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진정한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감자별’

朱雀 2013. 12. 18. 10:50
728x90
반응형


 

감자별의 노수영은 정말 변덕의 끝판왕이다. 그녀는 미국 유학당시 줄리엔과 사귀었고, 결혼을 위해서 함께 한국으로 오게 된다. 그런데 비행기로 오는 도중 마음이 바뀌어서 헤어지고 말았다.

 

영상, 사진 제공: CJ E&M

 

그녀는 아침에 마음에 들었던 명품백이 저녁에는 싫어질 정도로 쉽게 마음이 바뀌는 인물이다. 노수영은 어떤 의미에선 모든 것에 쉽게 흥미를 느끼고, 쉽게 싫증을 느끼는 현대인의 마음을 캐릭터화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그녀가 가난한 기타리스트 장율과 벌써 몇 달째 사귀고 있는 상황은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드디어 사건이 터졌다. 노수영은 어머니의 강권에 못이겨서 선자리에 나가게 된다.

 

99%의 맞선 자리에서 만나는 남녀는 서로 거의 마음에 들지 않기 마련. 그런데 왠일? 노수영은 잘 생기고 매너 좋은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를 향해 호감이 가는 자신의 마음을 발견하게 된다.

 

가난한 뮤지션인 장율과 달리 그는 병원장 아들이라 차가 있어서 자신을 차로 집앞까지 바래다주고, 그녀가 무용을 했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무용에 관심을 보인다. 노수영은 아직까지 부모님에게 장율과 사귄다는 소리를 하지 못했다.

 

? 가난한 뮤지션과 사귄다는 사실을 알면 부모님이 결사적으로 반대할 것이란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노수영에게 부모님의 반대가 무서운 것은 그녀가 백수이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쓴다면? 그녀는 자신의 풍족하고 안락한 생활에서 가난한 연인 장율처럼 반지하 생활을 각오해야만 한다.

 

그러나. 부잣집 딸인 그녀에겐 그건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다. 노수영은 그동안 장율에게 섭섭한 일이 많았다. 그는 늘 한박자 이상 늦기 때문에 카톡 메시지를 보내도 하루가 지나서야 답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에게 맞선을 본다는 소리를 했지만, 이렇다할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을 정말 사랑하기는 한 것인지 의심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리라. 노수영은 첫 만남이후 자신에게 계속해서 연락하고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해서 자신을 즐겁게 해주려는 맞선남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리고 결국 장율에게 헤어지자라는 최후통첩을 한다.

 

그러나 장율은 노수영의 최후통첩에도 불구하고 담담하게 알았다고 한다. 노수영은 슬픔을 눈물을 흘리지만, 맞선남과 만난다. 그는 쉽게 싫증을 내는 노수영의 기분을 맞춰주고, 차로 이곳저곳을 가면서 데이트를 한다.

 

그러나 노수영의 모습은 그리 행복해 보이질 않는다. 결국 노수영은 맞선남에게 싫증을 느끼고 헤어지고 만다. 그리고 그렇게 갖고 싶어했던 명품백을 언니에게 그냥 주고 만다.

 

노수영은 장율이 보고 싶어서 그의 반지하를 찾아가고, 평상시처럼 자신을 대해주는 그와 마주해주게 된다. 맞선남처럼 비싼 맛집 대신 장율은 늘 먹던 라면을 끓여서 대접한다. 항상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 맞선남과 달리 장율은 (식사내내) 침묵으로 일관하고, 대신 음악을 들려준다.

 

40화는 장율이 노수영을 집까지 바라대주고 그동안 보고 싶었다라고 말하면서, 두 사람이 포옹하면서 끝났다. 나름 해피엔딩을 맞이한 것이다. 부잣집 딸과 가난한 뮤지션이 만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그건 의문의 행성이 지구에 떨어질 확률처럼 매우 적을 것이다.

 

노수영은 클럽에서 놀기를 좋아하고 명품백을 사랑하며 재벌 2세에게 관심이 많은 지극히 평범한(?) 여성이다. 그녀가 장율을 만나게 된 것도 사실은 그가 재벌 2세라고 착각한 탓이 컷다.

 

애초에 가난한 뮤지션이란 사실을 알았다면 아마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인생이란 게 묘해서 그녀는 장율과 자꾸만 마주쳤고 결국 사귀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서두에 밝혔지만 노수영과 장율은 심각한 단계는 아니었다. 아마 노수영도 쉽게 마음이 변하는 자신을 믿지 못해서 여태까지 자신이 만났던 남성과 다른 장율에게 호기심이 생겼던 정도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따라서 잘 생기고 매너 좋고 병원장 아버지를 둔 엄친아가 등장했을 때, 그녀가 호감을 가진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리라. 그러나 그녀는 엄친아와 있으면서도 장율을 그리워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결국 맞선남에 대한 호감이 싫증으로 바뀌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남녀간의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서로 본적도 없는 남녀가 사랑에 빠지고 평생을 함께 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기적 같은 일이다. 어느 노랫말처럼 ‘60억 인류 중에서 널 만났다는 건말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사랑은 어떤 모습인가? 많은 사람들은 조건에 따라서 사람을 만난다. 많은 이들은 재벌 2세와 힘겨운 사랑을 하는 가난한 여성의 이야기에 열광한다. 충분히 이해한다. 오늘날처럼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현실에선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가난한 현재의 삶은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너무나 힘겹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주인공 여성이 가난한 남자를 만나서 사랑을 하는 이야기는 드라마에서조차 환영받기 힘들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가난은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부끄러운 게 되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노수영은 앞서 지적한 대로 그런 우리의 모습을 풍자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그녀가 가난한 뮤지션을 만나서 바뀌었다. 그녀는 클럽과 비싼 레스토랑 대신 반지하 장율집에서 라면을 먹고 걷는 것으로 데이트를 대신한다. 장율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녀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영상, 사진 제공: CJ E&M

모든 것에 싫증을 내던 그녀가 이상하게 장율에게만 싫증을 내지 않는다. 신기하지 않는가? 진정한 사랑이란 이렇게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감자별>에서 가장 철없는 인물을 들라면 아마 이전까지 많은 이들은 노수영을 지목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녀는 모든 일에 금방 싫증을 내고 명품백을 갖고 싶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여성으로 주로 묘사되었다. 그런 그녀가 명품백을 포기하고 장율에게 다시 돌아오는 모습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한뼘이나마 성장해나가는 노수영의 모습은 인스턴트 사랑이 넘쳐나는 요즘 시대에 충분히 인상 깊은 에피소드였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