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인간의 조건’의 옥의 티?

朱雀 2013. 3. 2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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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자동차 없이 살아가기에 도전하고 싶은 인간의 조건을 보면서 새삼 뚜벅이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절감하고 있다. <인간의 조건> 멤버들은 모두 <개콘>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들이다. 김준현, 김준호, 양상국, 허경환, 박성호, 정태호. 이름만 들어도 벌써부터 입꼬리에 웃음이 걸리는 이들이, 현대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고 살아가는 모습은 웃기기도 하고 뭔가 찡한 것을 전해주기도 한다.

 

양상국은 김준현-허경환과 함께 아버지 병문안을 왔다가 버스를 잘못 타서 1시간이 넘게 헤매고 만다. 멤버들은 녹화가 늦게 끝나면 버스 찾기에 골몰하고, 심지어 밤새 첫차가 오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걷기의 날미션을 받고, 박성호는 어린 아들과 함께 광화문을 걷고, 정태호는 <용감한 녀석들> 멤버들과 함께 걸어보고, 김준호는 유일한 여자친구(?)인 김숙과 함께 시청역 주변을 걷는다. 김숙을 만나러 녹화장에 갔다가 녹화가 시작되기 일보직전이라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가, 녹화가 조금 미뤄지면서 함께 걷게 되는 그들의 모습은 정말 리얼한 웃음을 가져다 준다.

 

한참 재밌게 보다가 몇몇 장면에서 눈이 걸리고 말았다. 첫 번째는 김준호가 왕발통이라 부르는 세그웨이를 엄청난 폭설이 내리는 상황에서 타고 올라간 것이다. 게다가 박성호는 롤러 블레이드를 타고 그 뒤를 따른다.

 

정태호가 계속 말리지만 철 없는 두 형은 계속 어떻게든 올라가려고 한다. 이거 그냥 봐도 너무 위험하다. 다행히 방송에선 미끄러져서 넘어지거나 다치는 모습이 잡하지 않았지만, 제설 작업이 되지 않는 급경사의 길을 올라가는 모습은 너무나 위험천만했다. 물론 자막으로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라고 했지만 무슨 절단 마술도 아니고, 단순히 자막으로 주의(?)를 주는 행동은 '자기들은 재밌게(?)하고 우린 왜 하지 말라는 거야?'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지 않을까?

 

뭐 이건 웃기기 위한 하나의 설정으로 넘어가보자. 두 번째는 조금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안에서 야식을 멤버들은 소화도 시킬 겸 눈이 펑펑 오는 날 밤에 썰매타기를 하기로 한다. 현재 여섯 멤버들이 함께 지내는 숙소는 높은 경사를 자랑하기 때문에 급조한 썰매(?) 가지고도 잘 내려가는 편이었다.

 

그러나 보면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서울 도심에서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는 길이란 거의 없다. 그 다음날 상황에서 보여지지만, 멤버들이 재밌게 썰매를 탔던 곳은 자동차들이 제대로 올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질 정도였다.

 

아직 녹지 않은 눈위에서 썰매를 타면 눈이 녹거나 밀리면서 더욱 미끄러져워진다. 게다가 밤새 얼면? 빙판길이 되어 위험하기 짝이 없다. 물론 악의가 없다는 사실은 잘 안다. 그저 눈이 오니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고자 한 것 뿐이리라.

 

그러나 이런 모습은 우리들의 이기주의를 반영하는 게 아닐까? 일전에 서울에 폭설이 왔을 때 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해 눈썰매를 끌고 근처 공원이나 길위에서 밀어주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아이들은 좋아할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그런 것을 타면 빙판길이 될 수 밖에 없다.

 

썰매를 타기 보다는 다른 이를 위해 여섯 명의 멤버들이 빗자루를 들고 나와서 치우는 모습이 더욱 아름답지 않았을까? 물론 예능을 보면서 다큐를 생각하네라고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중파의 위력은 상당하다!

 

게다가 <인간의 조건>은 단순히 예능이 아니라 도시인이 문명의 이기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다. 따라서 현대인이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편리한 이기들이 없을 때, 우리가 얼마나 불편한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단순히 불편한 것으로 끝나면 곤란하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단순히 자동차를 안타는 것으로 환경을 보호하는 것일까? 우리가 천연가스로 움직이는 버스를 타고, 전기로 움직이는 지하철을 탄다고 해도 환경은 오염된다. ? 천연가스도 석유에 비해 덜 오염가스가 배출되는 것이지 배출되고, 전기는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화력, 수력, 심지어 원자력을 가지고 만들지 않는가?

 

게다가 원자력 발전은 얼마나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알 수 있듯이 무서운 방사능 누출의 위험이 항상 공존한다. <인간의 조건>을 보면서 아쉬운 것은 눈앞의 과제에만 급급하다. 좀 더 내다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물론 <인간의 조건>은 예능이지 다큐가 아니다. 그러나 좀 더 고민하고 생각한다면 좀 더 의미있고 재밌는 프로가 되지 않을까? <인간의 조건>은 여태까지 공중파에선 한 프로들과는 성격이 판이하다. 말 그대로 처음 해보는 예능이다. 따라서 깊은 고민은 프로그램의 수준을 격상시키고, 덤으로 수명연장의 꿈을 이뤄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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