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어떻게 ‘내 연애의 모든 것’을 이겼는가?

朱雀 2013. 4. 1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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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헌이 주인공이란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이 드라마는 힘들겠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바로 송승헌과 신세경이 주인공인 <남자가 사랑할 때><내 연애의 모든 것>을 제치고 시청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자가 사랑할 때>411일 기준으로 11.6%1위를, <내 연애의 모든 것>5%로 꼴찌를 차지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한 것일까?

 

 

<내 연애의 모든 것><브레인>이후 재발견된 배우 신하균이 열연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내 연애의 모든 것>에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구태의연한 우리나라 국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회의원들이 멋있는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언론악법을 날치기통과하고, 장외투쟁하고,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멀쩡한 국회의원이 병원에 입원하고 고소장을 날리는 를 한다.

 

이게 만약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면 그냥 보겠지만, 이미 현실에서 (비슷한 광경을) 지겹게 본 까닭(?)에, 아니 오히려 드라마가 현실을 쫓아가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무엇보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어렵다. 왜냐하면 정치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신하균과 이민정이 통통 튀는 매력을 선보이면서 경쾌하고 유쾌하게 여의도정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치'란 단어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지 않던가? 가뜩이나 현실에서 머리 아픈 일이 많은 시청자들에겐 <내 연애의 모든 것>은 피하고 싶은 드라마가 된 건 아닐까?

 

 

 

그에 반해 <남자가 사랑할 때>는 이해하기 쉽다. ? 사랑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약간의 변형은 있었다. 송승헌이 1화에서 신세경네 집을 찾아가서 사채를 갚으라고 협박하기 때문이다. 물론 극적인 반전 이후 그는 재벌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신세경이 연기하는 서미도는 독한 여성이다. 그녀는 사채빚을 받으러 온 조폭들 앞에서도 고함을 치고 지지 않는다. 그러나 <남자가 사랑할 때>는 결정적인 코드가 있다.

 

바로 젊고 잘 생긴 재벌남과의 연애! 2화에서 이미 드러나지만 서미도는 한태상(송승헌)의 도움으로 4년 내내 장학금으로 대학을 다니고 그것도 부족해서, 한태상이 운영하는 금융사에 취직까지 하게 되었다. 신세경이 신데렐라를 예로 들면서 희망고문을 운운했지만, 정작 본인이 재벌인 한태상 덕분에 구질구질한 가난한 인생에서 화려한 상류층 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이거야말로 여성시청자들이 꿈꾸는 게 아닐까? 어느 날 백마탄 왕자님이 나타나서 자신의 팔자가 바뀌는 상황말이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그런 면에서 여성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한다!

 

 

 

게다가 <남자가 사랑할 때>는 치정멜로라는 장르다. 애초에 한태상은 그를 사랑한 백성주(채정안) 때문에 보스의 눈에 나서 칼을 맞고 죽을 뻔 한다. 서미도는 한태상이 부자라서 마음에 두고 있지만, 한편으론 괌에서 만난 이재희(연우진)에게 흔들리고 있다. 근데 한태상과 이재희는 형제같은 관계이자, 보스와 부하의 관계이다. 이 관계는 이미 파국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에 흥미진진할 수 밖에 없다.

 

정리하자면 <남자가 사랑할 때>는 재벌남이 등장하고, 송승헌도 부족해서 연우진 같은 꽃미남이 등장한다. 그야말로 여성시청자들의 눈이 호강하고, 서로 얽히고 설킨 애정관계는 보는 내내 흥미를 유발한다.

 

이에 반해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어떤가? 신하균이 연기하는 김수영 의원은 판사 출신이긴 하지만 재벌남이 아니다. 게다가 찌질하기까지 하다. ‘국회의원이란 점을 빼면 여성 시청자에게 매력을 어필하기 힘들다.

 

물론 김수영과 노민영(이민정)은 제목처럼 연애를 할 것 같긴 하지만, 주무대가 여의도 정치판인 탓에 작년 대선이후로 정치에 관심을 끊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에게 보는 내내 숨이 턱턱 막히고 불쾌감이 피어오르는 짜증을 유발한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은 극 자체의 재미를 떠나서 현실정치에 대한 불신과 환멸 탓에 보고 싶지 않은 드라마가 된 것은 아닐까? 물론 부차적으로 보면 재벌남도 등장하지 않고, 꽃미남들이 주르르 나와서 시청자들을 현혹하지 못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이제 현실정치에 신물이 나서 잊고 지내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을 자극하기 때문에 외면당하는 게 아닐까?

 

필자는 작금의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분명히 재미있고 이해하기도 쉽다. 또한 잘 만들어진 편이다. 그러나 <내 연애의 모든 것>같은 작품들이 잘 되어야만 한다!

 

? ‘모든 국민들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게된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우린 흔히 파행이 된 국회를 비난하고, 국회의원에 대해 뭐라고 하면서 자신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민들에겐 표를 행사할 권리가 있고, 그걸 잘 행사했다면 우리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국회의원들이 뽑히지 않았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이건 국민들이 표를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다는 소리밖에 되질 않는다. 물론 먹고 살기 힘든 현실에서 정치에 관심을 두고 투표권을 행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국회의원을 누굴 뽑느냐?’에 따라서 우리 삶의 질이 달라진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이 단 3화밖에 방송되지 않은 시점에서 시청률 5%로 추락한 것은 단순히 작품이 재미없는 게 아니라, 위에 열거한 이유 탓이 아닌지 매우 답답하다. 수목드라마의 시청률 성적표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것은 거기서 우리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린 언제쯤 정치드라마에 좀 더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정치가 멋있어지면 그때부터일까?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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