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왜 한국에선 스티브 잡스가 나오지 않는가? ‘내 연애의 모든 것’

朱雀 2013. 4. 1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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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왜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안 나오는지 아세요? 바로 문의원님 같은 사람 때문입니다. 튀지마라. 남 눈치봐라. 그렇게 평균만 강요하고 개성만 죽이니까 창의력이고 상상력이고 다 죽는 거잖아요.

 

김수영 의원(신하균)이 고대룡 대표에게 제대로 인사하지 않는 자신을 나무라기 위해 튀지 말라고 충고하는 문의원(공형식)에게 한 말이다. 물론 이 대사는 웃자고 한 이야기다. 그러나 말속에 뼈가 있다라는 이야기처럼, 이 대사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현상황을 잘 꼬집는 이야기라고 여겨진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연이어서 혁신을 이루면서, 애플사를 세계최고의 IT기업으로 만들자, 우리나라에선 앞다투어서 그에 관한 서적을 내놓으면서 배우자라는 이야기를 쏟아내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란 인물은 단순히 개인이 혼자 뛰어나서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활약한 것이 아니다. 그 사회가 잡스가 활약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발판을 마련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잡스 전기나 관련 기사를 읽은 이들은 알겠지만, 그는 1976년 워즈니악과 함께 애플을 공동창업했지만, 1985년 이사진에 의해 쫓겨나다시피 나오게 된다. 거기엔 그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리사가 너무 비싸서 시장의 외면을 받은 탓이었다. 한마디로 그는 시장의 요구와 변화를 읽지 못했다. 그가 차린 그후 차린 넥스트 역시 성공적인 하드웨어를 내놓지 못했다.

 

잡스가 199710억 달러의 경이로운 적자(?)를 내고 있었던 애플로 돌아와서 그해 바로 4억 달러의 흑자를 내면서 승승장구하게 된다. 미국 사회는 그에게 두번의 기회를 주었고, 잡스는 그 기대에 부응한 셈이다.

 

잡스는 어려운 집안사정 등을 이유로 리드대학교를 중퇴했지만, 학교는 무려 18개월 동안 여러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허락했다. 그가 이때 들은 시각디자인 강의는 이후 그가 애플에서 수려한 글자체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잡스에 대해 잘 아는 이라면 그의 성격이 얼마나 고약한지 모두 알 것이다. 그는 자신의 마음에 들때면 상대방을 치켜세웠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시하기로 유명했다. 심지어 그의 가족들까지 수시로 무시당할 정도였으니 그가 다른 기업가들을 상대로 어떻게 행동했을지 충분히 알 것이다.

 

우리 사회는 잡스를 배우자라고 하지만, 실제로 잡스같은 인물이 나타나면 과연 그를 수용할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우리 사회에선 어떤 기업가가 사업을 추진하다가 한번 망하면 거의 무한대의 책임을 지게 만들고, 두 번 다시 재기하기 어렵게 된다. 그뿐인가?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면서 괜찮다싶으면 갖은 방법을 써서 합병하려고 한다. 애초에 애플 같은 회사가 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것이다.

 

자의식이 강한 김수영 의원은 어떤 의미에선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서 자신을 스티브 잡스 같은 뛰어난 사람이라고 비유한 것이다. 그러나 김수영 의원은 국회의원이지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는 초선의원으로 야심만만하게 구태의연한 국회를 바꿔보고자 입성했지만, 모두가 찬성하는 법안에 홀로 이의를 제기하는 그에게 돌아온 것은 비난 뿐이었다.

 

결국 그는 다른 국회의원들처럼 몸싸움에 동원되며 자신이 그린 정치인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내 연애의 모든 것>는 대한국당의 초선의원과 소수정당인 녹색정의당의 국회의원이 연애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이건 불가능한 설정이다. 흔히 말하지만 친구사이에 의 상하지 않으려면 두 가지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한다. 바로 종교와 정치이야기다. 왜냐하면 이야기를 하다가 의견이 충돌되면 감정이 격하게 될 정도로 대립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돌아서게 만드는 게 정치와 종교 이야기인데, 서로 당이 다른 보수와 진보 진영의 국회의원이 서로를 사랑할 수 있게 될까? 이건 우리 사회에선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다.

 

그러나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서 김수영 의원과 노민영 의원의 연애가 가능한 것엔, 일단 김수영 의원이 자신의 골수 보수가 아니라, 상당히 깨어있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물론 그는 자의식 과잉에 함부로 말을 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상명하복식으로 당 지도부의 이야기를 듣고 따르기 보다는 자신이 옳게 생각하는 길을 가고자 한 인물이다. 그가 156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표시하는 부분이 그 좋은 예이다.

 

그런 김수영 의원의 행동에 주변에선 어떻게 반응했는가? 그를 비난하고 삿대질하고 당의 의견에 따르라고만 떠들어댔다. 그가 무슨 이유로 155명의 국회의원이 찬성하는 법안에 반대를 하는지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사실 이런 모습은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 국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국회의원이 그저 거수기로만 존재하는 것은 우리사회가 고작 그 정도 밖에 안된다는 반증이리라.

 

김수영 의원이 노민영 의원에게 점점 마음이 기우는 것은, 이민정의 탁월한 미모(?)도 한몫했겠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소수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고, 주변에서 뭐라고 해도 묵묵히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길을 가려고 하는 그 소신에서 동지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왜 스티브 잡스같은 인물이 나오지 못하는가?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선 신하균의 입을 통해 뼈있는 사회풍자를 했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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