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결국 정답은 출연자들이었다?! ‘런닝맨’

朱雀 2013. 3.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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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공주와 바보온달은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옛날이야기일 것이다. 어제 <런닝맨>은 그 타이틀로 진행되었다. 당연히 게임은 여섯 명의 남자멤버가 바보 온달로, 세 명의 여성은 평강공주로 정해졌다.

 

처음 든 생각은 너무 잘 아는 이야기라 별로 재미 없지 않을까?’였다. 그러나 예상외로 빵빵 터졌다! 우선 첫 번째 라운드는 문제맞추기였는데, 평강공주들이 모르는 스포츠 문제를 내서 엄청난 웃음을 줬다.

 

공격에도 가담하는 수비수를 알지 못해서, ‘포에버프리가 답으로 등장했다. 덕분에 남자들은 물대포를 맞으면서 괴로워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세 문제 이후에는 여자들이 주걱을 잡고 남자들이 맞추는 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이번에 남자들이 전혀 모르는 여성용구두와 패디큐어에 관한 문제가 나와서 모두들 당황하고 말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상황은 너무나 많이 연출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출연자들이 너무나 적극적으로 임하고 최고의 리액션을 보여주는 통에 너무나 웃기기 그지 없었다. 출연자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는 부분은 약간 진부한 느낌도 있었지만, 영구가 넘어지면 웃기는 것처럼 뻔히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무나 넘어진다고 해서 시청자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면에서 <런닝맨> 멤버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지 않은가?

 

이태원속 세계여행코너에선 공주 마마안고 림보게임에서 송지효를 안고 앉자마자 뚜둑소리가 난 하하는 별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고, 유재석은 시험삼아 노사연을 안고 일어서려다 그만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심지어 유재석은 게임을 위해 유이를 안았다가 무게를 견디지 못해서 내가 생각했던 (솜털처럼 가벼운) 유이가 아니다라고 말해 큰 웃음을 줬다.

 

월요커플은 막대과자게임에서 단순히 과자 길이를 1센티로 만드는 게 아니라, 개리가 일부러 부끄러운 듯 전방 15도를 보고, ‘눈 감을꺼니?’‘옆으로 고개를 돌릴꺼니?’라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말해서 보는 이를 웃을 수 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광수보다 적극적으로 막대과자를 먹음으로서 1센티로 만든 유이의 활약은 왠지 바뀐 남녀의 역할(?) 때문에 웃음을 주었다.

 

림보게임에서 유이를 안고 장애물을 통과하다가 결국 마지막에 일어나지 못하고 유이를 놓친 광수의 모습. 송지효를 안고 가뿐하게(?) 장애물을 통과하고 2번째 게임에서 1위를 차지하는 개리의 모습은 멋지게 다가왔다.

 

마지막 게임인 안대를 찬 남자가 등에 업힌 여자의 지시에 따라서 움직이고, 상대편의 이름표를 떼는 게임에선 의외성이 많이 발생했다. 유이는 노사연을 상대로 이름표를 두 번이나 먼저 떼내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마지막 라운드에선 에이스 송지효를 물리치고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바보온달과 평강공주>는 누구나 다 아는 옛날 이야기이다! 따라서 그걸 가지고 뭔가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 탓인지 진행된 게임은 이전에 다 나온 것들이었다! 문제를 맞추지 못하면 물대포를 맞는 벌칙이나, 림보를 하거나, 남녀가 서로 빼빼로를 먹으면서 가장 짧은 길이를 남긴 팀이 이기는 식의 게임들이 그러하다!

 

이런 게임은 동호회나 대학생들끼리 MT를 가서 하면 재밌을 정도의 수준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왠지 <런닝맨> 정도 되는 일요대표예능이면 뭔가 기상천외한 게임을 해야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번 에피소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보는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노사연은 자신이 살 빠져서 가벼워졌다고 어필하고, 자신을 남자들이 제대로 들지 못하자 마구 화를 내며 폭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송지효는 예쁜 여자 연예인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망가뜨려서 멍지효라는 자신의 캐릭터를 부각시키면서도, 몸을 하는 게임에선 발군의 활약을 보여 '역시 에이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기린은 게임을 하는 중간 중간 틈만 나면 김종국이 안대를 하자 반란을 일으켰다가 순식간에 제압당하는 상황극을 펼쳐내며 커다란 웃음을 주었다.

 

이렇듯 어제 <런닝맨>은 얼핏 진부하게 보이는 게임들을 가지고도 출연자들의 활약에 따라 얼마든지 재밌게 만들 수 있는 당연한 사실을 증명해냈다. 물론 <런닝맨>은 뛰고 달리는 게임이기 때문에, 똑같은 게임을 반복하면 자칫 식상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예능프로에서 많이 봐온 게임이라도, 이제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하는 런닝맨 멤버들은 그 안에서 상황극을 만들어 내고, 조금이라도 의외의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웃음으로 연결해내는 엄청난 능력을 발휘해냈다.

 

지난주 <런닝맨>금검전설 외전이라고 해서, 무려 베트남까지 가서 찍는 과감한 투자를 했다. 그러나 그 편은 오히려 재미가 덜했고, 국내에서 진행한 이번 <바보온달과 평강공주>가 비교도 안될만큼 더욱 재미있었다. <런닝맨> 제작진들이 매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안다. 그러나 때때로 막힌다면 기막힌 설정을 하는 것보다는 멤버들을 믿고 이번처럼 단순한 게임 설정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여겨진다. 새삼 출연자들이 얼마나 그 예능의 재미와 분량을 책임지는 지 알 수 있는 좋은 에피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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