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고현정이 김승우를 능가하는 이유, ‘고쇼’

朱雀 2012. 4.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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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많은 이들의 기대와 우려를 자아내던 <고쇼>가 어제 밤 11시에 첫방송되었다. 방송을 본 첫 소감은 어떻게 시간이 흐른지 모르고 봤다가 가장 정확할 것 같다.

 

아직 처음이기 때문에 다소 어수선한 것을 빼면, 거의 대부분 완벽했다’! 일단 게스트는 고현정의 절친인 천정명과 조인성이 출연해서 화려하기 이를 데 없었다. 천하의 고현정이기에 이런 스타들을 섭외할 수 있지. 누가 가능하겠는가?

 

엉덩이를 튕기는 귀여운 천정명의 춤과 공군에서 500회를 넘게 MC를 조인성의 MC저격수의 말빨을 볼 수 있겠는가? 게다가 <무한도전>에서 웃기지 않던 길까지, <고쇼>에선 방언이라도 터진 듯 많은 웃음을 안겨주었다.

 

처음 고현정이 자신의 쇼에 출연한 천정명과 조인성이 춤을 추려고 할 때, 막을 때는 저러면 안돼는 데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박중훈쇼>가 망한 가장 큰 이유로 박중훈은 게스트의 입장을 너무 배려했다를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뼈에 새긴 김승우는 <승승장구>에서 독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 무척 애쓰고 있다. 그러나 김승우는 근본적으로 선한 인물이고, 남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는 데 몹시 적극적인 자세를 지녔다.

 

김승우의 그런 모습은 친한 동료나 인생선배로서는 좋은 자세지만, 예능 프로의 MC로선 몹시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수근 같은 프로도 김승우가 메인이기 때문에 자신의 맘대로 할 수 없어서 <승승장구>는 아무리 대단한 게스트를 모셔놔도 술에 술탄 듯 물에 물탄 듯 맹숭맹숭하기 이를 데 없는 토크쇼가 진행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고쇼>는 완전히 다르다! 고현정은 분명 아직 <고쇼>의 주인으로서 토크쇼의 안방마님으로서 부족한 부분은 많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는 김승우보다 뛰어나다!

 

바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 조인성과 천정명이 김연아를 이상형으로 꼽을 때 그녀는 바로 감정이 상해서 ?’라고 직설적으로 물을 정도였다. 계산여부를 떠나서 그런 공격적인 솔직함은 오늘날 시청자들에게 먹히는 부분이다.

 

오늘날 예능프로를 보는 시청자들은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부분들을 많이 원한다. 화나면 화나는대로 짜증나면 짜증나는 대로 감정을 밑바닥까지 보여주길 바란다. 그런 면 때문에 <무릎팍 도사>에서 센 질문이 아슬아슬한 수준까지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고현정은 연기자답게 즉흥극에서도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조인성의 응대에 흥분해서 끝까지 가려는 면모를 보여준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의외성으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게다가 윤종신-정형돈-김영철의 보조 MC들은 <승승장구>의 보조 MC들과는 다른 맛을 풍긴다. 우선 윤종신의 경우엔 다년간 여기저기 예능프로에 출연해서 깐족으로 이미지를 굳힌 인물이다. 게다가 <무한도전>에서 지드래곤의 패션을 지적하는 미존개오 정형돈은 동네 바보형 캐릭터부터 진상 캐릭터까지 넘나들며 시청자에게 웃음을 준다. 김영철은 <강심장>에서 보여줬던 매력을 여기서도 발산한다.

 

그들이 그런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것은 고현정이 목젖이 보일 정도로 활짝 웃어주기 때문이다. 때론 다른 MC들과 치고박고 웃고, 게스트와 신경전을 벌이고, <선덕여왕>의 미실처럼 모든 것을 지배하려는 그의 모습등은 고현정의 기존 이미지와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물론 아직 첫방송이라 MC끼리 손이 맞질 않아 윤종신이 즉흥연기를 한순간에 고현정이 죽여버린 다던가, 다른 MC가 활약하지 못하게 고현정이 전혀 의도치 않게 막거나 방해하는 경우들이 생기긴 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손발이 잘 맞게 되리라 본다. SBS는 이미 <힐링캠프>가 있다. 따라서 다른 컨셉이긴 하지만 <고쇼>가 과연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그러나 고현정은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쇼가 기존의 토크쇼와 차별화되는 부분을 분명히 짚어냈다. ‘나쁜남자를 주제로 조인성과 천정명의 나쁜 남자로서의 거의 밑바닥에 이를 수 있는 이야기들. 그러니까 조인성은 자신의 일 때문에 전 여자친구를 무릎에 앉혀놓고 울게 만들고는 괜찮아. 내일이야라고 한다던가.

 

빗속에 차밖으로 뛰어나간 여자친구를 5분이 넘도록 붙잡지 않은 천정명의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감각을 보여주었다. 어쩌면 그런 그녀의 모습은 평상시 솔직함과 털털함이 공존하기에 보여줄 수 있는 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미덕인 사회에서 고현정만큼 오늘날 토크쇼에 맞는 대형 스타는 없었던 것 같다.

 

특별히 꾸밀려고 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MC들과 묘한 조화를 이뤄내고, 자신의 친한 연예인 동료들을 아끼려 하면서도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이끌어내며, 다른 MC들의 활약을 이끌어내면서도 자신이 주인임을 잊지 않는 그녀의 다채로운 모습은 <고쇼>의 미래를 밝게 보이게끔 한다.

 

<승승장구>에 출연한 게스트의 이야기를 너무나 귀담아 드는 나머지, 시청자를 지루하게 하고, 가끔은 노련한 연예인이 출연하면 그 사람이 진행하는 바람에 누가 게스트인지 헷갈리는 <승승장구>와는 첫방송부터 격이 다르다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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