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로코인줄 알았다가 뒷통수 제대로 맞은 ‘어바웃 타임’

朱雀 2013. 12. 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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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액츄얼리, 노팅힐, 워킹 타이틀. 최근 개봉한 <어바웃 타임>에 이보다 더 좋은 수식어가 있을까? 21살 생일날 아버지로부터 팀은 집안 남자들에게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초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고, 오로지 그걸 자신을 위해 쓴다.

 

<어바웃 타임>은 얼핏 보면 흔하디 흔한 로맨스 코미디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런 착각은 오래가지 못한다. 물론 초반에는 모태솔로 팀이 런던에 와서 첫눈에 반한 메리와 가까워지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모습에 주력한다.

 


-영화에 대해 스포일러를 다량 함유하고 있습니다. 아직 보지 않은 분들은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그런 상황은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그러나 어설픈 청년이 사랑에 들떠서 때론 시샘하고 때론 허세를 부리면서 메리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사랑스럽다. 게다가 메리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내고 그녀 앞에서 일부러 케이트 모스의 팬인 척하는 장면, 뜨거운 밤을 더욱 뜨겁게 만들어내는 팀의 모습은 웃음과 더불어 젊음의 특권인 열렬한 사랑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그런데 두 사람이 예상보다 순탄하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장면들이 이어지면서, <어바웃 타임>은 단순한 로코물이 아니었음을,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팀은 자신의 여동생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한다. 아버지와 아들만의 비밀인 시간여행에 대한 사실을 말해주고, 망가진 그녀의 인생을 거슬러 올라가서 바로 잡아준다.

 

그러나 팀의 선행은 자신의 아기가 뒤바뀌어 있는 기막힌 현재와의 조우를 통해서 값비싼 교훈을 얻게 된다. 결국 팀은 자신의 여동생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상황을 그대로 둘 수 밖에 없게 된다. 그 교통사고를 통해서 여동생은 비싼 교훈을 얻는다. 팀은 여동생 병실에 기거하면서 그녀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지켜보면서 기다린다.

 

<어바웃 타임>은 사랑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물론 로코물 답게 처음엔 팀의 좌충우돌 첫사랑 사수기(?)를 통해서 웃음과 재미를 준다.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우린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여동생이 잘못된 선택을 하고 불행하게 살아갈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슨 행동을 취해야 그녀에게 도움이 될까? <어바웃 타임>을 보면서 한 남녀의 사랑은 이제 가족으로 확대된다.

 

여동생의 행복한 삶을 위한 오빠의 분주한 시간여행. 그것은 나름대로 팀에게 교훈을 전달해주고 관객 역시 마찬가지다. 그뿐인가? 여동생에 이어서 아버지의 시한부 판정을 듣고 고민하는 팀의 모습은 부성에 대해 생각케 한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과거로 여행하는 팀의 모습은 한편으론 부럽지만 동시에 짠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분명 팀의 시간여행은 반칙이다! 물론 그의 능력은 세계 역사를 바꾸지 못하며, 미인과의 인연을 억지로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러나 자신 곁에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후회로 점철된 부분이 많은 평범한 우리에게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던 여러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른 출근 첫날. 친구의 승진을 비롯한 축하할 일이 생겼을 때 제대로 축하해 주지 못한 순간, 여자친구가 원한 멋진 프로포즈를 해주지 못한 순간 등등.

 

그러나 인생이 진행되면서 팀은 점차 자신의 초능력을 쓰지 않게 된다. ? 인생의 모든 순간이 우리에게 축복임을 깨닫게 된다. 아무리 힘든 하루를 보낸 날도 다시 돌아가서 다른 각도에서 보면 멋지기 그지 없는 하루다. ?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기 때문이다.

 

상사의 잘못된 질책에 대해 친구와 뒷담화를 하면서 우정을 다지고, 바쁜 와중에 찾아간 샌드위치 가게에서 점원이 건네는 따뜻한 인사, 바쁜 와중에 올려다본 하늘의 청명함. 내 아이가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기적이며 축복일 수 밖에 없다.

 

<어바웃 타임>은 워킹 타이틀의 내공이 이젠 단순한 로코물을 넘어서서 인생을 조망하게 만들어낸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움으로 지켜보게 한다. 물론 어떤 관객에겐 이런 <어바웃 타임>의 모습은 자칫 지루하고 억지 교훈주기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열린 마음으로 영화를 본다면? <어바웃 타임>은 당신의 팍팍한 삶에 미소를 더해주는 영화라는 사실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흔히 아는 만큼 보고,보는 만큼 느낀다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그 평범한 말속의 진리를 우린 잘 이해하지 못한다.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어바웃 타임>은 그런 평범한 진리를 우리에게 보다 알기 쉽게 보여준다.

 

혈기왕성한 풋내기 청년이 한 여자를 만나면서 남녀간의 뜨거운 사랑을 알고, 그 사랑이 결실을 맺어서 자식을 낳게 되고, 그 아이를 키우면서 하루하루의 삶이 축복이며 기쁨이라는. 어찌보면 너무나 평범하고 당연한 진리을 엄숙하지 않게 인상 쓰지 않고 유머와 재치를 적절히 섞어서 보여주는 <어바웃 타임>의 방식에 많이들 동의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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