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우린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가? ‘상속자들’

朱雀 2013. 11. 7. 08:57
728x90
반응형

 

“...애들이 너 복잡한 가족관계 모르지? 너 나 못 지켜. 넌 너나 지켜!”

 

! 차은상은 자신에게 마음을 고백하고 자꾸만 다가오는 김탄을 밀어내기 위해 이토록 잔인한 말을 내뱉었다. 그런데 <상속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잔인해지는지(?) 보여주는 것 같다.

 

최영도부터 시작해보자! 얼핏 보면 최영도는 차은상을 괴롭히고 있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최영도는 졸부라는 차은상의 말을 믿지 않고 계속해서 탐정처럼 추적(?)하는 중이다.

 

심지어 유라헬에게서 입국신고서까지 받아서 집까지 찾아갔다. 이 정도면 거의 형사 수준이라고 해도 될 지경이다. 그렇다면 최영도는 주변의 오해를 사면서까지 왜 차은상에게 집착하는가?

 

간단하다. 그녀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극중에서 최영도는 엄마를 제외하고 여성을 좋아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그녀에 대해서 그토록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상속자들>에서 사람들간의 관계는 무척 어렵다. 진심을 다해도 어렵다. ? 거기엔 돈을 비롯한 다른 것들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전현주는 왠일인지 용기를 내서 김원을 보기 위해 호텔까지 왔다. 그런데 하필이면 김원은 전현주보다 유라헬을 먼저 만났다.

 

김원에게 유라헬은 동생의 약혼자이자 귀여운 동생일 뿐이지만, 이런 사정을 모르는 전현주에게 오해하기 딱 쉬운 상대일 뿐이다. 게다가 현재 전현주는 김회장의 제안으로 제국고에 정식으로 부임하기 일보직전이다.

 

게다가 전현주가 말했지만 그녀가 김회장의 제안을 거절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 그녀에겐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다. 그녀와 김원과의 관계에 미래가 존재할까? 어려운 일이다.

 

김원은 김회장의 맏아들로서 다른 재벌가과 자신의 마음과 상관없는 정략적인 결혼을 해야 한다. ? 그것이 제국그룹가에서 태어난 그의 운명이다. 그가 그것을 거부한다면? 최악의 경우엔 모든 것을 잃고 쫓겨날 수 있다.

 

그것은 부잣집 도령으로 살아온 그로선 견디기 힘든 일로 다가올 것이다. 서두에 차은상이 김탄의 거부하면서 마음에도 없는 독한 말을 한 것은 서로의 처지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 마음이란 게 어디 뜻대로 되는가? <상속자들>에선 여러 가지 형태의 애정이 등장한다. 제국고의 육성회에 갈 수 없는 박희남을 대신해서 한기애는 참석한다.

 

한껏 빼입은 그녀의 자태는 다른 어머니들을 기죽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아들인 김탄의 약혼자인 유라헬의 어머니 이에스더조차 모를 정도로 철저하게 가려져 있다. ? 그녀는 김회장의 동거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기애는 자신이 육성회에 간 것을 김탄이 캐묻자 미안하다고 한다. 그녀가 육성회에 간 것은 자신이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친구 엄마들이 궁금해서였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면 모든 것이 궁금하다.

 

어머니가 자식이 다니는 학교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한기애는 그녀의 처지 때문에 어머니라면 당연히 해야될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최영도가 기습방문을 하자, 일부러 가사도우미인 척까지 하려고 한다. 이에 격분한 김탄이 스스로 어머니임을 밝히지만, 그녀의 비참한 처지가 제대로 그려진 상황이랄까?

 

그렇다면 왜 최영도는 김탄과 사사건건 부딪치는 걸까? 그건 어찌보면 삐뚤어진 관심의 다른 표현이다. 둘은 3년 전만 해도 둘도 없는 절친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아버지와 다른 여자와 있는 광경을 그만 김탄에게 들키고 말았다.

 

김탄이 모든 것을 이해한다고 하면서 자신의 가족사를 털어놓자, 오히려 그를 모욕했다. 그건 순전히 최영도가 아직 인격적으로 미성숙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사춘기의 증상이다.

 

그러나 김원의 극중 말처럼 사춘기는 나이가 아니라 상황이 만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김원이 자꾸만 가출을 감행하는 것도 아버지를 아직 사랑하기 때문이다. 김회장이 김원과 김탄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려고 하는 것도 애정의 다른 표현방법이다.

 

그러나 우리의 애정표현 방식은 자신에게만 기울어져 있어서 정작 대상을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선 학교를 결석한 차은상을 나무라지 않고 이해하고자 앴는 박희남은 비록 말도 못하고 가사도우미에 불과하지만, 제대로 된 애정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인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성숙한 사랑의 모습이란 그런 게 아닐까?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왜 그랬는지, 믿고 기다리고 이해하고자 애쓰는.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