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포미닛 ‘안줄래’ 방송불가? 당신들의 생각이 방송불가다!

朱雀 2009. 8. 2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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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조 걸그룹 포미닛의 첫 번째 미니앨범 수록곡 ‘안줄래’가 KBS에서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다. KBS는 일부 가사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오늘부터 너한테 나 안 줄래/ 이제 다신 내 맘 전부 안 줄래 /이젠 다시 너한테는 안 줄래'부분이다.

물론 부분만 놓고 보면 다소 이상한 상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함의란 전체 가사를 놓고 따져봐야 하며, 노골적인 성묘사나 적나라한 표현이 없는 가사에 방송불가 판정을 줬다는 부분에선 논란의 여지가 적지 않다.

예전에 신해철이 <100분 토론>에 나와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방송국에서 방송불가 판정을 내린 것은 청소년 등에게 해로운(?) 가사라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이나 국민에게 해롭다는 것을 누가 함부로 정의하는가? 예술이란 원래 기존 문화와 사회적 환경과 여건에 반발하는 것에서 나온다. 따라서 예술은 최대한 자유로운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만 발전할 수 있다.

물론 대중가요는 ‘상업성’을 띄기 때문에 섹시 코드를 집어넣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성적 코드를 가사 등에 넣는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기 때문에 대중들도 무감각해져 있다. 따라서 아주 심하지 적용하지 않는 한 대중들에겐 별다른 충격을 주기 힘들어졌다.

아울러 대학교육이 일반화되고 인터넷의 발달로 대중의 지성은 상당히 높이 올라가 있다. 방송위원회 등에서 일일이 유해매체(?)를 지정하지 않아도 될만큼 시민의식이 올라갔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모든 판단은 대중에게 맡겨야 한다. 그들이 보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의견을 표명하고 조치가 취해지게끔 만들 것이다.

그리고 소속사에서 해명한 것처럼 여자친구가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마음을 주겠다니 말겠다니 하는 순수한 이야기일 수 있다. 정말 그렇다면 KBS측은 몇몇 단어만 가지고 혼자 음란한 상상한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예전에 금지곡들을 보면 자신들이 보기에 문제가 있다하여 지정된 적이 많다. 송창식의 <왜 불러?>는 도둑이 쫓아가는 경찰에게 “왜 불러?”라고 부르는 것 같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지정되었다. 지금 들으면 웃음거리 밖에 안 되는 이야기지만, 이번 KBS측의 방송불가 판정도 납득하긴 어렵긴 마찬가지다.

이미 다른 걸그룹들이 섹시컨셉을 들고 나온 것도 부족해 동성애를 연상시키는 등의 여러 가지 파격적인 모습이 공중파와 케이블을 타는 시점에서, 단순히 단어 몇 개만 가지고 방송불가를 줬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넌센스다.-다른 그룹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봐도 말이 되지 않는 처사다- 옛말에 "부처님 눈엔 부처님만 보이고, 돼지눈엔 돼지만 보인다"고 했다. 이번 판결(?)을 내린 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아무도, 누구도 당신들에게 무소불위의 칼을 주지 않았다. 포미닛의 ‘안줄래’가 방송불가가 아니라, 그 노랫말을 듣고 지극히 음란하게만 생각하는 당신들의 생각이야말로 방송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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