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우리 사회의 위선을 고발한 ‘안녕하세요’

朱雀 2013. 11. 12.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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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안녕하세요에선 두 번의 역전이 일어나는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되었다. CCTV어플로 남자친구를 감시하는 여자의 사연이 소개되었을 때만 해도, 그녀를 이기는 고민거리가 나오기란 불가능하리라고 여겨졌다.

 

그런데 하루 14시간 씩씩하게 정육점을 일을 하는 한 남자의 사연이 소개되면서 상황은 바뀌고 말았다. 사연의 주인공인 이문기씨는 정말 보기 드문 성실한 사람이었다.

 

요즘 누가 힘든 일을 하려고 하는가? 그런데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도 정육점 일이 좋아서 전공과 상관없는 일을 성실하게 하고 있는 그는 결혼할 여자를 못 만나고 있었다.

 

? 직업에 대한 편견과 멸시가 우리 사회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3월초에 헤어진 여자친구의 부모님은 그와 무조건 헤어질 것을 딸에게 명령했다. 어머니는 설득하다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겠다라는 협박가지 불사할 정도였다.

 

조선시대에는 백정이라고 사회에서 가장 멸시받고 천대받는 가장 하층민 계급이었다지만, 지금은 육가공이 다 되어서 그냥 팔기만 하는 장사인데, 그걸 아직도 그런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와 사귄 여자들은 결혼 이야기만 나오면 다 헤어졌다는 사실, 주변에서 4년째 집에서 놀고 있는 여성조차 소개해주려다 직업 때문에 말았다는 그의 사연은 들을수록 내 일이 아닌데도 화가 날 지경이었다.

 

독일에선 정육점에서 일을 하려면 마이스터라고 해서 일정한 자격을 갖춰야만 한다. 전문직업으로 인정을 해줄 뿐만 아니라도 사회적으로 대접도 좋다. 일본 역시 장인을 으뜸으로 치기 때문에 우리와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직업의 귀천이 없다'라는 말은 그저 말로만 떠도는 헛된 메아리였던 것이다.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숱한 편견과 오해속에서도 꿋꿋하게 정육점을 고수하는 이문기씨의 모습은 너무나 멋졌다. <안녕하세요> MC들의 소개로 사연차 나온 미용실 사장님과 즉석소개팅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활발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 탓에 방송을 보는 내내 입맛이 썼다. ? 우리 사회의 잘못된 면을 단적으로 너무나 잘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정육점 일은 하루 14시간 서서 일할 정도로 힘들고, 고기를 팔기 위해선 누구보다도 전문적인 기술을 갖춰야만 한다.

 

그런 일을 하고 있다면, 누구보다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당연히 주위에서 인정을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무시하고 천대한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정말 미쓰에이의 민이 한소절 부른 것처럼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겉모습만 보면서 한심한 여자로 보는 너의 위선이 난 웃겨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사연이었다. <안녕하세요>에서 소개되는 많은 사연들은 개개인의 잘못된 습관이나 태도인데, 이럴 때는 몇몇 개인만 바뀌면 되기 때문에 해결이 비교적 쉽다. 그러나 이문기씨의 사연은 사회가 잘못된 것이라 바뀌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런 탓에 밝고 건강한 그의 모습을 보면서 괜시리 입맛이 썼다. 우리 사회의 직업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잘못된 모습은 언제나 고쳐질지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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