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선덕여왕' 6화, 감동적이었다!

朱雀 2009. 6. 10. 14:51
728x90
반응형

어제 <선덕여왕>은 꽤 감동적이었다. 가장 중요한 에피소드는 덕만과 천명공주가 가야계 유민들한테 잡혀 꼼짝없이 수나라 노예로 팔려나갈 위기에 처한 부분이었다. 덕만은 예의 용감무쌍하게도 "비를 내리게 하겠다"고 호언장담한다. 자신이 사막출신이라며 너무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는 통에 우두머리인 설지는 사흘간의 말미를 주고 만다. 옆에서 보고 있던 천명은 왜 거짓말을 했느냐고 묻자, “일단 사흘의 시간은 벌었잖아? 그 시간내에 무슨 일이 어떻게 생길 줄 알어?”란 식으로 답한다.

그리고 에피소드는 사흘간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제단에 치성을 드리는 덕만의 모습을 비춘다. 빼앗은 덕만의 짐에서 위나라 달력책을 설지가 보고 뭔가 의미심장한 얼굴을 해서, 난 덕만이 날짜를 헤아려 비를 오게 할줄 알았다. 마치 동남풍을 빌려온 제갈공명처럼(만일 그렇게 갔으면 정말 욕을 한바가지로 해줄 작정이었다!). 마침내 사흘이 되던 날, 비는 커녕 안개조차 낄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어어. 작가 어떻게 마무리할 생각인 거야?

설상가상으로 덕만은 제단에서 사라지고 모두들 그녀를 사기꾼으로 몰아갈 때쯤, 밭에서 열심히 곡괭이질을 하고 있는 덕만을 모두가 발견한다. 그녀는 우물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하고, 마을 사람들은 이미 다 파봤다고 한다.

덕만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땅을 판다. 결국 보다못한 설지가 그녀를 제지하자, 덕만은 울부짖으며 여기까지 자기가 어떻게 왔는지 울부짖으며 말한다. 그러자 설지는 의외의 말을 한다 “가라.”

 

정광력을 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 설지. 근데 이 사람 혹시 문맹아니야? 의외로 개그캐릭?

물론 이후 비가 실제로 오긴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거짓 복선(?)을 주어 혼동을 준 다음, 스스로의 노력으로 위기를 벗어나는 덕만의 모습은 실로 감동적이었다.

에피소드를 보자 예전에 읽은 두 가지 이야기가 생각났다. 하나는 중국 것으로 기억하는데, 국왕에게 죄를 범해 사형을 당할 죄수가 자신에게 1년의 시간을 주면 국왕의 말을 날게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국왕은 ‘속는 셈’치고 그에게 말을 조련시키게 한다. 그러자 같은 감방에 수용되어있던 죄수가 묻는다.

“아니 도대체 말을 어떻게 날게 하겠다는 거야?”

“중요한 건 내게 1년이란 시간이 생겼다는 거네. 1년 후에 무슨 일이 생길지 누가 아는가? 진짜 말이 날지도 모르고, 그 사이 왕이 죽을 지도 모르고, 내가 병에 걸려 죽을지도 모르지.”

 

결국 덕만의 노력은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차후 덕만이 어떤 식으로 사람들에게 '마음'을 얻어갈지 보여준 중요한 에피소드라 여겨진다. 진심을 얻기 위해선 바로 자신도 진심을 다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말이다.

다른 하나는 우유통에 빠진 두 개구리의 이야기다. 한 개구리는 열심히 물장구를 쳤고, 다른 하나는 포기했다. 어차피 죽을 거라고 여긴 탓이다. 허나 다른 개구리는 끝까지 희망을 놓치지 않고 물장구를 쳤다. 결국 새벽녘에 주인이 우유통을 봤을 때 개구리는 자신이 만들어낸 버터위에서 우렁차게 울고 있었다. 물론 다른 한 마리는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었다.

이야기의 교훈은 간단하다. 유치원생도 알 수 있다. 바로 포기하지 말라. 희망을 놓지 마라. 그러나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아는 것’은 차이는 상당하다. <선덕여왕> 6화에 자잘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후일 ‘선덕여왕’이 되는 덕만과 그저 공주로 그치는 천명의 성품을 이 한편으로 강렬하게 대비시켜 그려냈다.

한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할 줄 모르고 노력해서 결국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것. 비가 오지 않아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자식까지 수나라 노예로 팔아버렸던 가야계 유민들보다 더 간절하게 비를 기원하고 노력하는 모습에 모두들 그녀를 놔준다는 이야기는 자칫 교훈적으로 가기 쉽다.

 

결국 비는 오지만, 덕만이 마을을 벗어난 후 내린다. 가야계 유민들은 '덕만이 비를 오게했다'고 한다. 정광력들을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예상을 하게 한후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가는 작가의 솜씨가 매우 마음에 든다.

작가는 시청자의 예상을 살짝 뒤엎고 연기자들은 혼신의 연기로 자칫 평범하거나 훈계조로 갈 수 있는 이야기를 실로 감동적으로 엮어냈다. 물론 6화엔 후일 선덕여왕을 보필하여 삼한통일의 위업을 달성하는 김유신이 잠깐 등장하고, 덕만과 함께 할 죽방거사를 비롯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앞으로 전개도 기대하게 만들었다. <선덕여왕> 분명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지만, 볼만한 드라마다.


이번화의 명언 : (덕만, 김유신을 향해) 그렇게 속이 좁으면 기껏 동네 우두머리는 될 수 있으나, 큰 인물은 못 되십니다. <-아! 정말이지 청기와집에 사는 누군가에게 간절히 해보고 싶은 말이다. 혹시 그분은 이 드라마 안보시나?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