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TV비평

왜 ‘여왕의 교실’은 ‘너목들’보다 인기가 없을까?

朱雀 2013. 7.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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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중파에서 방영되는 드라마 가운데 최고의 화제작은 단연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다. 처음 초능력을 가진 소년과 국선변호사가 주인공이란 소리를 들었을 때만 해도 잘 나올 수 있을까?’라고 회의적이었지만, 12화까지 진행된 현 상황에선 그저 감탄사만 내뱉을 뿐이다.

 

마치 예전의 <선덕여왕>을 보고 있는 것처럼, 한 장면 대사 한마디 그냥 넘길 수 없도록 복선을 치밀하게 깔아놓고, 시청자의 예상을 뒤엎는 전개를 보여주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이야기 전개가 특히 그러하다.

 

민준국의 왼손만 발견하도록 해서 박수하가 살인범으로 몰리게 만들어 놓고, 목격자가 박수하를 알지도 못한 채 신고한 부분 등등. 열거하자면 끝도 없다. 그러나 필자의 입장에선 MBC에서 현재 방영중인 <여왕의 교실>이 시청률 10%도 못 미치는 (711일 기준 8.3%) 현 상황이 안타깝기 그지 없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시청률은 711일자로 22.2%<여왕의 교실>2배가 넘는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여왕의 교실>의 완성도는 훌륭하고, 고현정을 비롯해서 김향기, 김새론, 천보근, 서신애 등의 출연자들의 연기 역시 훌륭하기 그지 없다. 완성도와 편집과 배우들의 연기들을 놓고 보면 <여왕의 교실><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버금간다. 아니, 어떤 의미론 더 뛰어나다! 그런데 왜 시청률에선 <여왕의 교실><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이유로는 먼저 <여왕의 교실>불편한 진실을 보여주는 데 있다고 본다. 마여진 선생(고현정)이 초등학교 6학년생들을 서로 경쟁하고 질시하게끔 상황을 유도하는 특수한 과정을 빼놓는다면, 이제 13살 어린이들의 교실은 살풍경하기 그지 없다.

 

극중 주인공인 심하나는 고나리가 지갑을 훔친 사실을 아는 탓에, 고나리의 계략으로 왕따를 당했다. 그 과정에서 사물함에 갇히고 심지어 수영장에 버려진 자신의 옷을 건지는 과정에서 떨어져 익사할 뻔 했다.

 

그뿐인가? 모든 사실이 아이들에게 알려진 고나리는 폭주해서 교실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려 했으며, 자신을 막으러 온 마여진 선생에게 커터칼을 휘두르는 끔찍한 상황이 연이어져 벌어졌다.

 

꼭 이런 살풍경이 아니더라도, <여왕의 교실>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콕콕 아프게 찌른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6학년에 불과한 아이들은 벌써부터 국제중을 비롯한 진학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인성 따윈 안중에 없고 오직 내 아이를 어떻게 하면 명문중학교에 보내고나중에 일류 대학에 보낼지 그 생각 밖에 없다.

 

교사들 역시 전인교육은 고사하고 어린이들의 지도에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여왕의 교실>은 공중파 드라마이기 때문에 많이 순화시키긴 했지만, 보는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그것의 현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고나리의 엄마는 로펌 변호사의 부인으로 학교에 지원을 하면서 엄청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심지어 고나리가 학교에서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는 데도, 오히려 권력을 이용해서 자신의 딸에겐 아무런 징계가 없도록 하고, 사태를 막은 마여진 선생에겐 징계가 떨어지도록 했다.

 

<여왕의 교실>에선 현실의 문제가 고스란히 그려진다. 왕따와 은따. 성적순으로 아이들의 가치를 메기는 어른들의 모습, 아버지의 불륜이 의심되고, 빚 때문에 고리대금업자들이 가게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상황등이 연이어서 보여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도 드라마에서도 딱히 해결책이 그려지지 않는다. ? 일단 마여진 선생은 초등학교 선생이기 때문에, 이런 현실적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다. 그녀는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들이 현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는가?

 

이에 반해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비교적 단순하다. 자신의 부모를 죽인 민준국과 박수하-장혜성의 대결이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그려지는 정의는 단순하다. ‘죄 있는 자가 벌 받는다이기 때문이다.

 

 

 

물론 법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문제도 그려진다. 박수하처럼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없는 차관우 변호사는 그만 민준국의 계략에 넘어가서, 장혜성의 어머니를 계획적으로 살해한 민준국을 변호해서 끝내 무죄로 석방되게 만들었다.

 

죄 있는 자도 변호를 받아야 하는가?’라는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근간인 민주주의 제도에 대해 묻는 것이기 때문에, 그 물음의 의미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근본적으로 단순하다. 이런 물음들은 진지하지만 곁가지에 불과하고, ‘민준국 vs 박수하-장혜성-차관우의 대결구도로 현재 후반부를 진행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죽은 줄 알았던 민준국이 살아있고, 두 사람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겨누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그야말로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폭발할 듯이 팽팽한 긴장감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그뿐인가? 이제 갓 20살이 된 박수하가 8살 연상인 장혜성을 사랑하는 모습은 연상연하커플을 꿈꾸는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는 재벌남이 등장하지 않는다. 제일 잘 나가는(?) 남성 캐릭터는 목욕탕집 아들이자 변호사인 차관우 정도 뿐이다.

 

 

 

 

그러나 박수하는 (극중 나이) 20살로 어린 데다가, 한 여자를 평생 가슴에 품고 지내온 지고지순함이 있다. 따라서 박수하가 자신을 누구보다 걱정하는 장혜성의 마음에 감동(?)받아서 그녀를 뒤에서 껴안은 백허그를 했을 때, ‘꺄악거릴 수 밖에 없었다. ? 현실에선 이루어질 수 없는 판타지가 드라마에서 실현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차관우 변호사 역시 현실에선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순수하고 착한 남자이며, 동시에 법정에서는 자신의 일에 누구보다도 멋진 그야말로 매력이 넘치는 남성이다. 그런 연하 꽃미남과 매력적인 변호사가 한 여성을 놓고 삼각관계를 이루는 부분은 여성 시청자들이 자기 동일시를 하면서 볼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여왕의 교실>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드라마의 흥행 공식인 이런 삼각 구도가 빠져 있다. 물론 동명 일본 원작에도 없지만, 고현정은 오로지 아이들만 챙기기에 바쁘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6학년인 어린이들은 서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 같지만, 그 안에서 꽃 피우는 감정은 아직은 수줍고 풋풋할 뿐이다. ‘사랑을 논하기에는 너무나 이르다.

 

이상 간단하게 살펴본 것처럼 <여왕의 교실>은 수위를 많이 낮추긴 했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적임 문제들이 그야말로 거침없이 그려진다. 이제 초등학교 6학년생의 교실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이건 아이들의 행복을 성적순으로 메기려는 현 사회구조 자체를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는데, 현실의 우리들은 내 아이만은이란 마음으로 일류대를 보내기 위해 애쓰기 때문이다.

 

겉으론 공교육 정상화전인교육을 말할지 몰라도, 그게 솔직한 우리네 심정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가뜩이나 현실의 무게 짓눌리는 시청자들이 <여왕의 교실>을 멀리하는게 아닐까?

 

 

 

이에 반해 <너의 목소리가 들려>도 물론 정의라는 우리 시대의 화두를 말하긴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자면 열혈 시청자들이 그 물음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정도의 수준이다.

 

대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법정에서의 변호사와 검사의 치열한 싸움과 살인마 민준국과 그에 맞서는 박수하-장혜성의 모습에서 쾌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물론 우리는 살면서 억울한 일을 당하긴 하지만, 법정에 갈 일은 별로 없다. 따라서 분명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나오는 사건들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래도 저건 내일이 아니야라는 생각하고 편하게(?) 시청할 수 있다.

 

? 실제로 우리 삶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확률은 지극히 낮기 때문이다. 불편한 진실을 시청자 앞에 내놓는 <여왕의 교실>, 상대적으로 우리가 살면서 겪을 일이 별로 없는 문제를 보여주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 편한 게 아닐까?

 

게다가 등장인물들 간의 절절한 사연과 로맨스 그리고 흥미를 돋구어지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는 시청자의 지지를 받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물론 <여왕의 교실>2006년도 일본에선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엄청난 인기와 화제를 모은 작품이지만, 일본은 전문드라마가 자리를 잡은 지 오래이고, 현실에서 느낀 답답함을 드라마로라도 달래는 한국인의 정서에 어쩌면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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