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마이에서 나를 놀라게 한 음식점은 신기하게도 번듯한 가게보다는 오히려 길거리 노점에서 파는 가게들이다. 물론 제대로 자리를 잡은 가게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 높고, 상대적으로 노점에 대해선 별로 기대가 없는 탓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차이는 꽤 크다!
치앙마이엔 골목 구석구석 정말 다 쓰러져가는 허름한 공간에서 제대로 된 간판도 없이 영업하는 곳들이 많은데, 그런데도 들어갔다가 놀라운 맛(?)에 전율할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번에 소개할 집은 그중에서도 스테이크를 전문적으로 하는 집이다. 이름도 거창하다! ‘이너프 스테이크(Enough STEAK)’이다. 오후 6시 경이 되어 거리가 어둑해지자 문을 연 이 집은 상당히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10여명 정도가 줄을 서서 그야말로 ‘나 맛집이야’라고 알리고 있었다.
맛집의 흔한 풍경인 줄서기는 기본이요. 약간 껄렁껄한 여종업원이 와서 주문을 받는데, 이 종업원이 아주 걸물이었다! 영어를 잘 구사하는데 흑인식 몸투와 말투를 보여줬다. 분명 얼굴은 태국인인 것 같은데. 게다가 대놓고 백인들을 우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를 보면서 냉냉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백인들을 보자 함박 웃음을 지으며 매우 친근하게 굴었다. 처음에는 ‘아! 원래 친한 사람들인가 보다’했는데, 그 다음에 보니 다른 외국인한테도 그런다. -_-;;; 아무래도 백인들을 좀 더 좋아하는 종업원인 듯.
이상한 서운함(?)을 안고 기다리다보니 어느새 금방 우리 차례가 돌아왔다. 기본인 스테이크를 시키니, 약 5분 정도 지나니 우리 음식이 나왔다. 음식의 구성은 간단했다.
양파튀김과 감자튀김, 양배추로 주로 이루어진 샐러드, 스테이크 그리고 빵 한조각. 이 스테이크 한 접시의 가격은 겨우 50바트. 약 1,800원에 지나지 않는다.
맛은? 백인들이 줄을 서서 먹을 정도다! 이 정도면 설명이 충분할 것이다. 로컬 음식점에서 태국인과 서양인과 그리고 우리 같은 여행자들이 줄을 서서 먹을 지경이다. 게다가 앞서 말했지만 여기 주문을 받는 여종업원은 언뜻 보면 불친절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그런 모든 것을 감수할 정도로 맛이 괜찮다! 양파링과 감자튀김은 적절하게 튀겨져서 아삭하고, 메인인 고기는 약간 양이 적지만, 썰어먹은 맛이 꽤 괜찮다. 물론 이건 가격 대비 만족도를 말하는 것이다.
감히 말하건대, 100바트 정도 된다고 해도 필자는 사 먹을 정도로 맛이 괜찮았다. 님만해먼 거리 근처에 여는 이너프 스테이크는 이곳에서도 소문난 맛집이다.
아침에는 국수집이 열리는데, 그곳도 맛집이라는데 필자의 입맛엔 도무지 맛질 않았었다. 그런데 해가 지고 그 자리에 다른 노점 음식점이 열리니 전혀 다른 맛의 세계가 열렸다! 태국 치앙마이는 여행자를 감탄시키는 매력이 있다.
서로 공존공생하고, 길거리 노점이라고 무시했다가는 큰 코 다칠 정도로 상당한 내공을 지니고 있다. 마치 그런 모습은 강호에 은둔하는 고수를 만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당신이 만약 태국 치앙마이에 가게 된다면 님만해민(Nimmanhaemin) 거리에 위치한 ‘이너프 스테이크’를 추천한다! 단, 이곳은 오후 6시가 넘어야 문을 여니 참고하시길. -The Dome 길건너 맞은편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여행기 > 치앙마이 표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앙마이 35년 전통의 빵집, '파이 베이커리' (7) | 2013.01.30 |
---|---|
나는 왜 태국 치앙마이에 와 있는가? (11) | 2013.01.28 |
태국 치앙마이에서 인상적인 세 가지 풍경 (3) | 2013.01.26 |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태국식 샤브샤브, ‘MK레스토랑’ (7) | 2013.01.25 |
태국에서 내가 한국인임을 느낄 때 (6) | 2013.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