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단막극의 힘! ‘내 친구는 아직 살아있다’

朱雀 2013. 6.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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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드디어 시간대를 옮긴 드라마스페셜을 시청했다. 그리고 새삼 단막극의 저력을 확인했다. 시한부 청소년의 이야기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뭔가 끈끈한 우정과 더불어서 눈물샘을 자극하는 슬픈 이야기가 진행될 것만 같다.

 

시한부의 이야기는 분명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소재지만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에서 너무 슬프게만 다뤄서 식상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내 친구는 아직 살아있다은 경쾌하게 시종일관 이야기를 이끌어나갔다.

 

혈액암에 걸린 친구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첫사랑을 만들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최치현의 이야기는 분명히 공감가는 대목이 많았다. 아직 고등학교 2학년에 불과하지만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친구를 위해 기꺼이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는 대목이나 첫키스를 할 수 있도록 역할을 바꿔서 연극하는 장면에서 더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 친구는 아직 살아있다의 미덕은 시한부의 슬픔보다는 삶의 기쁨을 노래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는 것이다. 물론 내 친구는 아직 살아있다도 슬픈 장면이 몇몇 있다.

 

나을 만 하면 악화되는 자신의 병 때문에 엄마한테 십일조를 더 해라고 하고, 왜 이름이 경숙이란 여자이름(이름을 바꾸면 오래 산다고)으로 지었는지 알려주는 장면에서 특히 그러하다. 그러나 펑펑 울던 경숙은 친구 치현이 와서 그 누나 이제 솔로야라고 말하자 울음을 뚝 멈추는 대목에선 그만 어쩔 수 없는 10대구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피식 웃음을 짓게 한다.

 

내 친구는 아직 살아있다은 경쾌했다! 시작부터 바다를 앞에 두고 빠지려 들고, 병원에 실려가는 친구를 보고 죽지마 아직 3개월 남았잖아라는 대사는 묘한 여운(?)을 남기며 시청자를 폭소케 한다. 서로의 비밀을 드러내며 나와라고 무균실에서 아우성 치는 모습에서 그러하다.

 

내 친구는 아직 살아있다는 청소년의 왕성한 성적 호기심과 판타지를 경쾌하게 그려냈다. 소녀시대 티파니를 좋아하는 경숙이 우연히 학교에 왔다가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국화를 만나 친구에게 소원이라면 사귀게 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 그러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시한부 인생인 친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큐피트 역할을 수행했다가 자신이 좋아하게 되면서 딜레마에 빠진 지현의 모습에서 사랑과 우정 앞에서 고민하는 한 인간의 솔직한 모습과 대면하게 되었다.

 

가족도 아니고 친구를 위해 나라면 과연 1년이 넘도록 병원에 가고 무엇이든 들어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물음이다. 아마 처음에는 좀 찾아가겠지만, 이내 내 삶의 바쁨을 핑계삼아 점차 병원에 가지 않게 될 것이다.

 

내 친구는 아직 살아있다에서 세 친구가 보여주는 우정은 눈물겹다. 그들이 10대라는 자신의 한계 속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깊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친구를 위해 기꺼이 결석을 하고, 기꺼이 굳은 일을 감내하는 부분보다는 시한부 친구와 사랑 앞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오히려 그러하다. 만약 친구를 위해 사랑보다 우정을 쉽게 택했다면 오히려 식상했을 것이다.

 

물론 내 친구는 아직 살아있다는 분명히 시한부의 삶과 사랑을 그렸다는 점에서 식상한 대목은 있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10대의 왕성한 성적 호기심을 크게 다루고, 우정물에 멜로라는 코드를 깊게 삽입해서 반전을 확실하게 주었다.

 

내 친구는 아직 살아있다를 제목처럼 살아있게 만든 데는 출연자들의 멋진 연기력이 제대로 한몫했다. 시한부 삶을 판정받았지만 첫키스에 목매다는 경숙역의 이기광은 이젠 아이돌이 아니라 연기자라 불러줘야 될 것 같고, 경숙의 친구로서 변치 않는 우정을 보여주지만 사랑 앞에서 갈등하는 치현역의 이주승의 연기 역시 멋지기 그지 없었다.

 

두 사람의 사랑을 받는 국화역의 전수진은 금새 사랑에 빠지는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드라마스페셜의 매력을 꼽자면 겨우 한 시간 남짓에 꽉 차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단막극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주었다는 데 있다고 본다.

 

오늘날 드라마는 최소 16부작 이상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종종 드라마를 보면 이건 좀 더 짧게 갔으면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를테면 8부작 정도로 했으면 완성도가 높을 것 같은데 이야기를 질질 끌다보니 매력이 반감되다 못해 1/10 수준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다.

 

공중파 드라마는 시청률과 광고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완성도보다 다른 것에 목을 매는 경우가 많아지고, 그러다보니 작품이 산으로 가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단막극은 말 그대로 1~2회내에 이야기가 종결되기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질 리가 없고, 단막극이다 보니 공중파에선 시청률에 얽매여서 할 수 없었던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된다.

 

제작진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아직 검증(?)이 덜된 그러나 꽉 찬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이 종횡무진 활약하는 드라마스페셜’. 어제 드라마스페셜은 단막극의 힘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었다고 여겨진다. 물론 드라마스페셜시청자에게 얼마나 사랑을 받을 수 있냐?’라는 숙제가 남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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