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관상’의 흥행에 대한 불온한 고찰!

朱雀 2013. 9. 2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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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처음 영화를 감상했을 때만 해도 그럭저럭 괜찮긴 한데, 흥행은 어렵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화는 필자의 예상을 뛰어넘어 한가위 연휴기간까지만 700만명을 넘어섰고, 현재 740만명을 돌파하면서 800만 고지를 향해서 순항고지중이다.

 

역시 흥행은 아무나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동시에 내내 답답하고 찜찜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어서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영화 <관상>은 흥행은 별개로 하고 영화적 완성도는 그닥 높은 편이 아니다.

 

물론 송강호, 백윤식, 김혜수, 조정석 등의 연기는 매우 훌륭했다. 그러나 내경역의 송강호와 팽헌역의 조정석을 제외한다면, 등장인물이 너무나 단선적이고 어린 단종이 폐위되는 비극적인 사건인 계유정난에 대해서도 그다지 고찰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관상>은 어떻게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거기에는 멀티플렉스가 팍팍 밀어주고 한가위 연휴기간동안 볼 만한 작품이 별로 없었다는 사실도 큰 몫을 차지한다-멀티플렉스 관이 10개라면 그 중 절반 이상이 <관상>이 점령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관객의 선택권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

 

물론 <관상>의 완성도가 형편없었다면 관객의 외면을 받았겠지만, 평작 이상은 되었고 송강호등의 열연과 관상이란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 등이 주효하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관상>은 천만돌파도 그다지 무리는 아닐 것 같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일까? <관상>의 가장 큰 단점은 흥행공식대로 영화를 만들었다가 아닐까?

 

<관상>을 본 많은 이들은 느꼈겠지만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를 많이 참고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이병헌이 주연한 <광해>는 광해군이 신변의 위험을 느끼고 가짜왕을 내세워서 대리케 했다는 역사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광해>에 대해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은 너무 안전한 길로만 갔다이다! 영화는 흥행공식들을 모아놓았다! 연기력이 검증된 이병현, 류승룡, 김인권 같은 배우들을 모아놓았고, 중반까지는 관객을 폭소케 했다가 중반 이후로는 권력을 둘러싼 처절한 다툼을 그리면서 시대적 아픔과 비애를 그려내고자 애썼다.

 

<광해>는 영화적 완성도는 괜찮은 편이었지만, 소위 안전빵위주로 가서 재밌었다는 관객만큼이나 식상했다라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관상>은 한국영화 흥행공식대로 갔기 때문이다. 거기엔 어떤 모험도 보이질 않고, 새로운 해석 따윈 기대할 수 없다!

 

내경과 팽헌은 최고의 콤비로서 중반까지 관객의 웃음을 책임진다! 게다가 관상만으로 살인범을 잡아내는 내경의 솜씨는 관객의 호기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수양대군이 등장하고 계유정난의 기운이 무르익으면서 영화는 갈팡질팡하기 시작한다.

 

시대적 아픔과 비애를 그려내려 한 <관상>은 그러나 동분서주하는 내경외엔 다른 인물들의 활약(무엇보다 출연분량 자체가 적다)이 적어서 그들이 계유정난에서 무슨 역할을 했는지 관객의 뇌리에 남지 않는다.

 

오늘날 한국영화는 8월 한달 동안만 2천만명을 동원할 정도로 그 힘이 매우 세다! 그러나 우리나라 영화시장에서 역대최고 흥행운운하기엔 뭔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많다. 일각에선 과열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워 한다.

 

오늘날 한국영화는 과도기에 들어서 있다. 감독의 힘이 점점 줄어들고, 배급하는 쪽으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다! 할리우드엔 한해에만 약 1만개가 넘는 시나리오가 생산되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그중 영화화되는 것은 채 몇편도 되지 않는 이유는 철저하게 자본이 지배하는 할리우드에선 흥행이 보증되지 않으면 제작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한국영화까지 리메이크하면서도 오리지널 작품들은 나오지 않는 주효한 이유다-

 

오늘날 할리우드 영화들이 비슷비슷한 시리즈물들이 대거 나오는 이유는 흥행을 약속(?)받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러나 우린 경험을 통해서 알 듯이 관객들은 초반에는 열광할지 몰라도 시리즈가 계속되면 식상해서 점점 외면하게 된다.

 

오늘날 한국영화계 사정 역시 비슷하다! 한국영화계는 이제 CJ같은 대자본들이 영화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영화 한편당 제작비가 100억원이 넘는 경우가 흔해지면서, ‘안전한 흥행을 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시나리오들이 관객들이 좋아할 요소들로 채워지고 그러다보니 개성이 사라지고 있다. -게다가 몇십억 수준의 작은 영화들은 아예 제작기회조차 잡기 어려워졌다-

 

영화는 분명히 산업적인 측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동시에 문화이자 예술이다! 관객의 취향은 매우 유동적이다. 현잰 한국영화가 재밌다면서 찾고 있지만, 지금처럼 흥행을 위해서 검증된 요소들만 넣다보면 식상해지고 그렇게 계속되다보면 국내작품은 점점 관객들의 외면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회광반조란 사자성어가 있다. ‘불은 꺼지지 직전에 가장 밝다라는 뜻인데, 현재 한국영화계가 그런 상황이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 봉준호, 박찬욱 같은 작품성과 상업성을 만족시키는 감독들은 쉽게 나올 수 있는 인물들이 아니기에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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