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잊혀져가는 추억과 정을 보여준 '1박2일'

朱雀 2009. 9. 9.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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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친구들과 보낸 1박 2일을 보여준 ‘글로벌 특집’도 특별했지만, 7080세대의 아련한 추억을 건드린 이번 ‘추억의 타임머신 레이스’도 의미와 뜻이 깊었다.

폭염이 내리쬐는 한낮의 열기에 6명의 1박2일 멤버들은 괴로워하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경북 예천의 아름다운 자연풍광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회룡대에서 그들은 기본 미션을 수행했다. 바로 아날로그 카메라에 필름을 넣어서 첫 번째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OB팀과 YB팀으로 나누어진 두 팀의 대표론 각각 강호동과 은지원이 나왔다. ‘아무래도 나이가 많은 사람이 더 유리하지 않을까?’라는 예상과 달리 강호동은 필름 카메라에 익숙하지 않았다. 필름 카메라를 자주 다뤄본 듯 은지원은 재빨리 미션을 끝마쳤고, 첫 번째 목적지인 용궁역으로 향했다.

생각해보면 아날로그 카메라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잘못 필름을 끼우기라도 하면 결과물을 볼 수 없다. 또한 현장에서 바로 찍어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요즘 디카와 달리 아날로그 카메라는 사진관에 맡겨 현상이 나올 때까지 어떤 상태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예전에 필카를 찍다가 남은 장수를 확인하지 않고 찍다가 반도 못 건진 경험은 7080세대들에겐 많을 것이다. 디카는 메모리 용량만 넉넉하면 몇백장이고 몇천장이고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편리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디카가 절대 줄 수 없는 것을 아날로그 카메라는 준다. 바로 ‘설레임’이다.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사진을 찍고 나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또한 사진이 현상되어서 결과물을 찾을 때 묘한 기분은 요즘의 디카에선 느낄 수 없는 것이다. 한정적인 필름의 개수는 사진을 찍을 때 많은 공을 들이게 한다. 사진 한 장을 찍더라도 최대한 잘 나오게 하기 위해 각도는 물론이고 등장인물까지 모두들 최대한 공을 들이고 정성을 다한다. 그러나 쉽게 찍고 지울 수 있는 요즘의 디카는 확인하고 바로 아니다 싶으면 지워버린다. 편리함의 디카에선 우린 아날로그 시대때의 소중한 무언가를 조금 잃어버린 기분이다.

10년은 족히 됨직한 차를 타고 두 팀은 네비게이션도 없이 물어물어 도착지인 용궁역에 들어선다. 초행인 길에 물어볼 데도 마땅치 않아 헤매지면 거기서 그들은 낯선 곳의 인심과 자연경관을 더욱 구경하게 되지 않았을까? 그게 여행의 묘미는 아니었을까?

용궁역에선 추억의 뽑기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잘난 척하던 은초딩 때문에 YB팀은 첫 번째 뽑기는 태워먹는다. OB팀도 소다를 너무 많이 넣은 탓에 태워먹는다. 한여름 뙤약볕아래 가스렌지위에 국자를 올리고 설탕과 소다를 넣어 추억의 뽑기를 만들고, 그걸 틀에 넣어 붇고 결국엔 각기 별과 활(?) 모양으로 떠는 그들의 모습에선 또한 옛 추억이 떠올랐다.

주전부리가 많지 않은 시절, 학교앞 뽑기는 추억의 먹거리였다. 일명 ‘달고나’라 불리는 이것을 만들어 먹기 위해 또래 친구들은 얼마나 많은 국자를 불에 태워먹었던가? <1박2일>에서 옥새를 만드는 장인에게 비유했지만, 굵은 땀을 뻘뻘 흘려가며 한땀한땀 뽑기를 모양채 뜯어가는 몽의 모습은 정말 너무 진지해보였다.

두 팀이 결국 뽑기를 해내고 계란과 사이다로 시장기를 달랠 때는 기분이 묘했다. 어린 시절 기차를 타면 어른들께선 계란과 사이다를 사오셨었다. 지금은 줘도 안 먹겠지만, 그 당시 사이다는 얼마나 먹고 싶던 음료수 였던지. 요샌 탄산이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 때문에 최대한 적게 먹지만, 그땐 최고의 음료수 중에 하나였지 않은가? 물론 그 외엔 별로 마실 것도 변변 찮았지만.

두 번째 미션은 받은 참깨를 들고 참기름을 짜오는 것이었다. YB팀이 방안갓을 찾았을 때, 당연히 거기서 참기름을 짜줄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제유소’란 곳에서만 기름을 짜준다는 사실을 <1박 2일>을 보면서 처음으로 알았다. 그도 그럴 밖에 오늘날 마트나 동네 슈퍼에서 손쉽게 참기름을 사는 우리에게 참기름을 제유소에서 짠다는 상식은 어떤 의미에선 어려운 지식이 되어버렸다.

가져간 참깨를 볶아 강철틀에 넣어 짜는 모습을 보며 1박 2일 멤버들은 너무나 신기했다. 아마 신기한 건 시청자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나 역시 참기름을 짜는 모습을 제대로 본건 이번이 처음이니까. 맛 짜낸 참기름이 우윳빛을 띤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OB팀은 참기름을 짜는 1시간 남짓의 시간동안 이수근이 동네에서 밥과 반찬을 얻어와 맛있게 비빔밥을 해먹었다. 보면서 어찌나 부럽던지. 시골에서 얻은 신선한 야채와 제대로 된 고추장에 순도 100% 국산 참기름으로 비벼먹는다고 하니 보는 순간 군침이 흐르면서, 특유의 고소한 향이 안방까지 전해지는 기분이었다. 먹거리 하나도 제대로 믿을 수 없는 요즘 세상에서 정말 눈앞에서 참기름을 내리는 광경을 목격하고 바로 가져가는 그들의 모습은 부럽기 짝이 없었다.


<1박 2일>을 볼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번 경북 예천의 회룡포는 잊혀졌던 추억을 새록새록 살려낸 방송분이었다. 요샌 어딜가나 흔히 볼 수 있는 마트와 슈퍼없이, 예전 방식을 고수하면 살아가는 이웃들의 모습은 예전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특히 제유소의 기계가 30년이 넘었다는 말에선 새삼 ‘장인의 고집’이랄까? 그런 것들이 느껴졌다. 그러나 주인 아주머니가 “우리가 죽으면 이것(기계)도 없어질 거다”란 말에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지기도 했다.

도시속에 살면서 점점 자연과 멀어지는 우리에게 <1박 2일>은 우리 나라의 아름다움 풍경과 잊혀가는 옛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여행의 참맛과 더불어 우리가 잊혀서는 안될 것들, ‘소중하게 간직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보는 시청자들이 생각하게끔 만들어준 <1박 2일>은 참으로 멋진 프로라 아니할 수 없다.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고자 하는 이들에겐 추억을, 잊혀가는 옛 풍경을 재밌는 멤버들끼리의 경쟁을 통해 자연학습을 시키며, 예능의 재미도 놓치지 않는 <1박 2일>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시청자에게 사랑을 받으리라.


글이 괜찮으면 추천바랍니다. 저에겐 큰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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