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런닝맨’은 호주 어드벤처로 진행되었다. 게스트로는 가수 비와 대세남 김우빈이 참석했다. 이쯤되면 기대가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런닝맨>은 여세를 몰아서 헬기를 동원해서 탕갈루마라는 섬으로 멤버들을 보내고, 그것도 부족해서 다시 4륜구동 바이크를 타고 해변가를 질주시키더니, 보트를 타고 난파선으로 가서 잠수까지 하게 만들었다.
이동과정만 말하는 데도 숨막힐 정도다. 분명히 남태평양의 경관은 멋지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것은 다큐가 아니라 예능이다. 예능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재미와 웃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초반 ‘호주 어드벤처’는 지루하기 이를 데 없었다! 2인 1조의 팀들은 각기 보물상자를 찾아서 주변의 열쇠꾸러미를 가지고 열어야만 했는데, 너무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런닝맨> 제작진은 아마도 블록버스터급 영화의 묘미를 시청자에게 전달시켜주려는 목적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예능적 재미라는 측면에선 오히려 마이너스, 그 자체였다.
<런닝맨> 멤버들은 마이크를 찰 수 없는 상황인 지라 거의 말을 할 수 없었다. 당연히 거의 침묵속에서 게임이 진행되었고 평상시의 재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다음 게임에서 캥거루 복장을 한 멤버들이 장대 높이뛰기를 할때부터 <런닝맨>의 재미는 슬슬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점을 찍은 것은 오히려 숙소에서였다! 숙소에서 서로 4개의 속성 카드 중에서 무엇을 가졌는지 치열한 눈치게임을 펼치면서 서로 알려고 하는 비와 이광수의 모습은 웃겼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숙소에 수영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저녁을 먹고 있는 지석진을 이광수-김우빈-하하가 공모해서 물에 빠뜨릴 때 웃겼다. 감히 호랑이 김종국을 물에 빠뜨리고, 분노한 김종국이 무고한(?) 유재석을 수영장에 빠뜨리고, 결국엔 김우빈까지 모조리 빠뜨린다.
홀로 뽀송뽀송한(?) 비는 도망쳐보지만, 그가 숨은 곳을 알고 찾아온 유재석-이광수-하하가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유리벽을 치다가, 비가 쳐다보면 다시 숨는 식의 행동을 하는 장면에선 정말이지 포복절도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를 세명의 런닝맨 멤버들이 찾아내고 장난치다가 결국 모두가 달려들어서 그를 수영장에 빠뜨리는 장면은 정말이지 웃기면서도 훈훈했다. 개인적으로 엄청난 물량공세를 퍼부은 초반보다 오히려 숙소에서 벌인 런닝맨 멤버들의 모습이 더욱 재미있고 웃겼다!
그렇다면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물량공세의 한계는 아무런 이야기 없는 비쥬얼이 전부일 때가 많다! 아무리 <런닝맨>이 제작비를 아끼지 않는다고 해도 할리우드 영화처럼 쓸 수는 없다.
게다가 아무리 멋진 자연경관도 몇분 보면 지루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런닝맨>을 보면서 원하는 것은 앞서 말했지만 재미와 웃음이다. 그건 멤버들끼리 치열하게 대결하고 장난(?)을 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따라서 멤버들의 활약할 수 있는 폭이 좁았던 초반보다, 아무런 미션이 없었던 숙소에서 그들끼리 장난을 치고 웃고 떠드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재밌었다. 특히 서로 수영장에 빠뜨리면서 좋아하는 그들의 모습은, ‘연예인 역시 나랑 같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만들면서 그들을 친근하게 느끼게 만드는 효과마저 가져왔다.
예능의 웃음과 재미는 어디에서 오는가? 아마도 그건 일상의 작은 반전에서 오는 게 아닐까? 숙소에서 밥먹다가 친구들을 수영장에 빠뜨리는 그런 장난에서 말이다. 어제 <런닝맨>은 새삼 웃음이 무엇인지, 예능적 재미가 무엇인지 많이 생각게 만든 방송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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