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왜 ‘감자별’은 인기가 없을까?

주작 朱雀 2014. 3. 26. 10:13


최근 감자별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물올랐다!’란 감탄사 밖에 나오질 않는다. 정직원이 되고 첫 월급을 받고 신나하던 나진아가 술김에 박제된 사슴머리를 사고 어쩔 줄 몰라하거나, 노수영과 노민혁이 서로 사이가 안 좋은 이유가 어린 시절 노민혁이 노수영의 용돈을 몰래 가져다 써서 그렇게 된 사연.

 

노송이 집안의 남자들이 전부 기가 약해서 싸나이교를 만들고 열심히 포고(?)를 하다가 집에서 쫓겨난 김도상을 위해 십자군 원정을 떠났다가 왕유정에 의해 깨지고, 결국엔 노송이 왕유정에게 무릎을 꿇는 카노사의 굴욕까지 펼쳐지는 장면 등은 그저 너무나 웃겨서 역시 최고!’라는 감탄사만 나오게 만들었다.

 

특히 어제 방송된 <감자별>은 노민혁이 오이사를 집중추궁하게 되자 당황한 오이사측이 미남계와 미인계를 동원하는데, 서예지는 결혼을 해서 안 통하고, 미인계는 노준혁과 노민혁 형제 모두에게 통하지 않아서 그들 일행이 똘똘 뭉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웃겼다.

 

그런데 현재 <감자별>의 시청률은 0.4~0.5%사이를 오고 갔다. 물론 현재 <감자별>은 케이블에서 방송중이라는 매체적 한계를 지닌다. 그러나 <응답하라 1994>가 케이블이란 매체적 한계를 딛고 약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사례가 있다.

 

게다가 <감자별>을 연출한 김병욱 PD가 누구인가? 시트콤의 귀재라 불리는 인물이 아닌가? 그가 연출한 것 치고 <감자별>의 성적은 매우 저조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생긴 것일까? 첫 번째는 초반에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지 못한 게 크지 않나 싶다. 초반 <감자별>은 김병욱PD의 작품이란 이유로 분명히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노주현이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해서 소변을 잘 못보거나, 하연수가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대변으로 인해 막힌 변기를 뚫는 식의 연출을 통해서 인간의 배설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미국에선 이런 식의 유머가 흔하고 잘 통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선 배설물을 가지고 웃음을 주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편이다. 게다가 배설물을 처리하는 방법도 귀여운 편이 아니라 좀 적나라(?)한 편이었다. 그런 것이 거부감을 준 건 아닐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감자별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세기말적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감자별>은 초반에 감자별이 지구를 향해 시시각각 오고 있는 상황을 그렸다.

 

그런 모습은 금방이라도 인류가 멸명할 듯한 불안감을 주었다. 따라서 세기말적 분위기, 즉 염세적인 분위기를 시청자에게 주기에 충분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시청자들은 <별에서 온 그대>처럼 한없이 밝은 드라마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데 <감자별>은 초반에 너무 무겁고 음울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물론 현재의 <감자별>은 초반의 그런 분위기를 모두 벗어버리고 너무나 경쾌하고 즐겁게 전개되고 있지만,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이란 매체적 한계로 인해서 그런 변화를 알아차린 시청자가 안타깝게도 별로 없는 것 같다.

 

만약 <감자별>이 초반부터 지금처럼 경쾌발랄하게 진행되었다면 어땠을까? <응답하라 1994>처럼 대박이 나거나, 김병욱PD의 전작들처럼 큰 호응은 못 얻더라도 꽤 괜찮은 반응을 얻진 않았을까? 최근 <감자별>의 훌륭한 완성도를 보고 있노라면 현재의 반응이 그저 안쓰럽고 안타까울 뿐이다. 이렇게 묻히기엔 아까운 작품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