은 오무라이스 위에 뿌려진 케찹을 보고 맛을 본다. 근데 하필이면 그때 물 마시러 온 여회장은 냉장고에서 그를 보고 기절하고 만다.
왜냐하면 그는 조선시대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나이가 있는 여회장이 보기엔 저승사자나 진배없었기 때문이다. 왕고모 역시 술의 위치를 찾기 위해 온 우용술을 아예 대놓고 ‘나 아직 안가요! 못가요!’라고 말할 지경이다.
정작 더 웃긴 것은 세 사람이 제사를 지내는 데, 그때 가사도우미가 얼굴에 팩을 부치고 지나가던 상황이었다. 팩을 난생 처음 본 그들로선 귀신으로 오해할 수 밖에 없었고, 장정 세명은 기절하고 말았다.
이 장면은 단순히 웃을수도 있지만, 서로의 문화를 오해해서 벌어진 일이라 씁쓸한 구석도 많다. 왕세자를 따라 21세기 대한민국으로 온 꽃미남 3인방 신하들은 자신의 시대와는 다른 21세기에 적응해야 한다. 그러나 도로에 차가 달리고, 각종 이해할 수 없는 기술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그들은 다치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다.
<옥탑방 왕세자>가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것은 300년을 뛰어넘은 꽃미남 4인방이 현실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소동을 벌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익숙한 것이 하나도 없는 그들에게 현재의 상황은 정말 죽을만큼 두렵고 절망스럽고 답답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또한 드라마엔 이런저런 복선이 깔려있기 때문에 보는 재미가 매우 쏠쏠하다.
페이소스와 유머 그리고 복선과 미스테리가 깔려있는 <옥탑방 왕세자>를 단순히 웃긴 작품으로만 볼 수 있을까? 5화가 방송된 이 시점에서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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