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1박 2일’엔 인종과 나이를 초월한 우정이 있었네!

朱雀 2009. 9. 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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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글로벌 특집을 보며 참 많이 웃었다. 온통 짜증나는 소식으로 가득찬 요즘 <1박 2일>은 우리 국민의 마음을 달래주는 청량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주에 6명의 1박2일멤버들은 여섯 명의 외국인들과 각기 파트너가 되었다. 루마니아인 단과 수근, 일본인 아키라와 승기, 영국인 안드류와 지원, 인도인 니띤과 호동, 도저히 미국인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한국토종의 입맛을 가진 스캇과 몽, 코트티부아르인 와프와 김C까지...

이들은 시작부터 제기차기 복불복으로 타고갈 배를 정해야 했다. 패한 호동과 김C, 지원팀은 고깃배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가야 했다. 그들은 뙤약빛 아래 라면을 끌어먹어야만 GOtE. 반면 이긴 수근과 몽 그리고 승기팀은 페리선을 타고 한상 잘 차려진 해산물로 근사한 점심을 맞을 수 있었다. 특히 미국인 스캇은 초장과 와사비를 듬뿍 넣은 간장에 회를 찍어먹는 지극히 토종스런 입맛을 보여줬다.

목적지인 청산도에 도착해서도 복불복은 계속되었다. 다섯팀은 버스를 타고, 나머지 한팀은 걸어서 다음 목적지를 향하기로 했는데, 하필이면 재수 없게 루마니아인 단과 수근이 당첨되어 뙤약빛을 맞으며 먼 길을 걸어가야 했다. 나머지 다섯 팀은 천연해수욕장인 풀등에 가서 게임을 했다.

허벅지에 차오르는 물을 보고 흥분한 그들은 무작정 달리기 시합을 했고, 마치 아프리카의 야생 동물들이 뛰는 듯한 생명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너무 먼 거리였기에 다들 결국 지쳐서 헥헥거렸다. 그래도 그들은 그렇게 함께 뒹굴고 게임하고 넘어지며 친해졌다.


둘이서 걸어오는 단과 수근도 마찬가지였다. 걸어오는 길에 많은 시민들이 남녀노소를 보고 수근을 향해 아는 척을 하며 환호해주었다. 과연 어떤 연예인이 섬에 와서 이런 환대를 받을 수 있겠는가? <1박 2일>의 이수근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그들의 활약상이 모든 이들을 진심으로 기쁘게 하고 이런 열렬한 호응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리라.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에 이수근은 으쓱해서 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섯 명이서 다니면 별론데 나 혼자 다니면 괜찮아”라고.

그 사이 다른 다섯 멤버들은 싱싱한 전복 한 상자를 놓고 한판 대결을 벌였다. 파트너끼리 한번씩 코끼리코로 열바퀴를 돌고 마지막에 파트너를 업고 깃발을 뺐기로 한 게임에선 은지원-안드류 팀이 승리했다. 이들은 전복 한 바구니를 획득했다. 이에 아쉬웠던 강호동의 제안으로 전복 다섯 개를 걸고 삼단뛰기를 하기로 했는데, 뭔가를 보여달랬더니 속옷을 보여준 수근과 삼단뛰기를 하던 도중 깃발에 심볼이 걸려 몸개를 선보인 김C덕분에 ‘누가 더 웃기게 하느냐?’로 변질되었다. 외국인들도 기록을 내기 보단 얼마나 웃기느냐에 주력했다. 압권은 이승기였다. 다소 무리한 탓인지 갑자기 쥐가 난 이승기는 절뚝거렸고, 그런 모습은 보는 이에겐 웃음을 선사했다. 본인은 힘들고 아팠을 텐데도, 몇 번이고 반복하며 성실한 모습으로 임했다.

숙소로 이동을 하고 나선 처음 만난 각국 젊은이들의 우정이 빛나기 시작했다. 승기-스캇-아키라는 함께 실내 샤워장에서 씻고, 몽을 뺀 나머지 일행은 노천에서 등목을 하며 서로의 등을 씻어주며 우의를 다져갔다.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단과 지원, 수근, 안드류는 함께 스탭진의 음식을 몰래 훔쳐 먹으면서 동지애를 쌓아갔다. 앞잡이 수근의 고자질에 걸릴 뻔한 세 사람은 서로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벗어났다. 촬영 준비를 기다리는 동안 단은 자신의 아내 전화를 수근에게 바꿔줬고, 수근은 ‘제수씨’란 말을 하며 친근해졌다. 촬영이 재개되자 누워있는 지원의 엉덩이를 몰래 단이 차고, 와프가 뒤집어쓰며 그들은 큭큭대기도 했다.

저녁식사를 위한 첫 번째 복불복 게임에선 외국인이 그림을 그려주고 맞추는 게임에선 이승기와 단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이승기는 뭔지 전혀 알 수 없는 그림을 가지고 답을 맞췄다. 그야말로 ‘신들렸다’는 표현밖에 할 수 없었다(새우를 맞춘 단도 마찬가지^^). 반면 죠스와 쥬스를 헷갈리게 그리고 설명한 니띤은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줬다. 특히 포기김치를 마치 오징어나 꼴뚜기 같은 걸로 보이게 그린 건 압권이었다.

두 번째 게임에선 강호동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는 메인엠씨로서 자신의 팀의 구멍인 와프에게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절대음감 게임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한번쯤은 짜증낼만도 한데, 전혀 그러질 않았다. 오히려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 알려줬다. 결국 결과는 와프의 활약으로 강호동쪽 팀이 졌다.

그러나 서로 잘 못해도 실수해도 이해하고 함께 웃으며 서로 안아주는 그들은 이미 친해진 상태였다. 진팀은 30개의 먹거리중 하나를 택하고, 이긴 팀은 10가지를 택하는 선택에서, 진팀의 와프는 ‘꽝’을 꺼내고 말았다.

결국 와프는 아프리칸 북으로 이긴 팀에게 찾아가 멋진 음악을 들려주고 삼겹살 두 개를 얻어와 먹게 되었다. 그러다가 결국 불이 잘 붙지 않는다는 핑계로 은지원이 전복을 비롯한 먹거리를 진팀에 가져와서 구워먹고, 이긴 팀도 조금 늦게 고기와 전복 등을 구워 맛있게 먹었다. <1박 2일>의 공정한 규칙을 적용하면 여섯 명은 굶주려야 했지만, 난 오히려 그런 모습이 보기 좋았다.

새벽부터 모인 그들은 해변가를 구르고 뛰어다니고 정신 없이 움직이면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그런 그들 가운데는 1박2일 멤버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있는데 그들을 굶주리게 하는 건 동방예의지국인 우리의 정서상 맞지 않는 처사라고 여겨진다.


12명의 지구촌 젊은이들은 함께 <1박 2일>을 찍으면서 둘도 없는 친구들이 되었다. 비록 말이 잘 통하지 않아 불편하고, 중요한 게임에서 ‘구멍’이 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누구 하나 그들을 비난하지 않고 같이 이끌고 함께 어울리며 나아갔다.

때론 게임에 이겨 승리를 나누고, 복불복 게임에 져선 함께 패배의 아픔과 배고픔의 고통을 나누면서, 그들은 서로를 보며 웃고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게임을 하며 그렇게 친구가 되어갔다. 그들은 쉬는 시간에 서로 연락처를 나누고 사적인 대화를 나눌 만큼 친구가 되어갔다. <1박 2일> 글로벌 특집은 다문화 가정이 늘어가는 우리 사회에 좋은 귀감을 보여줬다.

‘단일 민족’임을 자부하는 우리는 우리와 피부색이 다르거나, 조금만 뭔가 달라도 일단 피하고 보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1박 2일>의 멤버들은 항상 서로를 안아주고 격려하며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만약 <1박 2일>의 멤버들처럼 모든 사람들이 서로에게 우정을 나눈다면 세상에 전쟁따위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1박 2일> 글로벌 특집은 단순히 시청자에게 웃음과 즐거움이 넘치는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라, 60억 지구촌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할지 ‘살아있는 교과서’역할을 했다. <무한도전> 못지않게 <1박 2일>역시 웃음의 코드 뒤에 그야말로 ‘글로벌’한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멋지고 훌륭하단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그저 대단한 <1박 2일>이라고 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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