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지난주 금요일 숱한 화제를 만들어온 <보이스 코리아>도 생방송에 돌입했다. 길팀과 백지영팀의 12명이 경연을 벌여 4명이 탈락하는 잔인한 무대위에서 참가자들은 모두들 명운을 걸고 마치 검투사처럼 목소리 하나만을 가지고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기대가 컷던 탓일까? 필자는 많은 실망을 해야만 했다. 첫 번째 무대를 장식한 신초이의 경우 자신의 중성적인 매력 보이스를 살리기에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아웃사이더>를 택한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었다.
특별히 그녀의 매력적인 보이스컬러도 가창력도 살아나질 않았다. 게다가 호평을 받은 유성은-허공 등의 무대도 이전과 비교했을 때 큰 감흥을 주질 못했다. 물론 허공 등의 참가자들이 노래를 잘 부른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 이상의 무언가’가 없었다.
그런 면에서 우혜미를 최고로 꼽고 싶다! 우혜미가 생방 첫무대에서 고른 곡은 놀랍게도 윤시내의 <마리아>였다! 제목조차 생소한 이 곡이 실은 마이클 잭슨의 솔로곡이라는 사실을 그날 처음 알았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경연에 나서는 참가자가 시청자와 관객이 거의 모르는 노래를 들고 나오는 것은 불리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마이클 잭슨-윤시내로 이어지는 보컬 라인은 얼핏 생각해도 <마리아>가 얼마나 어려운 곡인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우혜미는 생방송 무대라는 중압감과 마이클 잭슨과 윤시내라는 전설적인 가수들이 불렀다는 사실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식대로 노래를 소화했다! 스모키화장을 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카메라를 쳐다보는 그녀의 모습에선 ‘마성의 매력’이 철철 흘러나왔다.
또한 노래 역시 그녀만의 보이스 컬러와 유니크함을 드러내기에 충분했고, 기교와 발성과 성량에서 문외한인 필자가 듣기엔 그저 감탄사만이 연발되는 최고의 무대였다!
물론 듣기에는 하예나의 <안되나요?>가 시원시원하고 좋았다. 길코치가 ‘멘탈붕괴’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거꾸로 뒤집어 보자. <안되나요>는 <마리아>에 비해 많이 알려진 곡이고, 시원시원한 가창력으로 풀어내면 시청자의 공감과 문자투표를 얻어내기에 무척 좋은 곡이다.
물론 필자는 하예나의 실력을 폄화하거나 낮출 의도는 전혀 없다. 하예나의 실력 역시 뛰어났고, 그녀의 가창력은 <보이스 코리아>의 존재이유를 확실하게 밝힌 무대였다!
그러나 <보이스 코리아>의 존재이유를 가장 명확하게 밝혀낸 무대는 역시 우혜미의 무대였다고 생각한다. <유고걸>을 부른 인지윤, <아웃사이더>를 부른 신초이의 예에서 알수 있지만, <보이스 코리아>는 생방송으로 넘어오면서 치명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바로 ‘목소리로 승부하라’는 모토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오늘날 댄스 음악들은 기본적으로 듣는 음악이 아니라 보는 음악들이다. 따라서 조금 노래를 못 불러도 섹시한 여가수가 불렀을 때 살아나는 곡이나, 아니면 잘 생긴 아이돌 가수가 불렀을 때 볼맛이 나는 곡들이 넘쳐난다.
생방송 무대에서 선 참가자들은 외모가 못생겼거나 평범하거나 독특한 분위기 등이 있어서 그동안 기존 가요계의 오디션에선 외면을 받던 인물들이다. 그들이 가창력보다는 비쥬얼로 승부해야 되는 곡을 고를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닥친 것이다!
왜냐하면 문자투표를 받기 위해서는 대중에게 익숙한 곡을 찾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익숙함이 오히려 참가자들에겐 독약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일례로 시청자들에게 극찬을 받긴 했지만, 강미진의 <유혹의 소나타>는 아이비에 비해선 많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유니크한 목소리는 분명 매력적이었지만, 그녀와 잘 맞지 않는 언밸러스한 섹시한 의상과 무대연출은 마이너스였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신인답지 않게 과감하게 대중이 잘 모르는 <마리아>를 고르고, 한치의 흔들림없이 자신의 페이스대로 이끌어나간 우혜미의 뚝심과 실력은 그저 감탄을 연발하게 만들 뿐이다.
자신의 독특한 외모와 분위기를 더욱 잘 살리는 선곡과 무대연출을 해낸 우혜미는 생방송 무대로 넘어오면서 ‘딜레마’에 빠진 <보이스 코리아>가 참가자들에게 어떤 무대를 지정해줘야 하는지 ‘좋은 예’를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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