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진부한 스토리를 살려낸 공효진과 소지섭, ‘주군의 태양’

朱雀 2013. 8. 8. 08:13
728x90
반응형


! 정말 전 세계적으로 쓸만한 시나리오가 없다는 성룡 따거(형님)의 말씀은 진리인 것 같다. <주군의 태양>을 예고편으로 접했을 때만 해도 기대감이 컸다. 공효진이 귀신을 보는 태공실로 출연하고, 소지섭이 자기밖에 모르는 킹덤의 사장님으로 나온다는 이야기만으로도 기대되었다.

 

시작부터 귀신을 CG로 처리하고, 주중원(소지섭)이 골프장 건설을 위해 죽은 아내 때문에 집을 팔지 않겠다는 집을 찾아가서, 죽은 아내의 의사를 보여준다는 꽃을 자를 때만 해도 기대만발이었다.

 

게다가 엄청나게 비가 내리는 밤에 마치 귀신처럼 아무도 없는 도로에서 차를 잡는 공효진의 모습은 정말 괴담에서 자주 등장하는 귀신의 모습 그대로였다. 게다가 공효진만 보면 쫓아오는 귀신이 소지섭의 몸만 잡으면 사라진다는 설정은 흥미감을 더했다.

 

그러나 1화의 메인 스토리인 축구천재 유혜성과 그를 사랑하는 한많은 처녀귀신 이야기로 들어가면서 맥이 탁 풀리고 말았다! 유혜성은 톱스타 태이령과 결혼할 예정인데, 그는 전 약혼녀인 김미경의 협박을 받아서 난감한 처지였다.

 

그런데 정작 귀신이 보이는 태공실(공효진)에겐 김미경의 귀신이 보였다. 죽은 사람이 산 사람에게 사진까지 보내면서 협박을 할리는 없고, 결국 유혜성의 매니저가 꾸민 짓이란 건 누구라도 알 수 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결혼을 해서 안정적인 삶을 누리느냐? 아니면 실패할지라도 유럽 빅리그에 나가느냐?에 기로에 선 유혜성에게 김미경은 끝없는 응원을 보낸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장치였다.

 

<주군의 태양>1화부터 결국 러브스토리라는 걸 강조한 셈이다! 문제는 1화의 스토리가 너무 진부하다는 데 있다. 지상에서 못 이룬 사랑을 한없이 그리워하는 귀신의 이야기나, 결혼을 눈앞에 두고 시한부 인생 때문에 일부러 떠난다는 이야기는 이미 88년도 이전부터 멜로물에서 너무나 많이 써먹은 패턴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내놓아서 혁신이란 키워드가 진부해진 2013년에 이 무슨 진부하기 그지 없는 이야기전개란 말인가? 그나마 <주군의 태양>을 살린 것은 정말 주연인 태공실역의 공효진과 주중원역의 소지섭이었다!

 

공효진은 귀신을 보면 정말 무서워하면서도 그들의 이야기를 깨알같이 들어주고, 그러면서도 잠을 자고 싶어하고, 예쁘다는 말에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정말 백치미(?) 넘치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12간지 중 최고의 간지라는 소간지, 소지섭은 어땠는가? 그는 이마를 송곳으로 찔러도 피한방울 나오지 않을 만큼 냉혈한 사업가의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죽은 아내 때문에 집을 팔지 못하는 남자를 찾아가서 꽃을 자르면서까지 담판을 짓고, 태공실을 어쩔 수 없이 태워주고도 비오는 한밤중 도로에 버리고(?) 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서 그러했다.

 

그러나 동시에 어린 시절 사고로 죽은 여자친구에 대한 괴로운 기억과 난독증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이 연민을 자아낼 수 있는 구석을 그려냈다. 동시에 돈만 밝히는 것 같으면서도 태공실의 말에 힌트를 얻어서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움과 마지막엔 죽은 여자친구를 한없이 그리워하는 로맨티스트적인 면도 보여주었다.

 

<주군의 태양>은 흥미로운 소재와 뛰어난 연출에도 불구하고 1화 중반부턴 상당히 식상한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어서 흥미감이 반감되어 버렸다. 그러나 주연인 소지섭과 공효진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그럭저럭 볼만한 1화가 되었다. 새삼 주연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1화랄까? 부디 2화부턴 좀 더 나은 이야기 전개가 되었으면 한다. 언제까지 두 주연의 연기력에만 의지할 순 없으니 말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