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미실'의 고현정, 정말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일까?

朱雀 2009. 6. 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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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인터넷을 살펴보면 <선덕여왕>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중 단연 으뜸은 ‘미실’을 연기하고 있는 고현정이다. 대다수는 고현정의 연기가 매우 뛰어나며, 그녀가 연기하는 미실에게 감정이입이 잘 된다고 한다.

허나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고현정의 연기는 필자가 보기엔 변함없이 늘 똑같은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막말로 <히트>에서 연기했던 고현정의 스타일과 현재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선덕여왕>의 미실을 보자. 그녀는 항상 천사같은 미소를 짓지만 뒤에서는 온갖 계략을 꾸미고 음험한 활동을 펼치는 요부다. 고현정은 자신의 첫 번째 악역을 나름 잘 소화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자. 그녀가 웃으면서 칼이 섞여 내뱉는 대사들은 고현정 특유의 표정과 화법을 답습하고 있다. 그녀는 화를 내거나 말하거나 언제나 다른 드라마 등지에서 보여준 모습과 동일하다. 하다못해 그녀가 소리치고 화내는 모습마저 똑같다.

삼국시대 신라의 왕실 여인이라면 거기에 맞는 행동이 있을 것이다. 걷는 법이나 말하는 법, 이런 것들 말이다. 미실역의 고현정은 지금 현대 여성과 말과 행동과 별로 다른 게 없다. 물론 <선덕여왕>에 등장하는 이들 가운데 현대극처럼 대사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는 이는 없다. 그러나 미실역의 고현정은 왕실여인이 갖춰야할 기품을 보여주고 있는가? 아니라고 본다.

그녀는 그저 모략을 꾸미는 요부의 역할만을 보여주고 있다. 미실은 여러 명의 남성을 자신의 뜻대로 한 팜므파탈이기도 하다. 고현정은 팜므파탈적인 이미지를 주었는가? 분명 그녀는 40살이 다되는 나이임에도 상당한 외모를 갖추고 있다. 허나 그뿐이다. 물론 그녀가 눈웃음을 치며 극중 왕과 남성에게 보이는 모습은 아름답긴 하지만, 치명적인 매력은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고현정은 자신 외에 다른 이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배우기도 하다. 무슨 말인고 하니, <히트>를 떠올리면 알겠지만 고현정외엔 눈에 띄는 캐릭터가 없다. 심지어 <추격자>에서 엄청난 연기를 보여준 하정우마저 여기선 그저 자리를 차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건 자신이 돋보이기 위해 너무 고현정이 나선 탓에 다른 이에게 시선이 갈 자리를 마련해주지 않은 탓이 크다.

미실은 분명 <선덕여왕> 초반부에 중요한 인물이다. 판타지 게임으로 치면 대마왕격인 캐릭터다. 강력한 힘과 카리스마를 갖춰야 당연하겠지만, 그 외에 다른 캐릭터가 보이질 않는다면 그 역시 문제라고 본다.

고현정. 그녀의 연기가 흡인력 있고 <선덕여왕>이 오늘날처럼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데 일등공신이 된 것은 인정한다. 허나 지금처럼 자신의 미실만을 위해 연기한다면 오히려 ‘독’이 된다고 생각한다.

미실 뿐만 아니라 다른 배역들도 시청자에게 눈이 갈수 있도록 배려하고, 모략가 뿐만 아니라 팜므파탈적인 모습. 그리고 자신의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다중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그녀의 연기는 <선덕여왕>을 위한 최선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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