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이것이 할리우드의 저력이다! ‘그래비티’

朱雀 2013. 10. 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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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극장가에 소리 소문없이 관객을 극장가로 모으는 작품이 한편 있다! 바로 알폰소 쿠아론 <그래비티>! <화이>, <노브레싱>, <톱스타> 등등 한국영화들이 극장가에 그렇게 나붙고 있는데도 벌써 2주째 예매 1위를 지키고 있다. 이 영화가 대단한 것은 딱히 우리가 그동안 봐온 재난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포스터에 써 있는 것처럼, 외계인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운석이 떨어지는 재난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러 왔다가 인공위성의 잔해에 부딪쳐서 홀로 남은 스톤 박사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스포일러를 일정 부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점 참고하세요!-



위의 두 줄의
<그래비티>의 내용의 전부다! 줄거리만 보면 정말 심심해 보이기 그지 없다. 그러나 영화를 막상 감상하면 숨이 턱턱 막힌다. 무중력 상태이기 때문에 인공위성 잔해들이 무서운 속도로 우주선을 강타하는 모습은 두렵기 그지 없다.

 

게다가 이제 한 고비 넘겼구나싶을 때마다 계속해서 터지는 사고들은 끊임없는 긴장감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절대고독에 빠진 스톤 박사가 한때 편한 죽음을 꿈꾸다가 이내 다시 삶의 의욕을 찾는 부분은 실로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그래비티>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중력이 얼마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지 알려주고 있다. 중력이란 무엇인가? 뉴턴에 따르면 그것은 두 물체간의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다.

 

우리가 지구위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지구가 우릴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가능해진다. 뛰고 걷고 집도 수리하고 차도 운전할 수 있다.

 

그러나 중력이 없는 우주공간에선? 영화 초반에 보이지만 스톤박사는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다가 무심코 도구를 놓고 만다. 그래서 하마터면 우주공간으로 날아갈 뻔 한다. 지구에선 언제나 도구는 그 자리에 있거나, 떨어져서 바닥에 있기 때문에 찾기 쉽다.

 

무중력 상태의 우주공간은 무섭다! 인공위성 잔해가 같은 궤도를 돌면서 부딪쳐서 그 어떤 살인무기보다 무서운 파괴력을 보여주고, 당연히 산소가 없기 때문에 조금만 산소가 떨어져도 생명을 잃고 만다.

 

게다가 기온차가 100도가 넘어가는 극한 상황은 고요함과 달리 우릴 무섭게 시험한다. 조금만 방심해도 한순간에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비티>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감상에 빠지게 한다.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모습은 숨막히도록 아름답다. 우주공간을 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무중력 공간이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선 처절하게 싸워야만 한다. 스톤 박사가 우주공간에 집착하는 것은 자식을 잃은 사연이 깔려 있다.

 

자식을 잃은 상처를 밝힐 필요도 없고 누군가와 이야기할 일도 거의 없는 절대 고요의 우주공간은 그녀에게 안식처였다. <그래비티>는 매우 사실적인 영화다. 그러나 동시에 현대인에게 삶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영화이기도 하다.

 

스톤 박사가 살기 위한 노력을 멈추면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과연 그녀의 삶이 끝없는 투쟁이 의미가 있는 것인가? 거기에 대해선 그 누구도 대답해줄 수가 없다. 철학자들조차 지난 2천년간 대답하지 못한 난제니까.

 

그러나 우린 살아있는 한 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만 한다. 자식을 잃은 어미는 삶을 포기하고 싶다. 그러나 포기하면 그는 내일을 맞이할 수 없다. 가능성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중력은 우리를 지구위에서 살아가게 하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사고가 벌어지게끔 한다. 비행기 추락사고나 스톤박사의 딸의 추락사가 그렇다. 중력은 우리에게 끔찍한 상처를 주기도 한다. 사랑 또한 그렇지 않은가?

 

쿠아론 감독은 마치 <그래비티>를 통해서 상처입은 영혼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다. ‘봐요! 스톤 박사도 저렇게 노력하잖아요? 당신도 할 수 있어요!’라고.

 

<그래비티>의 마지막 장면은 지구에 도착한 스톤 박사가 땅위에 서는 모습이다. 오랫동안 무중력 상태에 있었던 탓에 그녀는 잘 일어서질 못한다. 그러나 힘을 내서 이내 몸을 일으켜 세우고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간다. 그녀의 발걸음이 위대한 것은 모든 상처와 두려움에서 벗어나서 홀로서기를 했기 때문이다.

 

<그래비티>는 할리우드에서만 만들 수 있는 작품이다. 물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멕시코인이다. 그러나 그가 만약 할리우드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우주비행에 대해서 최고의 기술과 정보력을 지녔고, 세계 최고의 특수효과를 비롯해서, 산드라 블록과 조지 클루니 같은 연기파 배우들을 동원해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명작을 탄생시켰다!

 

오늘날 할리우드는 <해리포터><반지의 제왕>이후로 판타지 영화를 쏟아내고, 해외에서 성공한 영화들의 판권을 사서 리메이크를 하는 경우가 흔해졌다. 말 그대로 물량공세를 퍼부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스토리는 말도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오늘날 한국 관객들은 할리우드 보다 국내 영화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 더 재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래비티>처럼 비범한 영화들은 할리우드 영화의 저력을 새삼 깨닫게 만든다. 다른 나라에서 유능한 감독을 데려와서 명작을 제작하는 것이 할리우드외에 다른 곳에서 가능하겠는가? 이 정도 스케일로, 이 정도 연출로, 이 정도 완성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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