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TV비평

‘응답하라 1997’의 인기가 마냥 반갑지 않은 이유

朱雀 2012. 8.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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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왕년에 말이야가끔 이런 말을 이들을 만날 경우가 있다. 지금 보면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인데, 남들이 자기를 무시할까봐 예전에는 한가닥 했다고 말하고 한다. 그 시기를 함께 지내지 않았으니, 그냥 그런 가보다하고 넘길 때가 있다.

 

근데 요즘 TV를 보면 심상찮은 느낌을 받는다. 최근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2%의 시청률을 올리면서 주공략층은 30대는 물론, 50대까지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2%대 시청률을 보고 에게?’라고 할 수 있지만, 공중파와 달리 가입한 사람만이 보는 케이블의 특성상 이는 매우 대단한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종편의 경우엔 1%도 안 되는 소수점 세 자리수까지 논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이런 <응답하라 1997>의 인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긴 하다. 일단은 복고열풍이다! <놀러와>에서 일으킨 세시봉열풍은 이후<써니> <건축학개론>까지 이어지면서 각 세대간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따라서 현재 33세인 여섯 주인공들의 나이처럼 30대 초반의 시청자들은 새록새록 추억에 잠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나에게 10대로 돌아갈래?라고 묻는다면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을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추억이 다르기 때문에 평균을 내긴 어렵겠지만, 10대 고등학교때 필자는 수능을 준비하면서 아주 죽을 맛이었다. 물론 친구들과 도시락도 까먹고 같이 놀라간 기억도 있지만, 그건 사이사이 있는 기억이고, 하기 싫은 공부와 숙제를 억지로 하고, 학교에선 귄위적인 선생님한테 짓눌리고, 오르지 않는 성적 때문에 괴로워하는 등의 떠오르기 싫은 일들도 많았다.

 

따라서 필자는 조금 힘들긴 하지만 오히려 지금의 삶이 이전보다 더욱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요즘 <응답하라 1997>이 인기를 끄는 것일까? 단순히 추억팔기용일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현재 30대인 <응답하라 1997>의 세대들은 누구보다 어렵고 엄혹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우선 요즘 30대들은 직장에서 매우 위태로운 처지에 놓여있다. 그들은 너무나 쉽게 직장에서 쫓겨나며, 때에 따라선 편의점 같은 것을 내놓고 일하고 있지만 내일을 장담하기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렵게 산 주택은 가격이 나날이 떨어지고 있고, 이제 몇 살 안 된 아이들의 학원비와 생활비는 무시무시한 수준으로 올라서 버렸다. 예전에 어른들께서 애들은 태어나면서 지들 먹을 것은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정말 옛말이 되어버렸다.

 

인간이 괴롭고 힘든 현실에 처하면 어떻게 될까? 자연스럽게 예전 추억을 곰씹으면서 위로를 얻고 힘을 내고자 한다. <응답하라 1997>의 인기는 거기에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응답하라 1997>속 현실은 어떤가? 거기서도 미화하고 있긴 하지만 학생은 선생님의 권위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윤윤제(서인국)는 떠들지도 않았는데, 반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선생님께 매를 맞아야 했다.

 

성시원(정은지)H.O.T가 좋아서 공부는 포기하고 무조건 팬질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녀 역시 나름대로는 오르지 않는 성적 때문에 좌절한 것은 아닐까?

 

심지어 1997년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IMF사태가 터진 시기다. 과연 이때가 우리 인생에서 행복했던 시기였을까? 인간에게 추억이란 어떤 의미로든 미화된 기억이다. 우리가 만약 그 시기를 냉정하게 제대로(?) 기억한다면 추억이나 향수란 단어는 우리에게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린 힘겹게 지내온 시절마저 미화해서 곰씹으면서 그땐 좋았지라는 노인네 같은 소리를 하게 된다. 그 당시는 나름대로 무척 힘들었다는 기억은 잊어버린 채 말이다.

 

<응답하라 1997>의 인기는 도무지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는 오늘날의 현실 때문에 30대를 비롯해서 그 시기를 살아온 이들이 열광하는 것은 아닐까?

 

게다가 30대는 사회의 주축으로 누구보다 오늘날 현대를 열심히 부지런히 뭔가를 이루기 위해 에너지 넘치게 살아가야 하는 그들이다. 그런데 이제 겨우 10년이 조금 넘는 그때를 추억한다는 사실에서 그들의 시대적 절망을 느낀다고 한다면 그건 너무 오버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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