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한국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트로트의 연인’

朱雀 2014. 7. 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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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트로트의 연인을 보면서 너무나 놀랐다! 1분만 봐도 알겠지만 <트로트의 연인>은 코믹을 지향하고 있다. 그런데 3화에선 도저히 그 내용이 가볍지를 않았다. 우선 최춘희(정은지)는 오디션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지만, 심사위원은 불합격판정을 내린다.

 

관객의 반응을 봤을 때 이는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전편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두명의 심사위원은 이미 대상감을 찍어놨고, 그녀가 최종무대에서 유리하도록 판을 짜는 과정이었다. 드라마에서 그려지지 않았지만, 아마도 두 심사위원은 최춘희가 강력한 우승후보자가 될까봐 가차없는 판정을 내릴 듯 싶다.

 

그 이후 전개는 더욱 셌다! 최춘희 앞에 난데없이 나타난 기획사사장은 계약하자고 하는데, 장준현(지현우)는 계약금 1천만원을 받고 튀고 만다. 춘희는 계약금없이 일하는 것도 서러운데, 알고보니 노예계약서였다!

 

 

 

뛰어난 춘희의 노래실력에도 불구하고 '불합격' 판정을 내리는 심사위원의 모습은 실력이 아니라 연줄로 모든 것이 좌지우지 되는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풍자해낸다.

 

 

<트로트의 연인> 3화는 이런 식으로 수위를 점점 올렸다. 인기절정의 준현이 스캔들에 휘말려 망가진 것이 알고 보니 전 소속사 대표의 짓이었고, 춘희는 밤무대에서 일하는 것도 부족해서 룸에 들어가서 노래를 부르는 신세까지 전락하고 만다.

 

전소속사 대표를 폭행해서 감옥까지 들어간 준현이 자살을 생각하고, 아버지가 도망가고 빚에 짓눌려서 삶이 너무나 고단한 춘희 모습은 도저히 코믹극으로 볼 수 없게끔 만들었다. 중간에 춘희는 좀 더 삶이 쉽게 갈 수 있긴 했다.

 

그러나 춘희는 그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 자신을 상품취급하는 조근우(신성록)의 말에 발끈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건 춘희가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는 순진한 여성인 탓이었다. 조근우는 터무니없는 계약파기금을 요구하는 악덕사장으로부터 춘희를 구하기 위해 협상을 하는 과정이었다.

 

 

 

춘희가 악덕기획사 대표를 만나서 노예계약을 하고 밤무대를 서는 모습은 그저 드라마상의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현실에서도 종종 알려지는 비슷한 사례의 사건들 때문에 시청자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협상을 위한 말이었는데, 춘희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그러나 그건 동시에 <트로트의 연인>의 영리한 선택이기도 했다. 만약 춘희가 조근우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여 기획사를 옮겼다면 그녀의 삶은 비교적 쉽게 풀리는(?) 경우가 되고 만다.

 

그렇다면 조근우는 여주인공을 보호하는 구시대적 키다리아저씨가 되고 만다. 춘희는 그런 제안을 거절함으로써 어려운 생활을 하게 되지만, 대신 21세기에 맞는(?) 여주인공이 된다.

 

나락에 떨어진 준현은 경찰서에서 우연히 춘희가 오디션장에서 불렀던 노래를 들으면서 자살을 멈추게 되고, 사방팔방을 뛰어다니면서 자신과 춘희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자신이 아끼는 기타를 저당잡혀서 조근우 대표와 협상을 하고, 악덕 기획사 대표를 찾아가서 협상한다.

 

 

 

준형은 전 기획사 대표가 자신을 망하게 하기 위해 모든 음모를 꾸몄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하게 된다. 우린 이미 언론을 통해서 이런 비슷한 사건을 접했기에 입맛이 매우 씁쓸하다. 더불어 지현우는 이전까지와는 달리 매우 사실감 넘치는 연기를 통해서 남자주인공으로서의 아우라를 발산한다.

 

그는 룸에서 손님과 시비에 휘말린 춘희를 데리고 나와서 용서를 빈다. 이 과정에서 춘희는 당연하지만 준현과 당당히 서로 같은 인격체로 조우하게 된다. 준현은 지은 죄가 있기 때문에 무릎을 꿇고 사정을 할 수 밖에 없다.

 

이전까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던 지현우는 자살시도를 하고, 자신의 인생역전을 위해 춘희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절박함을 드러내며 아우라를 뿜어낸다. <트로트의 연인>에서 보여주는 극적 장치들은 사실 꽤 진부한 축에 속한다.

 

 

 

춘희에게 무릎꿇고 사과하는 준현과 그런 그를 쳐다보는 춘희의 모습은 삶에 지친 두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나락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내일을 꿈꾸는 준현의 모습은 분명히 빛난다. 식상함과 오버스런 설정도 자연스럽게 승화시켜내는 정은지의 연기력과 남주로서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지현우의 멋진 앙상블이었다!

 

 

 

그러나 여주인공인 정은지는 능수능란한 연기를 통해서 나락에 빠진 한 여주인공의 모습을 너무나 실감나게 그려낸다. 덕분에 <트로트의 연인>은 겨우 3화밖에 되질 않았는데도, 삶에 지친 시청자들을 LED TV와 스마트폰 앞으로 끌어당긴다!

 

코믹극을 표방했음에도 사회의 부조리와 비리 그리고 어두운 단면을 용기있게 그려냈으며, 21세기형 캔디를 나름 멋지게 변주해내는 <트로트의 연인>은 시청자들을 불러모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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