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1박2일'과 '패떴'의 종영을 원한다!

朱雀 2009. 6. 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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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의 스타들이 농촌으로 집을 지키기위해 떠난다는 설정은 당시로선 매우 새롭고 독특한 시도였다. 허나 그들이 특정된 한정 공간에서 벌이는 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한마디로 태생적으로 긴 수명을 보장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1박2일>과 <패밀리를 떴다>를 이젠 별로 안 보는 시청자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느 순간부터 재미없어졌다. 한때는 그 시간만큼은 꼭 자리를 지키고, 심지어 녹화를 해서라도 꼭꼭봤다. 물론 지금도 <1박2일>은 일요일 오전에 재방송하면 할 일 없을 때 보긴 한다. 킥킥거리며 보긴 하지만 예전만큼 재미를 느끼진 못한다.

<패밀리가 떴다>는 이젠 아예 안본다. 오늘 추성훈이 나온다길래 잠시 보다가 꺼버렸다. 추성훈의 매력은 대단했지만, 이전만큼 재미를 느끼지 못한 탓이다. 왜일까?

처음 ‘패떴’이 방영할 때를 기억한다. 국민MC 유재석, 이효리, 김수로, 김대성, 이천희, 빅뱅의 대성 같은 스타들이 평범한 차림새를 하고 농촌으로 가서 1박 2일동안 체험을 하는 설정은 무척 놀랍고 신선했다. 그들이 시골마을에서 겪는 일상을 통해 시골의 향수를 다시금 느끼고, 이효리의 솔직한 매력과 박예진의 엉뚱함. 유재석과 대성의 덤앤더머, 엉뚱천희와 김계모 역할을 하는 김수로 등의 ‘역할놀이’는 그 자체로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그들이 물고기를 잡고 풀을 베고 모를 심고 물고기를 잡으며 벌이는 생활들은 대리만족과 더불어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 좋았다. ‘연예인도 저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나와 같은 하늘 아래에서 숨쉬는 사람이구나’가 아마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었으리라.

‘1박2일’도 비슷하다. 강호동, 김C, 이승기, 엠씨몽, 은지원, 이수근이 전국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여행지에 가서 경험하는 일들은 마치 시청자가 M.T나 여행을 간 것마냥 즐거움을 선사했다. 변치 않는 시골마을의 인심과 아름다운 풍광. ‘복불복’을 비롯한 다양한 엠티용 게임들. 각자 개성이 뚜렷한 여섯 명의 남자들이 서로 다투고 화해하고 음모를 꾸미는 모습 등은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러나! 벌써 <1박 2일>은 방송한지 횟수로 3년째고, <패밀리가 떴다>는 2년 정도 되었다. 이제 두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소재가 고갈되었음을 절실히 느낀다.

<패밀리의 떴다>의 경우, 아무래도 하룻동안 묵을 집이 주무대다 보니 주요멤버가 벌이는 일상사로 소재가 한정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객원멤버를 부르는 등 나름대로 변화를 줘봤지만, 이젠 그것도 절대한계에 봉착했다고 여겨진다.

‘신선함’이 ‘식상함’으로 바뀌는데 1년은 충분한 시간이다. 우리가 리얼 버라이어티를 선호하게 된 것은 그동안 너무 꾸며진 각본안에서 벌어지는 예능 이야기에 질린 탓이다. 연예인들이 모여 시시껍절한 이야기를 하며 서로 웃고 떠드는 모습은 몇 십년 동안 봐서 이젠 지겹다 못해 짜증이 날 지경에 리얼을 표방한 프로그램들이 등장했다. 물론 ‘리얼’이라 해서 100%가 아닌 것은 안다.

방송사와 프로그램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 밑그림이 되는 대본은 있을 것이다. 우리가 리얼 버라이어티를 선호하는 이유는 사람 이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연예인은 속성상 자신의 본성을 숨기고 ‘연기’를 할 수 밖에 없다. 방송에서 ‘버럭’이나 ‘음치’등 자신만의 컨셉을 갖지 못하면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예쁘거나 착해서는 다들 비슷 비슷해 보인다(특히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나오는 연예인들이 있는 세상에선). 그래서 연예인들은 각자 자신의 컨셉을 잡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영화배우 김수로가 <패밀리가 떴다>에선 그동안 토크쇼등지에서 맹활약을 보여줬던 것과 달리 몇 주간 고전했던 것은 바로 그런 ‘컨셉’을 잡지 못한 탓이었다. ‘김계모’로 컨셉을 잡은 이후 그는 물만난 고기처럼 활약을 보여왔다. 그러나 연예인들의 꾸밈없는 일상을 보는 재미를 준 <패밀리가 떴다>는 농촌으로 간 연예인들의 하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소재의 폭과 넓이가 지극히 한정되어 있었다.

일정 기간 동안은 그런 모습이 재밌을지 모르지만, 일정 정도 되면 늘 똑같이 반복되는 이야기에 질릴 수 밖에 없다. 객원멤버가 바뀐다고 해도 농촌집에서 벌이는 해프닝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강호동을 비롯한 여섯 사내가 전국방방곡곡을 다니며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여준 1박2일은 벌써 3년째 계속 방송하고 있다. '여행'을 주요 테마로 삼아 그들이 '복불복 게임'을 비롯해 다양한 미션을 통해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그러나 역시 연예인이란 특수직업에서 이들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역시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여겨진다.




<1박2일>도 마찬가지다. 여행지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특이한 미션을 수행하면서 국내의 숨은 명소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여행’이란 테마가 더한 덕분에 리얼 예능 프로그램으론 드물게 3년째 ‘장수’하고 있다. 그러나 <1박2일> 역시 여섯 명의 사내가 벌이는 여행담이란 점에서 한정된다(이제 그들이 예전에 간 곳을 다시 찾아가는 점은 여기서 한번 생각해봐야한다). 왜냐하면 고정된 등장인물이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한정되기 때문이다.

우리 방송사에서 리얼 버라이어티를 모방한 외국 프로그램들은 연예인이 아니라 일반인들을 섭외한다. 각자 천차만별인 이들이 겪는 갖가지 경험과 반응은 시청자로선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아울러 고정된 인물이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이 되면 새로운 인물로 교체함으로써 보다 현실적이고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가 항상 내재되어 있다.

그럼 왜 우리는 이런 리얼 프로그램에 일반인이 아니라 ‘연예인’을 쓰는가? 이유는 몇 가지 있다. 우선 연예인은 시청자가 가지는 특정 이미지가 있다. 가령 유재석의 경운 부드러운 진행, 이효리의 경우 털털하고 거침없는 성격.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시청자가 대부분 많이 봐온 인물이기 때문에, 쉽게 친근감을 느끼고 몰입하기 쉽다. 한마디로 쉽게 시청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또한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서 쉽게 광고를 딸 수 있다. 그 외에 몇 가지 소소한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연예인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시청자들에게 고정된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거기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연예인이란 특수한 직업이 오는 한계성도 있다. 사람마다 개성이 있겠지만, 다들 비슷한 업종에서 종사하기 때문에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것엔 한계가 있다(연예인인 그들의 경험과 사고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리얼 프로그램에 등장한다면 반대로 인지도가 ‘제로’상태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다가가기 어렵다. 광고주입장에선 ‘듣보잡’이기 때문에 선뜻 광고를 하기 어렵다. 대신 다양한 직업과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반응과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말그대로 이건 양날의 칼이다.

내가 보기엔 언젠가 국내 리얼 프로그램도 공중파에서 일반인들이 나오는 날이 올거라 예견된다(지금처럼 양념의 수준이 아니라, 주요 인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물론 지금도 케이블 방송에서 일반인들이 리얼 프로그램에 나오고 있지만, 불륜 등 너무 자극적인 소재에 얽매여 외국 프로그램에서처럼 폭발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난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가 그만 종영했으면 좋겠다. 다른 리얼을 표방한 공중파의 방송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리얼 프로그램은 잊혀진 스타나 잘 알려지지 않았던 스타 혹은 공백기를 가졌다가 영화나 드라마를 찍은 스타들이 자신을 알리기 위해 나오는 프로그램으로 성격이 변질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리얼이나 기존 예능 프로그램이나 별다른 차이를 없애버릴 수 밖에 없다. 채널을 돌려도, 요일과 시간대가 바뀌어도 같은 스타가 여기저기서 웃고 떠들고 가벼운 농담만 하고 실없는 행동만 한다면 시청자들도 낄낄거리는데 한계가 있다.

정말 리얼을 표방하고 싶다면 일반 대중을 무작위로 선출해 보다 과감하게 프로그램을 제작할 필요가 있다. <1박2일>, <패밀리가 떴다>등의 프로그램은 이제 수명이 다 되었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약간의 방향개선이나 특별한 게스트 초빙으로 뛰어넘기에는 이젠 프로그램의 포맷 자체가 너무 식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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