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야심만만2’의 불편한 폭로전

朱雀 2009. 9. 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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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방송된 <야심만만2>엔 그룹 쿨과 백지영 그리고 김C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강호동은 “오늘 출연한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했고, 게스트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그리고 실제로 1단계 질문부터 매우 센 걸로 시작했다.

바로 쿨의 유리와 재훈에게 ‘사귀다 헤어져서 쿨이 해체되었다는데, 사실인가요?’고 물은 것이다. 8천명이 넘는 질문자 가운데 1/4이 물을 정도로 그룹 쿨에게 많이들 궁금해하는 부분이었다. 당연하겠지만 당사자인 유리와 재훈은 무척 당황해했다. 그리고 확실하게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유리씨랑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지금도”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처음부터 바로 불편해졌다. 유리와 재훈은 현재 그룹 쿨에서 함께 활동중이다. 만약 한때 사랑했다가 헤어졌다가 다시 그룹으로 함께 활동한다면, 여기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다. 음악이 너무 좋고 가수로서 활동하고 싶은데, 함께 활동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택한 길일 수도 있다. 그런 두 사람에게 아픈 상처를 헤집는 것 밖에 더될까? 사전조율이 되었든지 안 되었든지 간에 매우 불편해지는 폭로였다. 오히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 김성수가 맏형으로써 듬직해 보일 지경이었다.

강호동은 또한 예전 <X맨>의 경험을 살릴 요량인지 계속 유리와 재훈의 눈빛교환을 여러 차례 시도했고, 결국 시키고야 말았다. 2단계 질문에서 김성수가 답변한 내용도 다소 불편했다. 2단계 질문인 ‘가장으로서 너무 무능력하다고 느껴졌을때’에 대해 쿨의 특성상 성수기인 여름에만 돈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품위유지상 집과 차를 대출로 구입했는데, 아내가 빚을 끌어와 메꾸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미안하다고 했다.


3단계 질문인 성형관련도 무척 불편했다. 이재훈의 블로그에 ‘유리와 지혜는 같은 병원에 다녔나보다’라고 글이 올라왔던 모양인데 그 글귀를 보고, 한 사람이 두 사람이 같은 병원에 다녔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유리는 ‘지혜가 아니라 지영이란 다녔다’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로 몰고 갔다. 결국 지영은 유리와 같은 병원에 다녔고, 속눈썹과 코를 수술한 사실을 밝혔다. 또한 셋이서 인터넷을 보며 누가 제일 예뻐졌는지 순위를 매겼다고 해, 절친한 가수 이지혜까지 성형한 것을 폭로하고 말았다.

어찌보면 성형고백은 이제 방송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가 되어버렸다. 아마 여기엔 그동안 신변잡기위주의 토크쇼와 예능 프로그램의 한계가 이른 탓이 아닐까 싶다. 또한 좀 더 ‘센’ 것을 원하는 시청자의 바람도 작용했으리라. 그런 탓인지 성형과 연애 등의 이야기는 요새 자주 <야심만만2>같은 예능에서 흔하게 이루어지는 폭로전중의 하나로 전락했다.

그러나 ‘폭로’는 크던 작던지 간에 사전에 조율되었을지라도 결국 한 개인의 사생활을 들추는 것 이상이 되지 않는다. 또한 이런 가십은 방송 특성상 전파를 타자마자 뉴스 기자와 블로거 들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어 삽시간에 퍼져버린다. 이런 이유로 해당 연예인들은 정신적인 고통과 약간의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백지영의 ‘연하킬러’란 별명이 아닐까 싶다. 설정인지 사실인지 모르겠으나 백지영은 그전에 예능 프로에 나와 연하와 사귄 사실을 공개하고 심지어 상대방의 이름을 밝혀, 전 남자친구에게 혼난 적이 있다고 했다. 백지영은 유명 연예인이라, 그녀와 연애한 이는 일반인이라 할지라도 덩달아 유명세를 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별로 밝히고 싶지 않은 개인사를 전국민이 알게 되는 기막힌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런 사실을 밝힌 백지영에게 어느 정도 책임은 있다. 그녀는 누구보다 2000년 당시 사생활이 노출되어 엄청난 피해를 본 장본인이 아닌가? 그녀는 그 사건이후 무려 6년이나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자신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시청율을 위해 각 방송사의 해당프로그램들이 질문의 수위를 높여간다는 사실이다. 특히 <야심만만2>의 경우 약 8천명의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받아 그중 질문을 선별해 게스트에게 던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얼핏 보기엔 공정(?)해 보이지만, 결국 질문을 선별하는 건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진이란 사실에서 게스트들의 반발과 공정성을 어느 정도 막기위한 방패막이 그 이상은 되질 않는다.

<무릎팍 도사>의 경우,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해당 인물이 나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시청자와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높은 질문수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비록 같은 엠씨인 강호동이 진행하고 있지만 <야심만만2>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야심만만2>는 수준 높은 토크쇼나 진솔한 토크쇼를 지향하지 않는다. 오로지 나온 게스트들의 신변잡기나 폭로성의 이야기등을 통해 시청자에게 재미와 쾌감을 선사하고, 시청율의 재고만을 노리는 프로그램이다. 가끔 수위를 넘는 <야심만만2>의 진행에 불만을 품은 적은 있었지만, 어제는 특히 그 정도가 너무 심하지 않았나 싶다.


글이 괜찮으면 추천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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