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최고의 1분을 만들어낸 ‘신사의 품격’

朱雀 2012. 6. 25. 07:00
728x90
반응형



어제 신사의 품격은 보기 드문 명장면 연출에 성공했다! 엇갈린 오해와 순간속에서 드디어 서이수와 김도진이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는 순간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진심을 알아차려주지 못하는 서이수에게 실망한 김도진은 초반에 무례한 말들을 던졌었다! 바로 나랑 잘꺼 아니면 끼부리지 말아였다. 이건 장동건이니까 어느 정도 용서(?)되는 것이지. 다른 남자라면 성희롱으로 잡혀가도 할말 없을 정도의 폭언이다!

 

그러나 그 다음 장면에서 왜 이렇게 김도진이 서이수에게 화를 내는지 설명이 된다. 자신에게 화가 난 서이수에게 김도진은 서이수씨와 마주친 지금 이순간이 내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 중에서 가장 젊은 날들이죠. 오늘보다 어제가 청춘이고, 그래서 오늘 난 어제보다 열정적이었고, 어제보다 그제 더 대범했어요.”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40대 남자의 사랑에 대해 토로하는 장면이다. 드라마속 김도진은 지나칠 정도로 무례하다. 왜 그랬을까?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수록 초조해져간다.

 

오늘날 사회가 70~80살의 정정한 노인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오늘날의 40대는 몇십년전의 중년과는 매우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되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20대라면 피끓는 사랑을 했을 것이고, 30대라면 적당한 밀당을 하면서 서로의 애정을 확인해갔을 것이다. 그러나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초조해가는 40대라면? 급한 마음에 요샛말로 돌직구로 진심을 날리면서, 서로 시간낭비처럼 느껴지는 밀당은 그만두고 살아갈 날들이 살아올 날들보다 많지 않을 수도 있기에, 오늘 더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만나고자 한 게 아닐까?

 

<신사의 품격>에선 김도진을 통해 오늘날 40대 남자의 사랑법에 대해 보여준 게 아닐까 싶다. 김도진은 최윤처럼 우직하지 않고, 임태산처럼 멋지지도 않다. 그러나 40대가 되어 어느 정도 사회적 성공을 이루고, 어느 정도 지위에 있어서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그러나 (스스로 고백한 것처럼) 신사가 되지 못한 한 나이든 남자의 애정관을 나름 솔직하게 보여준 게 아닐까 싶다.

 

김도진은 그 말 이후 내 진심을 돌처럼 던졌다라고 표현한다. 그는 자신의 진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서이수에게 화를 내고, 무엇보다 (자신을 제외한 임태산과 홍세라만 생각한) 서이수가 지금도 예뻐보이는 자신에게 화가 난 것이었다!

 

그 장면은 오늘날 어쩌면 상대방보다 자신을 더욱 사랑하는 이기적인 오늘날 40대 남자들의 단면을 보여준 것은 아닌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김도진을 사랑하고 진심을 계속해서 보여준 서이수가 오히려 김도진보다 성숙하게 보였다.

 

무엇보다 마지막 장면에서 김도진이 자신을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가버린 서이수의 흔적을 까페에서 찾고는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다가, 자신이 처음 서이수를 본 그 창가에서 다시 서이수를 찾게 되었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 10화동안 서이수와 김도진의 어긋난 만남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들이 많았다. 두 사람의 사이에 임태산과 홍세라가 있었지만, 둘 모두 각각 절친한 사이였다. 결정적으로 서이수가 일방적으로 임태산을 짝사랑했고, 임태산은 홍세라를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따라서 10화동안 서이수와 김도진의 어긋난 관계는 사실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10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런 여태까지의 이해하기 어려운 전개들이 한방에 날아갈 만큼 멋졌다.

 

창가에 선 서이수를 향해 넵킨에 메모를 적어 보여준 장면은 특히 압권이었다! ‘오늘 선약은 서이수씨에요! <신사의 품격>을 그동안 봐온 이들에게 이건 정말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거기에 더해 그 메모가 보여진 유리창에 예쁜 뽀뽀를 하는 서이수의 모습은 정말 예쁘기까지 했다.

 

그리고 딱 거기에서 멈춘 연출 역시 적당했다! 만약 서이수의 입술에 (비록 유리창이 있지만) 장동건이 입술을 포갰다면 정말 진부하기 이를 데 없었을 것이다. 40대 남자의 사랑을 적당한 수위까지 연출해낸 정말 멋진 명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